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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대한항공·아시아나 ‘빅딜’ 조건부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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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2-22 12:45:02 수정 : 2022-02-22 12: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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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항공사(메가캐리어) 탄생 임박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뉴스1

정부가 국내 항공업계 시장점유율 1위 대한항공과 2위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을 최종 승인하면서 ‘메가캐리어’(초대형 항공사)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우리 경쟁당국은 1년여의 심사 끝에 기업결함을 허가하면서도 서울-뉴욕을 포함한 국제선 26개 등 독점이 우려되는 노선의 운수권(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 권리)과 슬롯(비행기 이착륙 횟수)을 10년 안에 개방하라고 명령했다. 또 신규 항공사가 진입해 운수권이 최종 이전되기 전까지 운임인상 제한 등의 조치도 부과키로 했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번 결합 승인으로 국내 항공업계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알짜배기 노선의 슬롯, 운수권 개방으로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전망도 제기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함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국내에서 대형항공사 간 결합이 승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해외 경쟁당국에서 향후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불허할 경우 이번 결정이 실효성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는 두 회사와 두 회사의 계열사인 진에어 등 5개사의 결합으로 국제선에서 26개 노선, 국내선은 14개 노선에서 독과점에 따른 경쟁 제한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소비자들이 대한항공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주로 아시아나항공을 대체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어, 다른 항공사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대표 국적항공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매우 높고 운항시간대, 운임, 각종 제공 서비스가 유사하다”고 밝혔다. 또 유럽 등 정부간 협정으로 운수권이 배분되는 항공비(非)자유화 노선의 경우 경쟁 항공사가 신규 진입하기 어렵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게이트 등 공항시설 접근성에서도 우위에 있다고 봤다. 특히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 후 가장 유력한 경쟁자가 사라지면서 가격 경쟁 유인이 사라져 항공운임이 높아질 가능성도 우려했다.

 

구체적으로 미주노선 5개의 경우 두 회사의 합산점유율이 약 78%~100%로 향후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됐고, 유럽에서도 운수권 제약으로 바르셀로나 노선은 독점, 파리 등 5개 노선은 1개 외항사만 존재해 이번 기업결합으로 운임이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선에서도 제주-내륙 노선의 경우 5개 회사의 합산점유율이 60%~100%에 달해 독점에 따른 가격인상이 우려됐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위는 기업결함에 따른 소비자피해 등을 막기 위해 두 가지 형태의 시정조치를 부과키로 했다. 공정위는 우선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의 주식 취득을 완료하는 날(기업결합일)로부터 10년 간 26개 국제노선과 8개 국내노선에 신규 항공사가 들어오거나 기존항공사가 증편할 경우, 두 회사가 가진 국내 공항(인천·김해·제주·김포공항) 슬롯을 의무적으로 공항 당국에 반납하도록 했다. 해당 국제노선은 서울∼뉴욕·로스앤젤레스·시애틀·호놀룰루·샌프란시스코·바르셀로나·프놈펜·팔라우·푸껫·괌, 부산∼칭다오·다낭·세부·나고야·괌 등이고, 국내 노선(편도 기준)은 제주∼청주·김포·광주·부산 등이다.

 

이 중 운항에 운수권이 필요한 11개 항공비자유화노선은 신규 항공사가 진입하거나 기존 항공사가 증편할 때 두 회사가 사용 중인 운수권도 반납해야 한다. 서울∼런던·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이스탄불·장자제·시안·선전·자카르타·시드니, 부산∼베이징 등 노선이 해당된다. 다만 반납할 슬롯·운수권 개수의 상한은 노선별로 점유율 기준에 따라 정하고, 구체적 이전 내용은 실제 신규 항공사의 진입 신청 시점에 공정위가 국토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코로나19에 따른 불황으로 단기간에 새 항공사가 진입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구조적 조치가 완료되기 전까지 운임 인상을 제한하고 공급 좌석수 축소 금지 등 행태적 조치도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제주∼울산·여수·진주 등 수요가 부족한 벽지 노선 6개에 대해서는 구조적 조치 없이 10년간 행태적 조치만 부과했다.

 

이번 기업결합에 대해 공정위는 항공업계의 불확실성 해소로 경쟁시스템 제고 기회가 마련되고, 소비자 피해 가능성이 줄어들게 됐다고 평가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항공업계의 경영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고 양사 통합에 따른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우리나라 항공운송 시장의 경쟁시스템이 유지·강화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장거리 노선에 저비용항공사(LCC)가 진입하기 힘든 점을 고려할 때 외항사만 이득을 보는 등 국가 항공 경쟁력이 약화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업계에서는 통합 항공사의 운항 축소와 슬롯 이전으로 합병 시너지 효과가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해외 공항을 허브로 가진 해외 항공사는 이미 압도적인 슬롯을 보유하고 있는데 해외 공항에서 통합항공사의 운항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뉴욕, 런던, 프랑크푸르트, 파리, 시드니 등 해외 주요 공항에서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슬롯 점유율은 0.2~0.5%에 불과하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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