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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만 있고 책임 없는 소셜미디어는 재앙”

입력 : 2022-02-12 01:00:00 수정 : 2022-02-11 19: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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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연결되면 세상 나아질 것’은 착각
도덕관념 없는 알고리즘에 갇혀 수동화
소통 사라지고 의견 충돌 땐 극단 치달아

저자, 예기치 못한 부작용 ‘소셜온난화’ 제기
정치 양극화·코로나 ‘안티백서’ 등 결과물
지구온난화처럼 되돌리기 힘든 재난 경고
“더 늦기 전에 ‘눈을 뜨고’ 대책 논의해야”
유럽의회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구글·페이스북 등 플랫폼 사업자들의 개인정보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를 규제하고, 불법 콘텐츠 삭제 의무 등을 기본원칙으로 하는 디지털서비스법 초안을 통과시켰다. 사진은 디지털시장법·디지털서비스법 등 글로벌 IT기업 등에 대한 규제법안을 주도하고 있는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EU) 경쟁담당 집행위원. CNBC 캡처

소셜온난화/찰스 아서/이승연 옮김/위즈덤하우스/2만2000원

 

“서늘한 고발장.”(영국 일간 가디언)

소셜네트워크 페이스북은 2006년 여름 미국 대학생이 아닌 사람들에게 문호를 막 개방했고 사용자는 1200만명이었다.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는 “사람들에게 공유할 권한을 부여해서 더욱 개방되고 더욱 연결된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정의했다. 2009년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국가라면 세계 인구 6위의 나라일 것”이라고 자랑했다. 10여년 후 페이스북 가입자는 17배로 성장했고 2021년 기준으로 페이스북 사용자는 세계 인구의 약 36%에 달한다.

우리는 더 많은 사람이 연결될수록 세상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누구도 예기치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 페이스북은 집단학살에 연루되었고, 트위터는 여성 혐오 캠페인을 위한 전쟁터가 되면서 현실세계에 심각한 위협과 공격을 가했다. 유튜브는 무슬림 무장 조직들을 과격해지게 했다는 비난을 받았고, 익명의 열두 살짜리 친구들이 유명 축구선수들을 인종차별의 표적으로 삼았다.

찰스 아서/이승연 옮김/위즈덤하우스/2만2000원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30년 넘게 과학과 테크놀로지 분야에 매진해온 찰스 아서는 자신의 책 ‘소셜온난화’에서 “이들이 유별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도된 대로, 설계된 대로 이용될 경우 소셜네트워크들은 이런 결과로 이어진다”면서 “결국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연결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작은 차이가 더 큰 의견 충돌로 증폭되며, 상반되는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은 극단적인 신념이나 극단적인 행위로 치닫는다”며 “이들 소셜네트워크는 우리의 주목을 끄는 데 최적화되어 있고 분노와 양극화를 추구하는 타고난 성향을 이용하려는 소프트웨어로부터 동력을 얻는다”고 덧붙였다.

이런 흐름에 ‘소셜온난화’라는 명칭을 붙인 아서는 이를 인간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하려는 기술이 진보하면서 의도와 다르게 나타난 부작용이라고 정의했다. 온난화는 점진적으로 진행돼 상황이 악화되는 순간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변화는 분명해진다. 우리는 지금 가짜 뉴스를 앞세운 선동과 서로를 향한 극단적인 분노,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알고리즘에 갇혀 확증편향에 빠진 이들에 둘러싸여 있다. 마치 폭발적인 성장과 발전을 부른 산업혁명 이후 쉴 새 없이 배출된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 나아가 기후재앙을 불러온 것처럼 말이다.

소셜온난화는 선거를 망치고 정치를 양극화한다.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미국과 필리핀 대통령 선거 등이 대표적이다. 첨예한 정치 이벤트에서 소셜네트워크는 편 가르기의 장으로 돌변한다. 분노에 찬 정치인의 논란이 될 만한 극단적인 발언을 소셜미디어에 쏟아낼수록 그는 더 큰 반응을 얻고 주목받는다. 조직화된 정치적 양극단이 서로를 비난하는 사이 사실 검증과 타협적 토론은 실종된다. 정치세력들은 이런 현실을 절묘하게 이용한다. 트럼프는 끊임없이 트위터에서 존재감을 과시했고, 그의 캠프는 공격적으로 디지털 광고를 집행했다. 브래드 파스케일 트럼프 진영 디지털 캠페인 책임자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덕분에 우리가 승리했다”고 공공연히 선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안티백서’들도 소셜온난화의 부작용 가운데 하나다. 소셜미디어에서 백신 반대 커뮤니티가 조직되고 그들은 기관, 재단, 과학자들의 신뢰성을 끊임없이 공격하면서 사람들의 불안을 부추겼다.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음모론과 유사과학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결집해 사회를 분열시키고 피해를 키웠다.

이 책에 따르면 소셜온난화는 세 가지 요소가 상호작용하면서 발생한다. 첫 번째는 전 세계 인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을 보유한 시대다. 스마트폰 사용자 대부분은 소셜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으며 페이스북, 트위터, 왓츠앱, 카카오톡, 유튜브 등을 쓰지 않으면 사회적 단절을 감수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두 번째는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사람들의 ‘주목’을 끌어들이는 게시물이 뭔지 알아내서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알고리즘이다. 문제는 알고리즘에 인간과 같은 도덕관념이 없다는 점이다. 알고리즘은 그저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해 가장 큰 반응을 보일 만한 콘텐츠만을 무작정 찾아서 상단에 추천한다. 이렇게 추천된 게시물을 중심으로 극단주의자들은 서로를 더 잘 찾을 수 있게 되고, 분노한 사람들끼리 더 열렬히 동조하게 된다.

세 번째는 이런 현상에 대한 규제나 제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료’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의 주된 돈벌이 수단은 광고다. 그렇기 때문에 플랫폼 기업들은 가짜 뉴스가 퍼져나간다고 해도 사람들을 주목하게 만드는 알고리즘을 손보려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저커버그는 공식적으로 페이스북은 “혐오 그룹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고 항변하면서도 그런 콘텐츠들에 적극적인 제재를 하지 않는 것이다.

소셜온난화는 지구온난화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 가지 모두 단순한 오염 혹은 현상에 그치지 않으며 되돌리기 힘든 재난이다. 전 세계에서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듯 보이지만,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과 온난화에 덜 기여한 가난한 나라들이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특징도 유사하다. 이 책의 저자는 더 늦기 전에 소셜온난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또 다른 온난화가 결국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그는 단언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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