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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성장엔진 식어가는데… 정치권은 선심공약 남발

입력 : 2021-11-09 06:00:00 수정 : 2021-11-08 22: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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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기구 잇단 ‘경고음’

국가채무비율 2026년 66.7%
35개 선진국 중 최대 상승률
9년 뒤 잠재성장률 연 0.8%
OECD “38國 중 加와 꼴찌”

‘정책 변화없이 現유지 경우’ 전제
저출산 고령화에 생산인구 감소
복지 지출 늘고 세수 기반은 약화
文정부 내년 나랏빚 1000조 전망
한·미 증시 디커플링 현상도 심화

국제경제기구들이 한국 경제에 대해 잇따라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지금 상태로라면 성장잠재력은 0%대로 떨어지는 반면, 국가채무는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란 우려다. 성장동력을 잃고 빚더미에 빠지게 될 것이란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권에서는 재정 상황에 대한 꼼꼼한 점검 없이 양대 정당 대선 주자들이 나란히 ‘선심성 정책’ 경쟁에 뛰어들었다. 경제가 정치 논리에 휘둘리면서 나라 살림살이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작성한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를 살펴보면 2026년 우리나라의 일반정부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6.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말 기준 GDP 대비 일반정부 채무비율인 51.3%보다 15.4%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이 같은 상승폭은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35개국 중 가장 크다. 같은 기간 35개 선진국의 GDP 대비 채무비율은 121.6%에서 118.6%로 3.0%포인트 내려갈 것으로 관측됐다. 채무비율만 놓고 볼 때 우리나라는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상승폭만 놓고 보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빚의 증가속도가 가장 가파르다는 뜻이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등으로 구성된 주요 7개국(G7)의 GDP 대비 채무비율은 139.0%에서 135.8%로 3.2%포인트 하락한다. GDP 대비 채무비율 상승 폭 2위인 체코가 8.7%포인트, 3위인 벨기에가 6.3%포인트인 점을 감안하면 10%포인트대로 상승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도 국가채무가 늘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앞으로 세금을 낼 사람은 줄어드는 반면 세금의 수혜를 입어야 할 계층은 늘기 때문이다.

 

반면에 잠재성장률은 가파른 하락세를 예고한다. 잠재성장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성장동력을 잃고 있다는 뜻으로, 그만큼 세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2060년까지의 재정 전망 보고서를 보면 정책 대응 없이 현 상황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한국의 2030∼2060년 1인당 잠재 GDP 성장률은 연간 0.8%에 그쳤다.

 

잠재 GDP는 한 나라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을, 잠재성장률은 이 잠재 GDP의 증가율을 의미한다.

OECD는 우리나라 1인당 잠재 GDP 성장률이 2000∼2007년 연간 3.8%에서 2007∼2020년 2.8%, 2020∼2030년 1.9%, 2030∼2060년 0.8% 등으로 계속 떨어진다고 봤다.

 

2020∼2030년에는 OECD 평균(1.3%)보다 성장률이 높지만, 2030∼2060년에는 OECD 평균(1.1%)을 밑도는 것은 물론 캐나다(0.8%)와 함께 38개국 가운데 공동 꼴찌가 된다. 우리나라가 속하는 G20(주요 20개국) 선진국 그룹 평균(1.0%)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건 세수가 제한적이라는 의미로, 국가채무에 마이너스 영향을 주게 된다”면서 “신산업이 보다 활성화돼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해야 잠재성장률이 높아지는데 아직은 디지털 전환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구절벽에 성장 위축 가속화… 확장재정 의존 채무 ‘눈덩이’

한국 경제의 위기 신호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큰 것은 잠재성장률의 하락이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하는 상황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잠재성장률은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쉽게 말해 앞으로 경제가 얼마큼 성장할 수 있는지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한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어간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30년 이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0%대로 전망했다는 것은 그래서 충격적이다. 0%대 성장은 사실상 성장이 멈춘다는 의미다.

경기도의 한 산부인과 병원 신생아실의 아기 침대 대부분이 비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OECD는 ‘정책적 대응 없이 현 상황이 유지될 경우’라는 전제를 달았다. 하지만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적 대응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원, 기본소득 등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공약이 나오고 있어 국가채무만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8일 OECD는 재정전망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유발한 (성장세의) 하락과 반등 이후에는 OECD 국가와 G20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성장세가 다시 점진적으로 둔화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성장세는 인구구조가 변하고 생산성 향상이 둔화하면서 대체로 하락해 왔고 정책 변화가 없다면 향후 수십년간 계속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OECD가 특히 우리나라의 2030∼2060년 잠재성장률을 0.8%로 전망한 것은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문제가 다른 나라보다 심각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제성장률의 둔화는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인구 고령화로 복지 지출 등이 늘어나는 와중에 정부의 세금 수입 기반은 약화하기 때문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성장률 재고는 굉장히 중요한 이슈인데, 현 정부를 보면 너무 재정에 의존하고 있다”며 “현재의 재정확장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장이 어렵고 시장의 활력을 이용한 성장 정책, 규제 혁신, 노동시장 유연성 등이 합쳐져 창의와 혁신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제 전망에도 정부 주도의 확장적 재정운용이 이어지면서 국가채무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까지 우리나라의 C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상승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한국과 다른 선진국들의 GDP 대비 채무비율은 올해와 내년을 기해 방향성이 엇갈린다. 35개 선진국의 GDP 대비 채무비율은 지난해 122.7%에서 올해 121.6%로 1.1%포인트 낮아진다. 2022년에는 119.3%로 올해보다 2.3%포인트 떨어진다. 선진국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해진 재정의 역할을 올해부터 줄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47.9%였던 GDP 대비 채무비율이 올해 51.3%로, 내년에는 55.1%로 상승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정부 상황에서 국가부채가 1000조원 넘을 것이란 전망인데, 정치권의 세금 공약을 시행하려면 또 국채를 발행하고 빚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재정은 악화하고 성장동력은 떨어지고 불평등은 커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다 보니 실물경제 흐름의 바로미터인 주식시장에서 우리 경제와 선진국 경제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지난달 고용지표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6거래일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이틀 만에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국내 증시는 3000선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달러 인덱스 급등세와 원화의 일방적 약세의 진정에도 미국 증시와 코스피 간 엇갈리는 흐름이 지속하고 있다. 약세를 이어가는 기저에는 공급망 병목 현상이 자리한다”고 진단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조희연, 남정훈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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