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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예측, ‘병상대란’ 초래… 김 총리 “방역상황, 예상보다 심각”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1-11-25 06:00:00 수정 : 2021-11-25 08: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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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몰린 위드 코로나

신규 4115명·위중증 586명 동시 최다
코로나 감염 태아 국내 첫 사망도
정부, 세 번째 병상확보 행정명령
전국 중환자 병상가동률도 70% 넘어
모임 제한·방역패스 강화 등 거론

당국 “중환자수는 5000명대 수준 나와”
정부, 일부 방역 강화 일상회복 지속
수도권만 비상계획 발동 놓고 고민
감염전담병원에만 공급하던 치료제
생활치료센터·요양병원 환자에 공급

한 달 새 일평균 확진자수 2.6배 늘어
노량진·가락동 시장發 확진 계속 증가
천안 종교공동체發 감염도 전국 확산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가 역대 처음으로 4000명을 돌파하고 수도권에 한해 비상계획 발동 가능성까지 언급된 2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 주변에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서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역대 처음으로 4000명을 넘었다. 위중증 환자도 600명에 육박한다. 코로나19 확진 태아 사망 사례가 처음 나온 가운데 신규 사망자(34명, 태아는 제외)도 세 번째로 많이 나왔다.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 후 세 번째 병상확보 행정명령을 내렸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수도권만 놓고 보면 언제라도 비상계획 발동을 검토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24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115명이다. 종전 최대기록(지난 18일 3292명)보다 823명이나 많다. 수도권 확진자(3125명)가 국내 발생(4087명)의 76.5%를 차지한다. 위중증 환자는 전날(549명)보다 37명 늘어난 586명이다. 신규 사망자(34명)는 국내 코로나19 발생 후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최근 코로나19 피해는 저연령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날 코로나19로 인한 사산 사례가 처음 확인됐다. 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18일 임신 25주차 산모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나흘 뒤인 22일(26주차) 사산했다. 사망한 태아 검사 결과 코로나19 양성이 확인됐다. 산모는 미접종자로, 위중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방대본은 이날 0시 기준 사망자에 태아를 포함하고 0∼9세 첫 사망자가 나왔다고 발표했으나 사망한 태아가 출생신고 전인 것을 고려해 통계에서 배제하기로했다. 또 이날 10대 미만 1명, 10대 1명이 중환자로 분류됐다. 10대 미만은 기저질환을 보유했고, 10대는 조사 중이다.

 

김 총리는 “방역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며 수도권에 대한 비상계획 발동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정부는 이날 병상 확보를 위해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 및 국립대 병원 24곳 등 28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준중증병상 확보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를 통해 준중증병상 총 267개를 확보하게 된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3.7%로 전날보다 0.4%포인트 상승한 가운데 전국 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71.0%로 70%를 넘었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첫 4천 명대를 기록한 24일 경기도 성남시청 재난안전상황실 모니터에 확진자 숫자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 강화조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다만 비상계획 발동보다는 다른 조치를 우선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영업시간 제한 등의 조치 가능성은 낮다. 대신 청소년 다빈도 이용 시설이나 식당·카페 방역패스 적용, 미접종 모임 인원 축소, 방역패스 유효기간 설정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확진자가 늘고 있다”며 “방역 강화를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현장 의료진이 격무에 시달리는 가운데 24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코로나19 종합상황실에서 의료진이 병상 CCTV 등을 확인하고 있다. 뉴스1

◆고령층 확진 132% 급증… 예측 빗나가 ‘병상대란’ 초래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전환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증가는 예상됐던 일이었다. 의료체계 내에서 감당할 수준이면 된다는 게 정부 설명이었다. 그러나 일상회복 후 4주차에 들어서면서 중환자 병상이 모자라 허덕이고, 인명 피해도 커지면서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가 갈림길에 서게 됐다. 이 정도 피해를 감수하고 일부 방역만 강화해 버틸 것인지, 수도권만이라도 비상계획(서킷 브레이커)을 발동해 더 큰 위험을 차단할 것인지를 놓고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24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일상회복 후 불안한 상황이 닥친 것은 기본적으로는 방역 완화 후 모임, 여행 등 이동이 많아지면서 확진자 발생 규모 자체가 커졌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이동량을 보면 단계적 일상회복 3주차인 15∼21일 주간 이동량은 2억4871만건으로, 직전 주보다 1.9% 증가했다. 이 수치는 코로나19 발생 이전(2019년 11월18∼24일 2억5797만건)에 근접한 수준이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4차 대유행이 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를 너무 강력하게 시행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정부 예측보다 60세 이상 고령층 확진자가 급속하게 늘었다는 점도 지적된다. 전체 확진자는 10월4주에서 11월3주 3주 사이 59.3% 늘었는데, 60세 이상 확진자는 132.2%나 급증했다. 전체 확진자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24.5%에서 35.7%로 상승했다. 고령층 백신 효과가 빨리 떨어지면서 중증화율이 10월 말 2%대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위중증 환자가 크게 늘었다. 위중증 환자는 일상회복 시행일인 지난 1일 343명에서 이날 586명으로 24일간 243명 증가했다. 지난달 1일 323명에서 24일 316명으로 감소한 것과 다른 흐름이다. 위중증 환자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하루 3000명 신규 확진자에 2% 중증화율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 하루 60명씩 중증으로 악화한다는 의미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중환자 수가 3000명대가 아닌 5000명대 수준으로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24일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평택 박애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진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환자 발생 예측이 엇나가면서 중환자 병상 부족 사태가 초래됐다. 정부는 지난 5일과 12일 수도권에 중환자·준중환자 병상 확보에 이어 이날 비수도권에 준중환자 병상 확보까지 이달 들어서만 세 번이나 행정명령을 내리며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병실이 준비되기까지는 최소 3∼4주가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상회복을 시작했고, 대응도 늦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최재욱 고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늘어난 중환자에 비해 치료 병상, 시스템에 대한 준비가 잘 안 된 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119구급 대원이 이송한 환자를 재이송할 수 있는 다른 병원을 알아보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비수도권 준중환자 병상 확보를 통해 중환자 병상 활용도를 높이고 중환자실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 위주로 입원이 이뤄지도록 병상 배정과 평가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환자의 전원을 거부하는 병원에는 보상 삭감 등 페널티를 부여하기로 했다. 또 확진자 병상 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수도권 긴급대응상황실에 군의관(20명)과 간호사(10명)를 추가 배치하고, 간호사와 행정인력도 배정 업무를 분담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경증·중등증 환자에 대응하기 위해 감염병전담병원에만 공급하던 렉키로나주를 생활치료센터와 요양병원 환자에게도 확대 공급한다. 렉키로나주는 산소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50대 환자나 기저질환자, 폐렴 소견이 있는 환자 치료에 사용한다.

24일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평택 박애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진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하루 확진자 1735명 최다 발생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및 사망자가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서울지역 일 평균 확진자 수는 지난 한 달 새 2.6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 하루 동안 서울지역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최다인 173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약 한 달 전인 10월 셋째주(10월 17∼23일) 일 평균 확진자(662.1명)보다 1073명 더 많다. 사망자는 전날 기준 21명 추가돼 994명으로 늘었다. 이날 오후 9시 기준 확진자도 1513명으로 동시간대 최다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증상 발생부터 확진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3.1일(중앙값 2일), 확진 판정 후 완치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2.2일(중앙값 11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22일 0시 기준 서울지역 코로나19 환자 14만17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확진자의 연령대는 20대(17.3%)와 30대(15.6%)가 가장 많았다.

 

사망자의 경우는 양상이 달랐다. 같은 날 기준 서울지역 코로나19 사망자 960명(치명률 0.7%)의 진단 소요일을 분석한 결과 증상∼확진 소요일은 평균 3.8일(중앙값 3.0일), 확진∼사망 소요일은 19.6일(〃 17.0일)이었다. 연령대별 사망자는 80대 이상(42.9%), 70대(33.3%)가 많았다.

2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내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확진자 접촉 등 일상 속 감염이 빈번한 가운데 특정 공간·시설을 매개로 한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일 종사자가 최초 확진된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의 경우 전날에만 53명이 추가돼 누적 확진자가 69명(전국 72명)으로 늘었다. 송파구 가락시장 집단감염은 누적확진자가 171명에 달했다.

 

비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세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국내 발생 확진자(4087명)의 23.6%(963명)는 비수도권에서 나왔다. 특히 충남 천안시 종교 공동체 마을 관련 확진자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286명으로 크게 늘었다. 상당수 신도의 거주지가 천안 외 지역으로 등록돼 있는 데다 서울·경기·제주 등 타지역에서 10명의 관련 확진자가 확인되며 천안발 전국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진경·이동수·송민섭 기자, 천안=김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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