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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의미·중관계사] 단편적인 정치적 시각과 비극적 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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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2-14 00:16:53 수정 : 2022-02-14 00: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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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대한 정치권 일각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의 조선족으로 추정되는 이가 한복을 입은 것을 보고 한 정치계 인사가 ‘문화공정 반대’라는 문구를 SNS에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그는 대선 국면을 이용해 국민의 반중정서를 표심으로 연계하려 했다.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이가 단편적인 면모에 매몰되어 현상을 호도하는 언행은 객관적이지 못하고 편파적인 판단으로 국가와 사회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 있다.

이런 일은 미국에서도 한때 일어났다. 1930년대 미국 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지는 정치인, 지식인과 오피니언 리더들이 중국의 상황을 자신의 주관적이고 편파적인 견해로 호도하면서 미국의 대중정책을 잘못 인도하는 결과를 야기했다. 그 결과 미 정부는 중국 국민당 정부의 현금지급기로 전락했다.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고, 이에 호도된 미국인들 역시 자신의 수입을 갹출했다.

미국의 친중파 정치인 헨리 스팀슨(왼쪽)과 친중파 지식인 펄 벅. 출처:위키피디아

1930년대 이후 미국 정치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친중파 인사는 헨리 스팀슨이었다. 그는 1909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정부에서부터 태프트, 쿨리지, 후버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정부인 1945년까지 국방차관과 국무장관 등을 역임했다. 또한 쿨리지 정부에서 필리핀 총독을 2년 지냈다. 언론계의 대표적 친중 인사는 타임스와 라이프의 창간자인 헨리 루스였다. 스팀슨은 정치력으로, 루스는 사진과 펜의 힘으로 미국의 중국정책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지식인들 중에는 명저 ‘대지’의 작가 펄 벅이 있었다.

이들은 미국인들이 듣기 원하던 중국의 기독교화와 민주화 선전에 앞장섰다. 실상은 그렇지 않았지만 이들은 자신이 보고 들은 것만으로도 미국인을 설득할 수 있었다. 이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가 높았기 때문이다. 국민은 교회로 헌금을, 정부는 매년 막대한 나라 예산을 국민당 정부에 헌납했다. 결과는 국민당 정부의 부패와 패전, 그리고 미국의 재정 낭비였다. 이처럼 단편적인 면모만으로 한 나라의 정세를 판단하고 호도하는 것은 위험한 정치 장난이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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