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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소리’ 다시 찾은 두 사람이 들려준 이야기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입력 : 2021-09-04 17:00:00 수정 : 2021-09-04 10: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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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인식 기술 스타트업 전성국 대표
청각장애 2급 판정… 대학 2학년 때 수술
발음 데이터 활용 언어치료법 개발 나서

연극 배우로 제2 인생 사는 지혜연씨
뮤지컬 배우 꿈꾸며 대학서 성악 전공
힘겨운 재활 거쳐 소리 기억 훈련 반복
지난해 SK행복나눔재단에서 진행한 강연에 나선 전성국 딕션 대표.  전성국 대표 제공

“집 밖으로 나갈 때부터 오해를 샀죠. 엘리베이터 앞 이웃 주민의 인사를 듣지 못해 가만히 있었으니까요.”(음성인식 기술 스타트업 딕션 전성국 대표)

“물어봐도 제가 답하지 않으니 ‘쟤는 예의가 없다’는 오해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건넬 말이 있으면 저를 ‘톡톡’ 치거나 눈을 마주쳐달라고 미리 부탁드려요.”(연극배우 지혜연)

청각 장애인을 돕는 사회복지 단체인 ‘사랑의달팽이’ 소개로 최근 기자와 만난 두 사람은 난청(難聽)으로 타인의 오해를 산 적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인공와우(人工蝸牛) 수술로 ‘세상의 소리’를 다시 찾은 둘은 비슷한 처지의 다른 이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며 선뜻 인터뷰에 응했다.

◆‘밥 먹는다’가 ‘밤 멍는다’로 들린다는 사실에 놀란 이들

청각 장애인을 위한 발음교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바름’으로 스타트업 경진대회 등에서 수상한 성국(37)씨는 대학 2년 때 수술을 받았다. ‘발음’을 소리 나는 대로 적은 데서 이름을 따온 바름은 발음을 들리는 그대로 표기해준다. 이를 통해 정확한 발음과 비교할 수 있게 돕는다.

1~2세 무렵 청각 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전 대표는 미술 전공 후 정보기술(IT) 기업 여러 군데에서 근무하는 동안 정리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지금도 소리를 정확히 듣기 위한 훈련을 반복 중이다.

눈으로 보는 ‘문장 표기’와 발음이 서로 다르다는데 적잖이 놀란 청각 장애인들이 종종 있다는 게 전 대표의 전언이다. 예를 들어 ‘밥 먹는다’를 ‘밤 멍는다’로 우리는 말하고 듣지만, 선천적으로 난청이 있는 이들은 이를 몰라 글자 그대로 ‘밥.먹.는.다’로 발음하고 있다는 얘기다. ‘밤 멍는다’로 발음하면, 정말 ‘밥 먹는다’로 알아들을 수 있느냐는 질문까지 받았다고 한다. 이들은 ‘거짓말’ 역시 ‘거진말’이 아닌 ‘거.짓.말’로 끊어 발음해왔던 터다.

성국씨는 청각 장애인의 발음교정을 외국어 공부에 비유했다. 발음하다 실수할까 하는 두려움을 털고 끊임없이 연습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기자가 1시간 넘는 대화에서도 거의 어색함을 느끼지 못했던 건, 뼈를 깎는 전 대표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성국씨는 더불어 “장애와 상관없이 능력이 있다면, 그것을 알아주는 이들은 언제나 주변에 있다”며 “본인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고, 많은 경험을 쌓도록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사용자의 발음 데이터를 활용해 언어장애와 치매 등의 징후를 사전 파악해 언어치료센터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땀을 흘리고 있다.

2014년 뮤지컬 ‘도로시밴드’ 공연 당시 배우 지혜연씨의 모습.   지혜연씨 제공

◆“안녕하세요“로 들릴 거라던 기대를 뭉갠 “아아엉아아”에도…

코미디 연극 ‘보잉보잉’에서 스튜어디스 혜수로 열연했던 혜연(33)씨는 3년 전 왼쪽 귀에 이어 지난해에는 오른쪽 귀까지 인공와우 수술을 받았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며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던 지씨는 3년 때 난청 진단을 받았다. 유전성이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청력이 저하되는 난청은 그에게 ‘뮤지컬 배우의 꿈을 포기하라’는 선고와도 같았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수술 후 피나는 노력으로 소리를 받아들이는 재활을 거쳤고, 비록 예전처럼 노래 부를 수는 없지만 대사에 감정을 마음껏 실을 수 있는 연극배우 생활에 큰 행복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런 혜연씨도 첫수술 후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인공와우 수술만 하면 세상의 모든 소리를 되찾을 거라던 기대와 달리 “안녕하세요”라고 전한 대사는 “아아엉아아”로 들리기 일쑤였다. 인공와우를 거쳐 뇌가 인식해야 글자의 형태로 소리를 받아들일 수 있고, 그래야 ‘정체불명’의 발음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제는 기자와의 1시간 30분에 걸친 대화도 문제없을 만큼 수월하게 말하고 들을 수 있게 됐다는 그 역시 다시 듣게 된 소리를 기억하는 훈련을 끊임없이 반복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과 달리 “인공와우 수술 후 예견치 못한 경험에 놀라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걱정 가득한 마음도 전했다.

혜연씨는 무대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장애로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 거라고 봤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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