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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太 주도권 확보 고래싸움… “韓, 국익 부합 협력 전략 필요” [한반도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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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26 06:00:00 수정 : 2022-01-25 19: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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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전략경쟁에 딜레마 빠진 한국
인태 지역, 中 팽창·美 봉쇄 ‘패권경쟁’ 충돌
국제 정세 영향 미치는 중요 변수 부상

‘일대일로’ 통해 영향력 확대 꾀하는 中
美 견제 목적 한국 등에 협력 강조 나서

美는 濠·日·印·英과 ‘쿼드’ ‘오커스’ 결성
역내 주요국들 ‘내 편 만들기’에 열 올려

한국은 ‘외교적 부담’에 소극적 대응만
“독자적인 기여 방안 강구 필요” 목소리
美·日 화상회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화상 회담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 상황에서 한국의 딜레마는 여전하다.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한국의 전략적 선택은 차기 정권이 들어설 올해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태평양 지역은 ‘미래의 국제질서가 결정될 곳’이라는 평가를 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본격화하면서 사용하기 시작한 인도태평양 개념이 중국 견제적 성격을 내포한 점을 의식해 외교정책의 대상으로서 인도태평양이라는 지역 개념을 수용하기보다는 의도적으로 거리를 둬왔다.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이 인도태평양 주도권 확보를 핵심 이익이자 국가 안보가 걸린 문제로 천명한 상황에서 한국의 소극적 대응이 ‘전략적 존재감’만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중 간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인도태평양 지역의 역내 평화와 안보 관련 이슈들에서 한국이 독자적으로 기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 국제정세에 가장 큰 변수, 인도태평양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는 수십년 전 해양 생물학에서 처음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안보 측면에서 인도태평양 개념은 일본에서 처음 착안됐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아시아와 인도, 아프리카의 협력 확대를 강조하며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개념을 반복적으로 사용했고, 이를 미국이 중국 견제의 함의를 담아 채택했다.

인도태평양은 이제 하나의 보편적인 지리적·전략적 개념으로 쓰인다. 구체적으로 미국과 일본, 호주 그리고 인도를 잇는 선을 상정하면 된다. 작게 보면 이 4개국의 연합이지만 크게 보면 미국부터 아프리카 해안까지 이어져 사실상 지구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인도태평양은 국제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미·중 전략경쟁은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및 서남아시아, 서태평양 등 인도태평양 전역에 걸쳐서 진행 중이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맞서 중국을 봉쇄한다는 의미가 크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부터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인도태평양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또 ‘중국몽’(중화민족의 부흥)을 넘어 ‘아시아·태평양의 꿈’을 실현하자며 역내 운명 공동체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中 항공모함 산둥함 2019년 12월 17일 중국 하이난성 싼야 해군기지에서 중국 첫 자국산 항모인 산둥함 취역식이 거행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중 최대 격전지 속 ‘우리 편 만들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1일(현지시간) 82분간의 첫 화상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은 바이든 대통령이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경제적 리더십 중요성을 확인하고, 기시다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대해 강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IPEF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발표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동 번영을 위한 포괄적인 경제협력 구상으로,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반중전선’의 경제 연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미국은 이처럼 인도태평양 역내 주요국들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 등 전통적 동맹들과 관계를 다지는 것은 물론 미국·호주·일본·인도 4국 협의체 ‘쿼드’와 미국·영국·호주 3국 동맹 ‘오커스’ 등을 결성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갈수록 커지는 중국의 팽창 위협에 맞서고 있다. 중국도 미국의 동맹·파트너이지만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및 동남아 국가들을 상대로 협력을 강조하며 미국을 견제하려 한다. 우방인 러시아와도 정치·경제를 망라한 밀월관계를 키우며 반미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인도태평양은 미·중만의 격전지는 아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열강들은 물론 유럽 27개국 협력체인 유럽연합(EU)까지 인도태평양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만큼 21세기에 이 지역이 전 세계에 미칠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광범위하다는 방증이다.

◆인도태평양의 전략적 가치

인도태평양 지역은 막대한 경제적 잠재력을 가진다. 중국(15억명), 인도(14억명) 등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들이 위치해 있다. 여기에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1~3위 경제 대국들은 물론이고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이는 신흥국들도 자리하고 있다.

또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남중국해는 전 세계 해상 교역의 요충지인 동시에 한·중·일 등 역내 주요국들이 수출과 원자재를 들여오는 데 사용하는 항로다. 바다 아래에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대규모 매장돼 있고 풍부한 어장이 역내 인구의 식량과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90% 주장을 굽히지 않고, 미국은 이곳을 공해라고 주장하며 항행의 자유작전을 펼치며 충돌하는 원인도 이 지역이 가진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다.

미국이 2019년 발간한 인도태평양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태평양 지역은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3분의 2를 기여하고 세계 GDP의 60%를 차지한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항구 10개 중 9개가 역내에 위치한다. 전 세계 해상교역의 60%는 아시아를 통과하고 남중국해에서만 세계 해상운송의 30%가 지나간다.

인도태평양은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 지대이기도 하다. 일본, 호주, 캐나다 등 아시아와 태평양의 11개국은 2018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출범했다. CPTPP 회원국들은 전 세계 GDP 13%, 무역 15%를 구성한다. 중국이 주도해 한국, 일본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도 지난 1일 공식 발효됐다. 우리나라는 국회 비준절차로 인해 한 달 늦은 2월1일 발효된다. 협상 과정에 동참했던 인도가 중도 이탈해 아세안 10개국과 비(非) 아세안 5개국으로 출범하는 RCEP는 역내 인구가 23억명, 연간 GDP가 세계 전체의 약 30%(26조 달러)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이다.

美 항공모함 칼빈슨함 지난 17일부터 엿새 동안 실시된 미국과 일본의 연합군사훈련에 참여한 미 해군 항공모함 칼빈슨함.  미국 해군 칼빈슨 항모 페이스북 캡처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한국 외교 방향은

지난해 1월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년 동안 중국 견제를 위해 다양한 외교·안보적 노력을 해왔다. 특히 동맹국인 일본과 호주, 인도라는 핵심적 전략 파트너 국가와 함께 쿼드 협의체를 정상급으로 격상하고, 핵심 동맹국인 영국 및 호주와는 중국의 해양진출 확대에 대한 군사안보적 억지(抑止)를 위해 오커스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중국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강경한 견제전략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세 번째 임기 연장이 예상되는 중국 시진핑 정부 또한 기존 추구해 온 팽창주의적 대외전략 및 공세적 외교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태평양 지역은 한국 정부로서는 미국과의 동맹을 한층 심화하며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중국과의 갈등 요인으로 작용해 외교적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미·중 사이에 있는 한국 정부로선 한층 더 전략적이고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는 최근 ‘한국의 인도태평양 지역협력 추진방향’이라는 정책연구 보고서를 통해 “미·중 전략경쟁을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포괄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의 독자적인 인도태평양 지역협력 전략은 한국의 전략적 이익과 한국이 지향하는 가치를 반영하고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인도태평양 지역 질서 구축을 목표로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아세안은 인도네시아 주도로 아세안 차원에서 인도태평양 개념을 전격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기반으로 아세안이 중시하는 원칙을 반영해 독자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정립해 미·중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며 “이제 한국도 이러한 기존의 인도태평양 개념에 대한 소극적이고 회피적인 대응을 끝내고 인도태평양이라는 확대된 지역 개념을 기반으로 한 적극적 지역협력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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