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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갔다 올게” “하던 대로만”… 차분한 분위기 속 두 번째 코로나 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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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18 11:02:27 수정 : 2021-11-18 12: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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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8일 서울 종로구 동성고등학교에서 한 아버지가 아들을 격려하고 있다. 뉴스1

“잘 갔다 올게.”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8일 오전 7시쯤 서울 종로구 동성고 정문 앞. 마포구에서 온 전미희(56)씨가 시험을 치르러 가는 아들을 힘껏 안아줬다. 함께 온 친형 김용주(24)씨도 격려의 의미로 동생의 어깨를 토닥였다. 전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학교도, 학원도 제대로 가지 못해 아들이 2년 동안 고생이 많았다”며 “(아들은) 수능 대박을 치고 오겠다고 했지만 공부한 대로만 잘 보고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동성고 정문 앞은 이른 시간부터 수험생과 배웅을 나온 학부모들로 붐볐다. 학교 앞 도로에는 학생을 태운 학부모 차량이 줄지어 도착했다. 차량이 몰릴 것을 대비해 주변에 배치된 경찰관도 연신 호루라기를 불어대며 주변 교통을 정리했다. 알던 친구를 만나 서로 응원을 건네는 수험생들도 눈에 띄었다.

 

학부모들은 학생의 등을 두드리거나 짧은 포옹을 나누며 격려의 마음을 전했다. 교문 안으로 들어가는 아들을 지켜보며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 교문 앞에서 학교를 바라보며 두 손 모아 기도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동성고 앞에서 만난 학부모 황석인(57)씨는 “오늘 시험 보는 모든 학생이 잘 보고 잘되라고 기도했다”면서 “수험생 학부모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 나까지 긴장되지만 아들에게는 최선을 다해서 보라고 했다”고 했다.

 

수험생들의 손을 잡아주며 응원하는 가족들도 많았다. 딸과 함께 외손자를 데려다주러 온 신길순(79)씨는 1시간 넘게 교문 앞을 지켰다. 그는 “올해는 학교도 거의 못 가고 집에서 공부해서 제대로 실력이 나올지 걱정”이라면서 “문제지 받으면 바쁘게 설레면서 풀지 말고 침착하게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 딸을 들여보낸 어머니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뉴스1

교문 안쪽에서는 학생들이 시험장 앞에 마련된 게시물을 통해 수험번호와 시험장을 확인하고, 파란색 방역복을 입은 학교 관계자들이 입장을 안내했다. 수험생을 제외하고는 교문 출입이 통제돼 학교 관계자가 대신 학생에게 도시락 가방을 전달해주는 일도 있었다.

 

‘코로나 수능’을 두 번째 치르는 학생들과 학부모들도 있었다. 여의도여고 앞에서 만난 재수생 황모(19)양의 어머니 김모(47)씨는 “작년에도 올해도 코로나 때문에 고생했지만 그래도 올해는 백신도 맞고 상황도 조금 나아져서 그나마 안심”이라면서 “코로나 때문에 힘들어도 다 같이 고생하고 함께 극복해 아이들도 부모들도 힘낼 수 있는 것 같다. ‘강하고 담대하게’ 평상시 하던 대로 실수하지 말고 하고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고3 학부모 김미라(46)씨는 지난해 아들에 이어 올해는 막내딸이 수능을 치른다고 했다. 김씨는 “막내고 딸이라서 마음이 괜히 더 쓰인다. 차에서 내려서 손만 붙잡고 데려왔더니 어떤 응원을 해줬는지 생각도 안 난다”면서 “작년에 처음 맞았던 코로나 수능은 멋모르고 지나간 기분인데 올해는 학원도 제대로 못 가고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지만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수시 합격생 김예림(18·관악고3)양은 이날 시험을 보지 않지만 친구들을 응원하기 위해 수험장을 찾아 교문 앞에서 친구들과 함께 ‘인증샷’으로 추억을 남겼다. 태권도 특기생이라는 김양은 “그동안 함께 고생한 운동부 친구들을 응원하러 왔다”면서 “코로나19로 운동할 때도 마스크를 써야 하고 힘든 일들이 많았는데, 다행히 대학에 합격해 오늘은 집에서 푹 쉴 생각”이라고 말했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 앞에서 수험생들이 셀카로 추억을 남기고 있다. 뉴스1

입실 마감 시간이 다가오자 수험생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오전 8시부터는 경찰차나 경찰 오토바이를 타고 도착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8시5분쯤 여의도여고에는 한 학생이 경찰차를 타고 들어와 급히 입실했고, 8시15분쯤 동성고에 사이렌을 울리며 도착한 경찰차에서 내린 학생도 서둘러 뛰어들어갔다. 수험생들은 이날 시험 시작 시각 30분 전인 오전 8시10분까지 입실해야 했지만, 출입이 바로 통제되지는 않아 지각생들도 무사히 응시할 수 있었다.


유지혜·이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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