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어디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직접 보니까 이해가 될 거 같더라고요.”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은 지난 8일 오후,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면 사곶해수욕장.
이날 기자가 해수욕장 방문객들에게 ‘중국산 쓰레기가 백령도 해안에 밀려온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이곳은 배를 타고 백령도에 닿으면 내리는 용기포항 여객터미널에서 남서쪽 방향 직선으로 1㎞ 조금 넘는 거리에 떨어져 있다. 백령도 전체를 놓고 보면 남동쪽에 자리했다.
앞서 기자는 서해 최북단 섬인 백령도가 최근 몇 년 사이에 해안에 밀려드는 중국산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실을 확인하고자 방문했다.
논란이 되는 중국산 쓰레기는 대부분 백령도 인근에서 불법 조업을 벌이는 중국 어선에서 버려지는 것 등으로 추정되며, 이날 해변에서도 생산지가 중국의 여러 지역으로 표기된 쓰레기가 잇따라 나왔다.
‘허베이(河北)성 창저우(滄州)….’
찌그러진 채 나뒹구는 초록색 음료수병을 들어 살펴보니 허베이성으로 표기된 생산지가 눈에 띄었다. 구글지도에서 찾으니 창저우에서 백령도는 직선거리로 675㎞가 나왔다. 창저우에서 생산돼 유통된 후, 어선에 실려 어디에선가 쓰인 뒤 바다에 버려져 해안에 밀려온 것으로 추정됐다.
지린(吉林)성 창춘(長春)과 랴오닝(遼寧)성 라오양(遼陽)에 공장을 둔 것으로 적힌 음료수병도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연이어 나왔다. 이어 발견된 쓰레기들의 생산지도 장쑤(江蘇)성 쉬저우(徐州), 산둥(山東)성 둥잉(東營), 웨이하이(威海), 지난(濟南) 그리고 텐진(天津) 등으로 확인됐다. 일부는 해안에 떠밀려 온 지 오래된 듯 포장이 검게 변하고 문드러졌다.
사곶해수욕장 인명구조대 서주원(23)씨는 “이곳에 밀려드는 쓰레기의 절반은 중국산이라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그는 “최근에는 중국 책이 들어 있는 가방도 봤다”며 “(중국산) 과자, 세제통 등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생산지가 북한 평양으로 찍힌 과자의 비닐 포장도 이곳에 흘러들어와 발견됐다고 한다.
해변에 밀려드는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인근 군부대에서도 인력이 동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곶해수욕장에서 서남쪽 방향 직선거리로 5㎞ 정도 떨어진 장촌포구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에서 만난 어민들은 “바다에 어망을 치면 중국에서 온 쓰레기가 걸린다”며 “주변에 쓰레기 모아둔 것만 봐도 중국에서 온 물병 같은 게 많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특히 봄에서 여름에 걸쳐 중국산 쓰레기가 많이 발견된다고 입을 모았다. 여름철 바닷물의 흐름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냈다.
한 어민은 “겨울에는 이런 일이 드물다”며 “계절마다 바람의 방향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령도에서 지난해 수거된 해안 쓰레기는 114톤으로, 2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국내의 한 해양 전문가는 통화에서 “바다 표층의 쓰레기는 해류의 영향도 받지만 조류, 바람에 따라서도 흘러가는 방향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해류의 흐름을 나타내는 모식도만으로는 바닷물에 떠다니는 쓰레기의 방향을 예측하기는 어렵다”며 “쓰레기가 바람과 닿는 면적, 물과의 마찰력, 쓰레기의 무게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양환경공단이 지난 4월 발표한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사업 추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2020년 우리나라 해안에서 발견된 쓰레기 중 중국산의 비율은 96.0%(2018년), 92.9%(2019년), 95.3%(2020년)로 매년 90%를 넘었다.
아울러 같은 기간 음료수병과 병뚜껑이 해안 쓰레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 보고서는 “3년간 외국에서 기인한 쓰레기는 인천 백령도, 신안 고장리 등에서 다수 발견됐다”면서, 2018·2019년 외국기인 쓰레기 최다 발견 지역은 백령도 사곶해안, 지난해는 제주 김녕리해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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