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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野 의원·시민단체까지 ‘통신 사찰’, 공수처장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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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언론인, 야당 정치인과 민간인의 통신자료까지 광범위하게 조회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조회대상은 ‘고발사주 의혹’ ‘공소장 유출 의혹’ 등 수사 대상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민의힘 의원 7명을 비롯해 공수처법이 규정한 수사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인사 등 120여명, 220여건이 넘는다고 한다. 김경율 회계사와 김준우 전 민변 사무차장 등 민간단체와 취재기자의 어머니, 동생 등 가족까지 저인망식으로 통신조회를 요청했다. 야당과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어제 김진욱 공수처장을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고발했다. 김 처장은 경찰에도 고발된 상태다.

집권여당 행태도 가관이다. 군사독재 시절에나 가능할 법한 ‘사찰 논란’에 침묵으로 일관하며 어제 야당의 법사위원회 소집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야당 시절인 2016년 당시 국정원이 당직자 2명에 대해 통신자료 조회를 요청한 데 대해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은 온데간데없다.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

공수처의 권위는 땅에 추락한 지 오래다. ‘하명수사’ ‘황제의전’도 모자라 이규원 검사 사건도 9개월간 끌어안고 있다가 검찰로 돌려보내 ‘공수처 무용론’을 자초했다. 사안이 엄중한데도 공수처는 “적법 절차에 따랐다”는 변명으로 일관한다. 김 처장은 사찰 논란이 한창이던 그제 하루 휴가를 내더니, 어제도 야당 의원이 항의 방문하자 병원치료를 이유로 퇴근했다고 한다. 통신조회가 단순히 성명, 주민번호 등 기본 인적사항만 담긴 ‘통신자료’가 아니라 상대방 번호와 통화일시, IP번호, 발신기지국 위치추적 자료까지 담은 ‘통신사실확인자료’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통신사에 공문만 보내 확보 가능한 통신자료와 달리 통신사실확인자료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민간인 사찰은 중대범죄이자 국기문란 행위다. 아무리 스스로를 ‘아마추어’라고 끌어내려도 불법행위에 대한 해명과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언제까지 ‘정권 하명 수사처’라는 비아냥을 들을 건가. 공수처장이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 법 개정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영장 없이 통신조회가 가능한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은 헌법상 사전검열 금지 원칙과 적법절차 원칙에도 위배된다. 지난 2014년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는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하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인권위 지적을 정치권은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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