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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코로나發 노동의 격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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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11 23:38:42 수정 : 2021-11-11 23: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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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뭘 먹어야 하나.” 점심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아내가 묻는다. “오랜만에 고기나 구울까.” 아내는 삼겹살을 먹은 지 얼마나 됐나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동의한다.

코로나19 거리두기 기간 내 주요 일터가 된 작은방 책상 앞으로 돌아가 한참 마감을 하고 있는데, 장을 보고 돌아온 아내의 표정에 경악함이 묻어 있다. “상추가 몇 장 되지도 않는데, 4400원이래.” 그럼 깻잎을 사지 그랬냐고, 괜히 한마디 보탰다가 타박만 돌아왔다. “깻잎은 뭐 싼 줄 알아.”

유태영 국제부 차장

재택근무와 치솟은 밥상 물가 사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코로나19다. 상추가 금추가 됐다는 얘기를 들으니 올 초 대파값이 크게 올랐을 때가 떠올랐다. 코로나19로 높아진 국경 장벽 때문에 이주노동자가 부족해져 대파를 수확할 일손이 모자란다고 했다.

인력 부족은 요즘 전 세계적 물가 인상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요는 그대로이거나 점점 오르는데, 생산·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니 자연히 가격이 오른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6.2%나 올랐다. 1990년 12월 이후 31년 만의 최대폭 상승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얼마 전 ‘24시간 연중무휴 풀 가동’을 선언했지만, 로스앤젤레스와 롱비치 항구에는 요즘도 70척 이상의 컨테이너선이 줄을 서고 있다고 한다. 조지아주 사바나항에 도착한 컨테이너선은 애초 목표 기간의 2배인 평균 8.5일 동안 머무르는 형편이다. 그러니 26달러에 산 ‘오징어 게임’ 운동복을 핼러윈데이 이전에 배송받으려면 60달러 웃돈을 얹어줘야 했던 기묘한 일이 생긴다. 물류회사에 다니는 후배는 “컨테이너선이 한번 나가면 대개 항구 20∼30곳 정도를 찍고 돌아오는데, 유럽에서는 항만 직원 상당수가 재택근무 중이어서 서류 작업이 2, 3일씩 지연되고 미국에서는 하역 인력과 운송 트럭이 부족해 대기 기간이 길어진다”며 “곳곳에서 병목이 누적되면서 물류비가 코로나19 이전보다 10∼15배 정도 뛰었다”고 말했다.

미국 국내선 항공기 결항 사태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었다. 코로나19 초기 휴직시키거나 내보낸 직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짜놓은 빡빡한 운항 스케줄이 허브 공항의 악천후 탓에 연쇄적으로 꼬여버린 것이다.

코로나19는 노동의 형태뿐 아니라 일자리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꿔놨다. 지금 미국에선 일자리 1000만개가 주인을 찾고 있다. 740만명의 실업자는 역대 최고 수준의 실업수당을 받으면서 다음 일자리를 탐색 중이다. 고강도·고접촉·저임금 일자리는 기피 대상이다. 코로나19 탓에 어린이집과 학교 등이 수시로 문을 닫는 ‘보육 불안정’은 이를 부채질한다.

우리가 이달 초 시작한 ‘위드 코로나’는 방역과 일상 회복의 병행을 뜻한다. 처음엔 확산세를 무난하게 통제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는데, 요즘은 2년 전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 자체가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대선판에선 코로나19의 고통과 피해를 어떤 방식으로 어루만지느냐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그에 못잖게 전 세계가 공통으로 겪은 ‘노동의 격변’ 여파를 정밀하게 계산·대비하고 우리 노동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도 중요한 시점이다.


유태영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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