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10일 개봉 예정인 ‘나의 촛불’(감독 김의성, 주진우)은 2016년 겨울부터 2017년 봄까지 광화문을 가득 채웠던 촛불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배우 김의성과 기자 주진우가 연출하고, 대선을 앞둔 시기에 개봉한다고 하니 왠지 극적인 폭로나 긴장감 있는 추적 상황 등이 등장할 것 같지만 예상은 빗나간다. 대신 이 영화에는 당시 촛불 상황을 자신의 기억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는 여러 시민, 언론인, 검사, 정치인 등이 등장한다. ‘나의 촛불’이 촬영된 시점이 촛불 정국 직후였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이는 섭외력에 놀라게 된다.
오늘은 이 영화가 많은 사람을 통해 6년 전 그때를 담아내는 방식에 대해 살펴볼까 한다.
먼저 이 영화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나온다. 자료 영상 속 사람들까지 더하면 나이와 직업, 과거와 현재 시대의 폭까지 훨씬 넓어지는데, 오롯이 이 영화의 카메라 앞에 앉아 인터뷰한 사람만도 참 많다.
영화가 시작되면 깔끔한 책꽂이 앞 빈 의자가 보인다. 손석희 JTBC 사장이 들어와 앉으면 “박근혜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묻는 주진우 감독의 목소리가 들리고 손 사장이 답한다.

뒤이어 윤석열, 김성태, 하태경, 이혜훈, 고 정두언, 유시민, 정세현, 심상정 등 인터뷰 시점 기준 전현직 고위 공무원, 국회의원 등도 답한다. 당시 취재 현장에서의 답변이 아니라, 세팅된 인터뷰 장소에서의 차분한 답변이 이어진다.
국회의사당을 비롯한 곳곳에서 촬영된 인터뷰의 특징은 카메라 앞에 앉은 이들이 같은 질문에 연이어 답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답변은 서로 일치하기도 하고 어긋나기도 한다. 특정 상황에 대한 입장 차이를 확인하며 일종의 크로스 체크를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촛불 정국의 시간 순서대로 던져지는 질문에는 일반 시민도 답한다. 반려견이나 가족, 친구와 함께 카메라 앞은 어려 나이대의 시민도 각자의 기억에 따라 답한다. 어둠 속에 얼굴은 가렸지만 당시 촛불 현장에 출동했던 의무경찰도 답한다.

이렇듯 당시 촛불을 들었거나 미디어를 통해 지켜본 시민, 취재했던 언론인, 탄핵을 주도했던 정치인, 수사를 진행했던 검사 등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당시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소신대로 행동했을 많은 이들은 그때의 자신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지금의 상황도 둘러보게 된다.
이 영화의 또 다른 흥미로운 지점이기도 한데 영화 제작 당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시간 차이로 인한 변화도 실감할 수 있다. 촛불 직후 제작되었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개봉이 미뤄지는 사이, 출연진 중에는 고인이 된 이도 있고 촛불에 대한 입장이 바뀌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도 있다. 강산이 절반은 바뀐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더더욱 촛불의 의미에 대해 입체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영화에는 매우 차분하게 담겼다. ‘나의 촛불’은 예상보다 매우 담담한 방식으로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영상, 취재를 거부하며 자리를 뜨는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다. 영화 내내 흐르는 내레이션도 들리지도 않는다.
누군가는 재미있는 추억으로, 누군가는 직접 민주주의의 가능성으로 이야기하는 영화 ‘나의 촛불’을 통해 각자의 촛불에 대해 회상과 예상 모두 해보길 바란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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