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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가들은 왜 그 추운 남극에 갔을까?

입력 : 2021-12-25 01:00:00 수정 : 2021-12-24 20: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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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년에 걸친 남극 탐험 기록
스콧·아문센 등 숨가쁜 경쟁 담아
그들의 성공 혹은 실패 원인 분석
‘주인 없는 땅’에 대한 분쟁 역사도
우리는 남극대륙을 탐험하고자 했던 200년간의 기록을 통해 그저 얼음 대륙, 펭귄들의 땅으로만 알고 있는 남극에 대해 더 깊고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남극 킹조지섬 맥스웰만 해변의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남극대륙/데이비드 데이/김용수 옮김/미다스북스/4만5000원

 

바람은 끊임없이 불어댔고, 폭풍우는 수시로 휘몰아치곤 했다. 날씨는 또 얼마나 추운지, 사람들의 코트가 다 뻣뻣해질 정도였다. 영국 요크셔의 농장 일꾼 아들인 제임스 쿡 선장은, 사나운 날씨 속에서 레절루션호와 어드벤처호를 이끌고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갔다. 빙산들 사이에서 목격된 펭귄 두 마리는 육지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하게 했지만, 육지는 도대체 보이지 않았다.

 

1773년 1월17일, “잃어버린 대륙을 발견하라”는 지시를 받은 쿡과 일행은 남반구에서 위도 66.5도부터 남극점까지의 지역인 ‘남극권’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새 대륙을 잔뜩 기대했지만, 눈앞에는 배의 전진을 가로막는 얼음으로 덮인 바다뿐이었다. 배와 안전을 위태롭게 할. 그는 결국 남위 67도에 도달하자 명령을 내려야 했다. “배를 돌려라!”

 

이듬해 1월30일 아침에도 남위 71도 10분, 서경 106도 54분까지 내려가서 두려움에 가득 찬 시선으로 남쪽으로 펼쳐진 얼어붙은 바다를 쳐다봤다. 끝내 남극 대륙을 발견하지 못한 그는, 낙담한 표정을 얼굴에 달고 1775년 8월 자신이 작성한 해도와 일지를 가지고 런던의 해군성 건물 계단에 올라가야 했다.

 

비록 쿡은 1779년 하와이의 어느 해변에서 야만적으로 살해됐지만, 그가 남긴 남극 탐험 일기는 수많은 나라와 탐험가들을 자극했으니. 특히 미국과 영국, 아르헨티나 바다표범 잡이들이 재빨리 반응했고, 유럽 제국들 역시 영토적 야심을 키웠다. 러시아도 벨링스하우젠을 대장으로 남극 탐험대를 보내기도 했다. 도전은 지속적으로 시도됐다.

 

그리하여, 1911년 12월15일 코와 입술 사이의 인중이 유달리 길었던 노르웨이 로얄 아문센과 4명의 동료들은 영화 56도의 살인적인 추위를 뚫고 남극점에 최초로 도달했다. 그들은 조랑말에 짐을 가득 실은 영국의 로버트 스콧 탐험대보다 남극점에 먼저 도달하기 위해 스키와 개 100여 마리가 끄는 썰매를 이용했다. 선두에 있는 썰매에 부착된 스키 막대 위에 노르웨이 국기를 세운 채.

 

남극점으로 생각한 곳에 도착하자, 아문센과 동료들은 임시변통으로 깃대를 만들고 노르웨이 삼색기를 꽂아 세웠다. 아문센을 다음과 같이 자신만만하게 선언했다. “친애하는 국기여, 우리는 이렇게 그대를 남극점 위에 꽂는 바이며, 그대가 놓인 평원에 하콘 7세 고원이란 이름을 부여하노라.”

 

기념사진까지 찍은 아문센과 동료들은 기진맥진한 개 한 마리를 동료 개들이 먹을 수 있도록 머리를 강타해 도살한 뒤 개의 이빨과 꼬리의 털을 남겨 뒀다. 하지만 그들은 곧 자신들이 남극점에서 8킬로미터 이상 떨어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아문센은 동료들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몇 킬로미터씩 보내 표시도 하고 남극점을 찾도록 했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결국 생존한 개 11마리가 끄는 썰매를 타고 출발한 곳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경쟁자였던 영국의 스콧은 이듬해 1월16일에야 노르웨이인들이 남겨둔 검은 표시 깃발을 마주치고 낙담했다.

데이비드 데이/김용수 옮김/미다스북스/4만5000원

저자 데이비드 데이(David Day)는 전 세계의 기록보관소에서 문서를 끌어 모아 1755년 남극권을 처음 돌파한 제임스 쿡 이래 남극점을 향해 숨 가쁜 레이스를 펼친 스콧과 아문센, 남극을 비행한 클래런스 엘스워드와 리처드 버드, 남극을 종단한 어네스트 새클턴 등 200년간에 걸쳐 남극 대륙 탐험의 기록을 매력적으로 담아냈다. 남극점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아메리카, 아프리카에 이어 4번째로 큰 대륙임에도 면적의 약 98%가 평균 두께 1.6km의 얼음으로 덮인 땅 남극대륙, 2세기 동안 그곳에서 벌어진 모든 일에 대한 최초의 전기쯤 될 터다.

 

우리는 책을 통해 탐험가들과 개척자들이 어떤 이유로 그 추운 남극 대륙에 닿고자 했는지, 그것은 왜 성공 혹은 실패했는지, 주인 없는 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각국의 분쟁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알 게 될 것이다.

 

다행인 것은 1959년 12개국이 남극에 대한 영유권 선언을 금지하고 군사행동과 광물자원 채굴을 금지하는 남극조약을 체결했고, 이후 지금까지 46개국이 이 조약에 서명했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역시 남극에 세종과학기지와 장보고과학기지 2개의 기지를 운용 중이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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