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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 캐릭터 수난시대, ‘성적 대상화’ 그리고 표현의 자유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입력 : 2021-10-01 13:02:53 수정 : 2021-10-01 13: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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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논란을 일으킨 캐릭터. 산케이신문

 

최근 일본에서 페미니스트(이하 페미) 여성들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모양새다.

 

일본은 ‘애니메이션 강국’ 이미지를 부각하며 인기 캐릭터를 앞세워 다양한 분야에서 마케팅 등의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소녀 캐릭터 활용에 불편한 목소리를 내며 “사용을 금지해야한다”는 일부 페미들의 주장에 미소녀 캐릭터들이 갈 곳을 잃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과한 주장에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반면 “여성을 형상화한 미소녀 캐릭터를 꼭 써야 할 이유는 없다” 등의 의견이 맞선다.

 

◆미소녀 캐릭터 수난시대

 

지난 9월 30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지바현 경찰은 공익 목적으로 여자 캐릭터를 만들어 활용했다.

 

귀여운 얼굴에 큰 눈, 세일러복을 입은 모습의 캐릭터는 일본 애니메이션 등에 자주 등장하는 전형적인 ‘일본 미소녀 캐릭터’를 따라 하고 있다.

 

이렇게 디자인된 캐릭터는 컴퓨터 그래픽(CG) 작업을 거쳐 말할 때 입을 벌리는 등 동작이나 표정 표현이 만들어지는데 지바현 경찰은 이를 이용해 자전거 탑승 시 안전 확인과 보험 가입의 중요성 등을 알리는 공익 영상을 제작했다.

 

“규칙을 준수해 올바르게 사용하자”는 취지의 이 영상은 지난 7월 경찰서 홈페이지를 시작으로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됐다.

 

그러던 지난 9월 초 경찰은 캐릭터가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한다’는 항의를 받고 게재 기간 종료 전 동영상을 삭제해야만 했다.

 

◆‘성적 대상화’ 그리고 표현의 자유

 

캐릭터가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한다’는 주장은 세밀한 CG 작업이 원인으로 보인다.

 

경찰에 접수된 항의성 민원에는 “캐릭터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가슴이 흔들린다”,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여자 중고생쯤으로 보이게 만들어 성적 대상으로서 강조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귀여운 미소녀 이미지가 보는 시각에 따라 ‘성적’ 논란을 일으킨 것인데 이같은 주장은 일본 ‘페미니스트 의원 연맹’에서 앞장섰다고 한다.

 

반면 캐릭터를 디자인한 업계 관계자는 “왜, 어째서?”라는 반응이다.

 

관계자는 “항의문을 여러 번 읽어봤지만 의미를 모르겠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캐릭터의 성적인 묘사는 의도하지 않았다”며 “외형만으로 판단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외형(외모)으로 판단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여성 멸시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미소녀 캐릭터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일본 미에현에서 만든 ‘해녀’ 캐릭터는 ‘가슴과 허벅지를 강조했다’ 등의 주장이 나와 논란만 일으키고 사용 승인이 취소됐으며, 일본 자위대가 자위관 모집 포스터에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사용해 포스터를 만들려고 했다가 ‘성적’ 논란에 휩싸여 계획이 취소되기도 했다.

 

일본 소비자 단체 ‘엔터테인먼트 표현의 자유 모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캐릭터들의 ‘성적 대상화’로 ‘비판받는 범위’와 건수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해졌다.

 

단체 대표 “공개된 내용을 외부에서 비판 받았다고 비공개로 전환한 것이 문제”라며 “이같은 일이 크리에이터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앞서 논란이 된 캐릭터를 제작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페미들의 ‘성적’ 항의에 대해 “문제를 논의할 첫걸음조차 없었다”고 의문을 드러냈다.

 

이어 “문제가 있다고 비공개 처리 등으로 넘어가면 앞으로도 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논란은 진행중

 

미소녀 캐릭터를 둘러싼 논쟁은 현재 진행중이다.

 

지난 10일 인터넷 청원 사이트에는 미소녀 캐릭터가 ‘성적 대상화’라는 주장을 펼친 페미를 겨냥해 “비판 근거를 설명하라”는 청원이 게재돼 단 2주 만에 6만 4000건 넘는 동의가 이어졌다.

 

그들이 주장하는 성적 묘사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고 지극히 일방적인 주장이며, 이러한 주장으로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창작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기업이나 개인이 아닌 공공기관에서의 미소녀 캐릭터 사용은 다소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도카이대 가와이 다카요시 교수는 “공공 기관에 요구되는 건 책임”이라며 “홍보의 목적을 미리 명확하게 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의 항의를 받았다는 이유로 관련 영상을 중단한다면 제작자에 실례”라고 덧붙였다.

 

이번 소동은 경찰 측이 문제로 지적된 동영상을 삭제하며 일단락됐지만 이후 계획된 다른 기획까지 모두 무산됐다.

 

캐릭터를 보며 누군가는 귀엽다 등의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반면 누군가에겐 불편한 대상으로 보일 수 있다. 이에 논쟁하며 삭제해 갈등을 키우기보다 창작자의 활동을 보호하면서 지적된 문제를 일부 수정해 사용하는 건 어떨까 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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