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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사태에 유가·환율 뛰고 주가 급락…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도 [한강로 경제브리핑]

입력 : 2022-03-08 07:00:00 수정 : 2022-03-07 23: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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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떨군 코스피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62.12포인트(2.29%) 떨어진 2651.31로 장을 마감한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를 비롯한 각종 경제 지수가 요동치고 있다. 국제 공급망에도 차질이 생기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 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한국은 근원물가 지수가 주요국 대비 크게 올라 우려를 낳는다.

 

◆유가 한때 140弗 육박…환율 뛰고 주가 급락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ICE 거래소에서 원유 선물 가격은 한때 배럴당 130달러선을 돌파해 140달러에 육박했다. 이날 브렌트유 선물은 장 시작과 함께 18% 급등하며 한때 140달러 목전인 139.13달러까지 치솟았다. 1998년 선물 거래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4월 인도분 선물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 시장에서 장중 한때 130.5달러까지 급등했다. 외신에 따르면, 브렌트유와 WTI 모두 2008년 7월 이후 13년여 만에 장중 최고가다.

 

브렌트유는 7일(한국시간) 오후 8시 현재 125달러선, WTI는 122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환율도 치솟고 있다. 7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4.8원 오른 1219.0원에 출발해 개장 초 1220원대로 올라섰고, 결국 12.9원 급등한 1227.1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1220원대로 올라선 것은 2020년 6월2일 이후 1년9개월 만이다.

 

유가와 환율이 요동치면서 연쇄적으로 국내외 주가도 빠르게 하락 중이다.

 

이날 오전 장에서 일본 닛케이지수는 3% 이상 떨어졌고, 결국 전장 대비 2.94% 하락한 2만5221.41에 거래를 마쳤다. 홍콩 항셍지수는 전날 대비 종가가 3.87% 떨어졌다.

 

이날 우리나라의 코스피는 전날보다 62.12포인트(2.29%) 하락한 2651.31에, 코스닥지수는 19.42포인트(2.16%) 떨어진 881.54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주가는 장 초반인 오전 9시30분쯤 6만9900원까지 내려갔다. 삼성전자 주가가 7만원을 밑돈 것은 지난해 11월12일 (6만9900원)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결국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날보다 1400원(1.96%) 내린 7만1000원으로 7만원대에 턱걸이를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18일 이후 삼성전자의 주가는 5.7% 하락했다.

 

지난주 금요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79.86포인트(0.53%) 하락한 3만3614.80에 장을 마쳤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224.50포인트(1.66%) 떨어진 1만3313.44로 거래를 마감했다.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130달러 선을 돌파, 140달러에 육박했다고 로이터통신·블룸버그통신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7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인플레 압력에 국제 공급망 교란 우려…‘퍼펙트 스톰’ 공포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좋지 않았던 국제 공급망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더욱 악화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유가와 환율도 치솟으면서 여러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경제가 위기에 빠지는 ‘퍼펙트 스톰’ 공포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주요 농산물에 대해 수출 허가제 도입을 결정했다. 밀·옥수수·해바라기씨유·달걀 등 주요 농산물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를 받으라는 뜻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미 개전 이후 호밀·귀리·기장·메밀·소금·설탕·육류·가축의 수출을 중단한 상태다. 

 

파괴된 다리 밑 임시통로 통해 피란하는 우크라 주민들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 이르핀강을 건너 피란하려는 주민들이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다리가 파괴되자 그 아래 임시 통로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 이르핀 AP=연합뉴스

이번 조치는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주요 곡물 수출국이다. 밀과 옥수수 수출량 기준 각각 세계 4위, 3위 수준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가 반영되기 전인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FFPI)는 140.7을 기록해 1996년 집계 시작 이래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길어질수록 식량 가격은 더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와 함께 소비·투자 위축 가능성도 커져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월가에서는 치솟는 유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 성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 재현될 수 있다는 공포가 살아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하기도 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정책위원회의 마리오 센테노 위원도 유럽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최근 경고했다.

 

대외 여건에 민감한 우리나라 경제도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물가 상승과 수출 감소에 따라 투자 위축, 소득·소비 감소가 연쇄적으로 일어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간한 ‘3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대외 여건에 대한 우려로 경기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경고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로 주요국 주가가 하락하는 등 금융 시장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국제유가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 가격이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로 급등하면서 우리 경제에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물가에 신음하는 지구촌…1월 상승률 31년 만에 최고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들의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2%에 달해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50%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물가 상승률을 찍은 터키가 오름세를 주도했지만, 터키를 제외한 국가들의 역시 5.8%에 달하는 등 주요국들이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위기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3.6%로 전체 OECD 평균의 절반에 머물렀지만 에너지 및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지수가 주요국과 비교해 오름세를 보이는 등 불안요소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7일 OECD에 따르면 38개 회원국의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7.2%를 보여 1991년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OECD 회원국의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5월까지 4.0% 미만에 머물렀지만 6월 4.0%로 오른 뒤 10월(5.2%) 5.0%를 넘고, 12월 6.6%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산출 국가를 주요 20개국(G20)으로 좁힐 경우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5%였고, 주요 7개국(G7) 물가 상승률은 5.8%를 기록했다.

 

국가별로 보면 터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7%로 전체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지난 1월 최저임금을 50% 인상한 데다 가스·전기·도로 통행료·버스 요금 등을 줄줄이 인상한 여파가 컸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7.5%에 달했다. 중고차와 에너지, 식품 가격이 동시다발로 상승하면서 1982년 2월 이후 40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오는 10일 미국은 2월 소비자물가 지수를 발표하는데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와 캐나다도 지난해 12월 대비 물가상승률이 각각 0.9%포인트, 0.3%포인트 오르면서 4.8%, 5.1%를 기록했다. OECD는 지난 1월 대부분의 국가에서 서비스 관련 물가가 크게 올랐고 여기에 에너지, 음식 가격 상승이 전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배경이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3.6%를 기록하며 전체 38개국 중 29위를 기록했다. 비교적 하위권에 형성됐지만 우려스러운 대목도 엿보인다. 실제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해 영향을 받는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309개 품목으로 구성된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의 경우 한국은 지난 1월 2.6%를 기록, 지난해 12월(2.2%) 대비 0.4%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프랑스가 1.2%에서 0.8%, 독일이 3.7%에서 3.0%로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지수는 한 번 올라가면 잘 내려가지 않아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지수로도 불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에도 이 지수는 2.9%를 기록, 2009년 6월(3.0%) 이후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은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별로 언제 재정정책을 펴는지 등에 따라 근원물가 지수는 차이를 보일 수 있고, 그 부분만 가지고 큰 문제를 삼긴 어렵다”면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까지 간다는 얘기가 있고, 그중에 에너지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40% 정도인 상황에서 물가 상승으로 여러 폐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지만 서서히 시장에 긴축과 관련한 시그널을 보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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