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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속 40시간 할머니 곁 지킨 국내 첫 ‘명예구조견’ 소방교 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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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06 17:02:40 수정 : 2021-10-05 09:5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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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는 6일 실종된 90대 할머니를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을 준 백구를 119명예구조견으로 임명했다. 실종 할머니 딸이 백구를 보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도는 6일 실종된 90대 할머니 구조에 큰 도움을 준 백구를 도내 1호 119명예구조견으로 임명했다. 백구가 실종된 할머니의 가족 품에 안겨 있다. 연합뉴스

 

치매환자인 90대 할머니가 한밤중 집을 나와 쓰러지자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도 할머니 곁을 지킨 반려견이 명예구조견으로 임명됐다.

 

6일 충남소방본부는 “홍성소방서에서 반려견 백구(견령 4세)를 전국 1호 ‘명예 119 구조견’으로 임명하고 소방교 계급장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반려견이 명예구조견으로 임명된 건 백구가 처음이다.

 

백구가 명예 구조견으로 임명된 사연은 지난달 25일 새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치매를 앓고 있던 어머니가 사라져 발을 구르던 딸은 “어머니가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어젯밤 집을 나가신 것 같다”며 경찰과 119상황실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집 근처와 마을 주변 일대를 수색했다. 경찰이 인근 농장의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할머니가 마을 밖으로 벗어나는 모습이 확인됐다. 경찰은 할머니가 집을 나간 시간을 24일 오후 11시쯤으로 추정했으며 수색에 홍성소방서 구조대원과 의용소방대, 방범대 등이 추가로 투입됐지만 신고 하루가 지난 26일 오전까지도 할머니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당시는 홍성은 물론 충남 전역에 폭우가 내려 고령의 할머니가 버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경찰과 구조대원들, 가족과 마을 주민의 속도 함께 타들어 갔다.

 

이후 실종 추정 40시간 만인 26일 오후 3시30분쯤 경찰의 열화상 탐지용 드론 화면에 작은 생체 신호가 포착됐다. 집에서 2㎞쯤 떨어진 논 가장자리에 쓰러져 있던 김 할머니 곁을 지키던 백구의 체온이 드론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경찰과 119구급대가 할머니를 발견했을 때 백구는 할머니 가슴에 기대고 있던 상태였다.

 

백구는 치매환자인 90세 할머니가 길을 잃어 논둑에 쓰러졌을 때 곁을 떠나지 않고 하루가 넘도록 할머니의 곁을 지키며 구조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뉴스1
충남도는 6일 실종된 90대 할머니 구조에 큰 도움을 준 백구를 도내 1호 119명예구조견으로 임명했다. 백구가 선물 받은 새집 앞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양승조 충남도지사가 6일 오후 홍성소방서에서 반려견 ‘백구(견령 4세)’의 전국 1호 명예119구조견 임명식에 참석해 축하했다. 뉴스1

 

발견 당시 저체온증을 호소하던 할머니는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현재는 회복 중으로 다행히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경찰은 “할머니가 물속에 있어 체온이 정확하게 표시되지 않았는데 백구의 체온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며 “비가 내리던 악천후 속에서 할머니가 생존할 수 있었던 건 반려견 백구가 곁을 지켜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과정에서 김 할머니와 백구 사이의 각별한 인연도 공개됐다. 3년 전 길에 버려졌던 유기견 백구는 큰 개에게 물려 다쳐 있었고 이를 발견한 김 할머니와 가족은 백구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목숨을 구했다.

 

백구의 주인인 심금순(65)씨는 “비가 내리던 날씨에 실종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족 모두가 애를 태우고 있었다”며 “유독 어머니를 잘 따랐던 백구가 은혜를 갚은 것 같아 고맙고 가족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백구의 명예 구조견 임명식에 참석한 양승조 충남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백구가 믿을 수 없는 기적을 만들어 모두를 감동하게 했다”며 “백구가 보여준 것은 주인을 충심으로 사랑하는 행동 그 이상으로 사람도 하기 어려운 지극한 효(孝)와도 같다”고 말했다.

 


강민선 온라인 뉴스 기자 mingtu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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