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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국립국어원이 1988년 표준어 규정을 개정 고시한 이래 지금까지 이어온 표준어의 정의다. 1933년 조선어학회가 ‘현재 중류 사회에서 쓰는 서울말’로 정했다가 바뀐 것이다. 사투리(방언)를 쓰면 마치 교양 없는 사람인 것 같다. 과거 사투리를 쓰면 ‘촌놈’ 취급받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2006년에 한 연구모임이 표준어가 지역어 사용을 제한하고 사람을 멸시·차별한다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3년 뒤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기각했지만 표준어 집착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엔 충분했다.

1970년대 산업화 시기 고운말·바른말 쓰기 운동까지 벌어지더니 80년대를 거치며 방송 등에서 사투리에 대한 심의와 제재가 강화됐다. 표준어 정책이 국가권력의 남용이라는 의견도 있다. ‘교양 있는 서울말’이라는 대목에서는 ‘우월성’까지 묻어난다. 국가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국어체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통합과 효과적 교육, 한글의 글로벌화, 규범적 언어 등 그 성과가 적잖다. 그렇더라도 어느 국가든 지역마다 고유의 사투리가 존재한다.

개그 프로그램 소재로나 등장했던 사투리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홀대받던 사투리가 지방자치단체 정책과 슬로건에 등장할 정도다. 부산은 2030세계엑스포 유치를 위한 공식 홍보 포스터에 “함 이겨보까?”라는 문구를 넣었다. 대전은 16년간 사용하던 브랜드 슬로건을 버리고 ‘대전이쥬(대전 is u)’를 채택했다. 광주의 공영 자전거 이름은 ‘타랑께’다. 경북도의 공식 유튜브 채널 이름은 ‘보이소 TV’다.

언어는 변한다. 국립국어원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나래’, ‘새초롬하다’, ‘잎새’ 등 74개 단어를 표준어로 추가했다. 사투리는 조상들의 삶과 정서, 역사와 습관이 배어 있는 언어적 유산이다. 영화 ‘친구’는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우리 친구 아이가”라는 부산 사투리를 유행어로 만들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 최명희의 ‘혼불’도 사투리가 없었다면 감흥은 달라졌을 것이다. 사투리의 다양성과 정감을 살리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을 듯싶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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