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오늘의시선] 사학 존재·절차 무시한 사학법 개정

관련이슈 오늘의 시선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1-09-02 23:09:24 수정 : 2021-09-02 23:09:23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 행정학

인쇄 메일 url 공유 - +

사학 운영 자율성·자주성 중요
비리·적폐 전제로 억압은 안 돼

우리나라는 국가가 설립 운영하는 국립학교, 시도교육청이 설립 운영하는 공립학교, 그리고 민간이 설립하고 운영하는 사립학교가 공존한다. 이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와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공통으로 적용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하고 유치원과 초중등 교육, 그리고 고등교육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사립학교가 담당하고 있기에 이를 규정하는 사립학교법의 개정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2015년을 기준으로 유치원 47.6%, 초등학교 1.3%, 중학교 20%, 고등학교 40%, 그리고 대학교육의 80%를 사립학교가 담당하고 있다.

사립학교법의 입법취지는 제1조에 잘 나타나 있다. 사립학교의 특수성에 비춰 그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앙양함으로써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우리는 일부 사례에 기초해 사립학교는 비리의 온상이며, 사립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을 틈만 나면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악마로 취급하려는 행태를 자주 본다. 사립학교는 지속적인 부패와 비리의 오명을 쓰면서 그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고 사회에서 지탄을 받으면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시각이 대표적이다. 과연 그럴까. 위의 시각과는 달리 대부분 사학의 구성원들은 건학이념을 계승하고, 인재 양성에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행정학

지난 8월 31일 여당의 독주 하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따르면, 사학도 공립학교와 똑같이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임용시험을 통해 교원을 선발해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 역시 자문기구의 성격이 아니라 심의기구로 전환돼 국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사학의 주요 의사결정을 자율적으로 할 수 없게 됐다. 다시 말해 사립학교를 공립학교와 똑같이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이러한 발상의 가장 근본적인 논리가 학교재정의 대부분을 국고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 국회 논의과정에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답변을 통해 사립학교법 일부 개정의 배경에는 사립학교의 재정 대부분이 국고에 의존하기에 국공립학교와 같은 차원의 무차별적 공공성이 크게 자리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전교조와 교총 등으로 팽팽하게 갈리는 사안에 대해 여당의 밀어붙이기식 법 개정 과정과 절차는 국민적 공감을 사기 어렵다.

우리는 이와 관련해 자율형 사립고를 강제로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교육부의 방침에 대한 자사고의 불복청구 관련 재판에서 모두 자사고가 승소한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고교 정상화라는 가치는 사실 평준화를 강조하는 측이나 수월성에 집중하는 측, 양극단의 이념(ideology)과는 관계가 없는 중립적인 지향점이다. 일반고, 자사고, 외고, 국제고, 특성화고 모두 각자에게 기대하는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 모두가 최선을 다해 진력해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하겠다. 문제는 현재의 상태가 비정상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으며, 이는 공교육의 붕괴, 사교육의 창궐,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대표되는 우리의 고교 교육현장의 병폐를 치유하는 방법론에 대한 생각을 한 방향으로 모으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다는 데 있다.

같은 논리로 국공립과 달리 사립을 유지하고 있는 존재의 이유를 잊지 말아야 한다. 투명성과 공공성이라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가치와 똑같은 반열로, 건학이념에 기반한 사학 운영의 자율성과 자주성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열악한 사학 환경을 감안해 이들의 퇴로를 열어주고 공립화해 나가는 중장기정책이 필요한 한편, 이와 함께 사립학교는 사립학교답게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사학의 운영, 특히 교원 임용과 관련한 비리가 발생하는 경우 감독청이 일벌백계의 원칙하에 예외 없이 철저하고 투명한 적용을 담보해야 한다. 그러나 본말이 전도돼서는 안 되는 바 비리와 적폐를 전제로 제도를 만들고 고치는 관행은 절대로 반복돼서는 안 된다. 사학의 자율적 운영은 공공성만큼이나 중요한 가치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 행정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채수빈 '햇살보다 눈부신 미모'
  • 채수빈 '햇살보다 눈부신 미모'
  • 이은지 ‘밥값은 해야지!’
  • 차주영 '완벽한 비율'
  • 샤오팅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