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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파 대거 빠진 벤투號 ‘지배하는 축구’ 구현하다

입력 : 2022-01-17 01:00:00 수정 : 2022-01-17 00: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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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와의 친선경기 5-1 대승

2016년 유럽선수권 8강팀 상대
주전 공백 속 최상의 경기력 유지
선수 4명 대표팀 데뷔골 터뜨려
유럽국가 상대로 최다골차 승리
새해 첫 A매치 ‘플랜B’ 합격점
한국 축구대표팀 스트라이커 조규성(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15일 터키 안탈리아의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이슬란드와의 친선 경기 전반 15분 선제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2018년 지휘봉을 잡은 뒤 칭찬보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들었다. 특히, “상대에 따른 전술 변화가 거의 없다”는 비판이 많았다. 신출귀몰한 맞춤 전술로 상대를 공략하는 경기를 원했던 축구팬들에게 매 경기 비슷한 전술,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단으로 나서는 ‘벤투 축구’는 지루해 보였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상대에 따라 전술을 바꾸는 것보다 우리의 축구철학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자신만의 방식을 우직하게 이어나갔다.

 

이 우직함이 지난해 말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대표팀이 좋은 경기력으로 같은 조에 소속된 경쟁팀들을 연파하기 시작한 것. 특히, 이 성과가 팀의 핵심인 유럽파들이 부상과 컨디션 저하 등으로 100% 기량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만든 것이기에 더 놀라웠다. 취임 이후 동일한 철학에 기반을 둔 전략을 지켜나간 결과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심지어 선수가 바뀌어도 일정 이상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대표팀의 발전한 모습은 ‘월드컵의 해’인 2022년에도 계속됐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5일 터키 안탈리아의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이슬란드와의 친선 경기에서 5-1로 대승을 거뒀다. 한국은 유럽 국가를 상대로 한 남자축구 A매치 경기에서 최다골 차 승리를 거뒀다. 종전 기록은 2002년 5월16일 스코틀랜드와 치른 친선 경기(4-1 승)의 3골 차였다.

 

아이슬란드는 인구 30여만명의 소국인 데다 FIFA랭킹도 33위인 한국보다 한참 낮은 62위에 불과하지만 불과 6년 전인 2016년 열린 유럽선수권대회에서 8강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던 복병이다. 한국축구가 전통적으로 약했던 힘과 큰 체격을 바탕으로 한 북유럽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기도 하다. 여기에 이번 친선경기가 FIFA가 정한 A매치 기간에 열리지 않아 대표팀 주축 대부분이 참여하지 못해 과연 선전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기우였다. 전반 15분 만에 조규성(김천 상무)이 김진규(부산)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았고, 전반 24분에는 상대의 페널티킥을 유도해냈다. 아쉽게도 페널티킥을 권창훈(김천 상무)이 실패했지만, 3분 뒤 권창훈이 이동경의 절묘한 스루패스를 득점으로 연결하며 만회했다. 여기에 전반 29분에는 백승호(전북 현대)가 위력적인 중거리포로 3-0으로 점수를 더 벌려놨다. 주전들이 대거 빠졌지만 벤투 감독이 늘 강조해왔던 ‘지배하는 축구’가 그라운드에 구현됐다.

 

아이슬란드가 전방압박과 공격을 강화해 후반 9분 한 골을 만회했지만, 대표팀 선수들은 한번 잡은 경기의 지배력을 끝내 내주지 않았다. 후반 28분 조규성의 첫 골을 도왔던 김진규가 이 경기 네 번째 득점을 올렸고, 후반 41분에는 이날 2002년생의 신성 엄지성(광주)이 이영재(김천 상무)의 크로스를 받아 A매치 데뷔전, 데뷔골을 터뜨렸다.

 

주전들을 뒷받침할 ‘플랜 B’를 만드는 중요한 숙제도 달성했다. 이날 조규성, 백승호, 김진규, 엄지성 등 4명이나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고, 김건희(수원 삼성), 이영재, 강상우(포항) 등도 제 몫을 해내 벤투 감독을 든든하게 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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