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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대학 총장 “여성은 대학 못 와”… 고등교육 붕괴하는 아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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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28 14:00:00 수정 : 2021-09-28 13:4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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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라트 카불대 총장 “이슬람 우선”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학교에서 여학생들이 수업 준비를 하고 있다. 카불=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최고 대학인 카불대학의 신임 총장이 여성의 대학 진학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년간 아프가니스탄의 고등 교육을 강화하고자 했던 미국과 국제사회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모습이라고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모하마드 아쉬라프 가이라트 카불대 총장은 이날 트위터에 “진정한 이슬람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 한, 여성들이 대학에 오거나 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슬람이 우선(Islam first)”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으로 여성이 대학에서 강의를 듣거나 강의를 할 수 없게 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카불대는 1930년 설립된 아프간에서 가장 큰 국영 대학교다. 약 2만 명이 재학 중이며 절반가량이 여학생이다. 가이라트 총장의 발언이 현실화하면 여학생의 교육권이 박탈돼 아프간 고등 교육 전체가 크게 뒷걸음질 치게 된다. 카불대에서 언론학 강사로도 활동한 하미드 오바이디 전 교육부 대변인은 “희망이 없다”며 “고등 교육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고 통탄했다.

 

가이라트 총장은 이달 21일 취임했다. 탈레반은 지난해 5월 취임한 고등교육부 차관 출신의 모하마드 오스만 바부리 총장을 강제 사임시키고 34세의 가이라트 총장을 임명했다. 임직원들은 가이라트의 취임이 부적절하다며 반기를 들었다. 카불대학은 가이라트 총장이 직무대행일 뿐이며, 언제든 적임자가 나타나면 새 총장이 취임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총장 취임에 대한 반발이 크자 당시 가이라트는 “아직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다”며 “제가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시간이 지나 판단해 달라”고 했다.

 

기존 아프간 대학의 교수 절반 이상이 탈레반 재집권 뒤 대학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카불대 이사회는 전체 교원의 4분의 1이 떠났으며,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등 일부 학과에는 아예 교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여성의 교육이 제한되면서 미국과 국제사회가 2001년부터 20년간 공들인 아프간의 고등 교육이 일제히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아프간의 대학을 위해 10억달러(약 1조1825억원) 이상을 투자했고, 그 결과 탈레반 재장악 전 올해 아프간의 고등 교육기관은 150곳이 넘었다. 이들 교육기관에서는 약 50만 명의 학생을 교육했고, 이 중 3분의 1이 여성이었다.

 

현재 일부 사립대는 여학생들이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했지만, 공립대는 휴교가 계속되고 있다. NYT는 공립대가 다시 문을 열어도, 여학생은 여자 교수의 수업만 들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마저도 여성들의 경제 활동이 제한된 탓에 여자 교수가 부족할 것이고 그 결과 대부분의 여성이 수업에 참석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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