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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기도 만드는데”… 중국 전투기 수출이 부진한 이유는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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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2-25 06:00:00 수정 : 2021-12-25 17:3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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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군 J-16D 전투기(왼쪽)과 KJ-500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지난 9월 주하이에서 열린 제13회 중국항공우주전시회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국의 군용기 제작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러시아산 전투기를 복제하는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 J-20과 공중조기경보통제기 KJ-500, J-16D 전자전기, ‘중국판 글로벌호크’ WZ-7 고고도 무인정찰기 등 첨단 기종을 독자 개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우수한 품질을 갖춘 무기라면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중국이 만든 군용기를 실제로 도입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산 군용기 수출이 생각만큼 활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공군이 도입한 러시아산 SU-30 전투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중국은 기존의 러시아산 기종을 자국산으로 대체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중국, 일부 선진국만 만드는 기종 잇따라 선보여

 

중국의 항공우주산업은 수십년 동안 큰 폭의 발전을 이룩했다. 냉전 시기에는 구소련 기종을 대량 복제하는 ‘하늘의 인해전술’ 방식에 충실했다. 

 

하지만 탈냉전 이후 개혁개방 노선을 걸으면서 미국 및 유럽 기종과 유사한 수준의 군용기를 계속 만들어왔다. 특히 일부 선진국에서만 개발한 군용기를 선보이며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모양새다.

 

지난달 중국중앙(CC)TV가 훈련 과정을 공개한 WZ-7 무인기는 정찰과 공격 임무 수행이 가능한 다목적 고고도 무인기다. 자체적으로 수집한 정보를 지상 지휘소에 전달하고, 내륙에 침투해 공격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중국 공군 WZ-7 무인기(왼쪽)가 지난 9월 주하이에서 열린 제13회 중국항공우주전시회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고도 20㎞ 상공에서 시속 750㎞의 속도로 10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하다. CCTV는 WZ-7이 이륙 후 정찰 위치와 항로를 설정하고 각종 정보를 수집해 공수부대에 전달하는 모습을 공개, 실전 운용에 문제가 없음을 과시했다.

 

WZ-7은 2006년 주하이 에어쇼에서 모형이 처음 공개된 후 2011년 개발을 완료해 2019년 중국 지린, 티베트 등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에는 타이완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해 유사시 대만해협에서도 활동할 가능성을 열었다.

 

중국 해군 항공모함에 쓰일 전투기의 성능개량도 추진 중이다. 항모 랴오닝호와 산둥호에는 중국의 유일한 함재기인 J-15가 탑재되어 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아 실제 전투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중국은 J-15의 성능을 높인 것으로 추정되는 개량형 J-15를 공개했다. 개량형 J-15는  중국산 최신형 공대공 미사일 PL-10을 탑재한다. PL-10은 기존보다 높은 수준의 기동성과 적외선 유도능력을 지니고 있어 공중전에 유리하다. 

 

조종석 전면과 날개에 있는 적외선 검색 및 추적 시스템(IRST)이 바뀌고,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가 장착되는 등 항공전자장비 성능도 향상된 것으로 추정된다. 착륙장치도 강화돼 스키 점프대를 사용하는 랴오닝호와 산둥호는 물론 사출장치를 사용하는 차세대 항모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앞서 중국은 미국의 F-35를 겨냥해 스텔스 전투기 FC-31을 개량한 함재기를 공개한 바 있다. J-15가 성능개량을 통해 전투력을 높였지만, 그 수준은 4.5세대다. 레이더에 탐지될 확률을 크게 낮춘 5세대 스텔스기 F-35와 맞서기에는 제약이 많다. 스텔스 함재기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중국 FC-31 스텔스 전투기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게티이미지

하지만 J-20은 외형이 매우 커서 항모에 수납하기가 어렵다. 스텔스 성능을 지닌 소형 함재기가 필요하다. FC-31은 J-20보다 작아서 함재기로 쓰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중국 공군 J-20 스텔스 전투기가 지난 9월 주하이에서 열린 제13회 중국항공우주전시회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게티이미지

중국이 자체 개발한 Y-20 전략수송기를 개조한 Y-20 공중급유기는 중국 공군의 작전 반경 확대를 위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중국 공군은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를 작전 지역에 포함하고 있으나, 항속거리의 한계로 작전에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국산 공중급유기를 확보하면서 이같은 문제도 해소될 전망이다.

 

중국 공군이 일본 오키나와-필리핀-믈라카해협을 연결하는 제1도련선을 넘어 괌-사이판-파푸아뉴기니 근해를 연결하는 제2도련선에 진출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때 미국의 지원을 먼 거리에서 차단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의미다. 

 

◆해외시장선 ‘고전’…“정치적 고려 시 구매 제한”

 

다양한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전투기나 무인기를 제작한다는 것은 그만큼 항공우주기술 수준과 경제력이 높다는 의미다. 

 

이들 기종을 도입한 국가와 전략적 관계를 맺고 외교 및 군사적으로 후원할 능력도 갖췄다는 증거가 된다. 

 

중국도 세계 각국을 상대로 JF-17, J-10 등을 제안하며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도입국은 JF-17 공동개발국인 파키스탄을 비롯해 방글라데시 등 일부에 그치고 있다. 스텔스기조차도 외면받는 실정이다. 

중국 공군 윙룽-2 무인기가 지난 9월 주하이에서 열린 제13회 중국항공우주전시회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무인기는 전투기보다는 더 많은 관심을 받아 이집트, 나이지리아 등에 판매됐지만 미국이나 유럽 기종에 밀리는 모양새다.

 

이같은 추세가 벌어지는 원인으로는 중국의 공격적인 대외 정책이 지목된다. 첨단 군용기를 거래하는 것은 판매국과 구매국 간 전략적 관계를 구축하고 군사협력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서 높은 수준의 국가적 신뢰 관계 구축이 필수다. 

 

그런데 중국은 최대 잠재적 시장인 아시아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전개되는 중국의 군사적 행동은 주변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불신을 키운다. 중국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과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공군기 16대가 보르네오섬 코타키나발루 비행정보구역(FIR)에 진입했다. 말레이시아 측은 코타키나발루 비행정보구역 항공교통관제소에 연락하라고 요청했으나, 중국 공군기는 따르지 않았다. 중국 해안경비대와 해군은 2016∼2019년 89차례에 걸쳐 말레이시아 영해를 침범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나투나 제도를 둘러싸고 인도네시아, 스프라틀리 군도를 놓고 베트남 및 필리핀 등과 분쟁을 벌이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신뢰 구축이 이뤄져도 군용기 거래가 실현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중국은 주변국과 신뢰 대신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산 군용기 도입에 회의적인 이유다. 

중국산 L-15 훈련기가 지난 14일 두바이에서 열린 에어쇼에 전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말레이시아는 쿠웨이트에서 쓰던 미국산 F/A-18 전투기 33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산 F-15EX나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 구매를 고려 중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무기 시장 중 하나인 인도는 중국과 국경분쟁을 벌이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군용기를 살 만큼 중국을 신뢰하는 나라는 찾기 힘들다. 

 

중동과 아프리카는 미국, 유럽의 영향력이 강해 후발 주자인 중국의 ‘틈새 파고들기’가 만만치 않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최근 프랑스와 라팔 전투기 80대, 카라칼 헬기 12대 등을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규모만 190억 달러(약 22조6000억 원)에 달한다.

 

중국으로서는 그나마 수출 가능성이 있는 곳이 인도태평양 지역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정치적 신뢰 구축 대신 갈등과 대립을 불러일으킨다면, 중국산 군용기의 수출은 앞으로도 많은 제약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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