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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에 맞설 ‘히든카드’ ICBM 강화 속도 낸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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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5 06:00:00 수정 : 2021-07-24 23:5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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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DF-26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차량들이 베이징 텐안먼 광장을 지나고 있다. 게티이미지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군사적 압박에 맞서 전략적 타격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지상군과 해·공군, 국방과학기술, 방위산업체의 생산 능력 등을 포함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다만 지상발사 탄도미사일은 중국이 우세한 상황이다. 중국은 이를 최대한 활용해 자국의 반격 능력을 과시,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모양새다.

 

◆ICBM 격납고 건설…은폐기능 강화

 

미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는 상업 위성사진을 통해 중국 북서부 간쑤성 위먼시 인근 사막 지대에 건설 중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격납고 119개를 포착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전했다.

 

각 격납고는 3㎞씩 떨어져 격자 무늬 형태로 넓은 지역에 흩어져 있다. 대형 돔 모양 지붕으로 숨겨진 격납고도 다수다. 중국의 다른 지역 미사일 격납고 건설 현장에서 관측된 모습과 비슷하다.

 

제프리 루이스 미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소장은 신형 ICBM인 DF-41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DF-41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차량이 미사일을 탑재한 채 베이징 텐안먼 광장을 지나고 있다. 게티이미지

DF-41은 핵탄두 10발을 탑재할 수 있는 다탄두 ICBM으로 사거리가 1만2000㎞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무기다. 지상 고정형 격납고나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된다.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를 뚫고 미 본토를 타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국이 건설중인 119개의 격납고가 완공돼 완전한 가동에 들어가면, 중국 핵전력은 상당한 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는 지난해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핵무기 200여 개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면서 중국이 핵무기 보유량을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중국이 미국과의 핵능력 격차를 의식해 속임수를 쓴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은 200~1000기로 추정된다. 미국이 갖고 있는 핵탄두 5800기와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단기간 내 따라잡기는 쉽지 않은 수준이다.

 

냉전 시절 옛 소련은 가짜 ICBM을 설치한 지상 발사용 격납고를 곳곳에 건설하고, 실제 ICBM을 수시로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 미국을 혼란스럽게 하는 속임수 전략을 구사했다. 

 

이같은 전략은 미국도 냉전 시절 사용했으며, 북한도 KN-08 ICBM이 등장했던 2010년대 초를 전후로 이와 유사한 속임수를 사용해 한미 정보당국을 교란하려 했다. 

 

중국의 ICBM 격납고 건설을 놓고 정찰위성보다 탐지능력이 떨어지는 상업위성에 쉽게 포착됐다는 점에서 미국에 자국의 핵능력을 과시하면서 실제 ICBM 전력 규모나 위치 등은 은폐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중국의 DF-41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차량들이 대열을 구성해 베이징 텐안먼 광장을 지나고 있다. 게티이미지

DF-41 외에도 중국은 지상발사 탄도미사일 전력을 증강하고 있다.

 

올해 초 중국군은 로켓군 창설 5주년 기념 영상에서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미사일 발사차량(TEL)을 선보였다. 차량은 상부에 발사관으로 추정되는 덮개를 설치, 미사일을 숨겼다.

 

해당 차량을 사용한 미사일의 종류는 DF-17 미사일의 성능개량형으로 추정된다. DF-17이 2019년 10월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됐을 때는 차량 덮개가 없었고 미사일이 외부에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이후 발사관을 설치해 미사일을 은폐했다는 것이다. 

 

미사일이 발사관 내부에 수납되면 항공·위성 정찰에 탐지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발사 준비 징후를 어느 정도는 숨길 수 있어 적군에게 대응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다. 날씨 등 외부 환경 변화로부터 미사일을 보호할 수 있다.

 

사거리가 최대 2500㎞인 DF-17은 남중국해·대만해협·동북아시아를 사정권에 두고 있다. 레이더 회피를 위해 낮은 고도로 음속의 10배에 달하는 속도를 내며 표적을 향해 날아간다.  비행 중 궤도수정이 가능해 적의 방공망을 뚫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의 DF-26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차량들이 베이징 텐안먼 광장을 지나고 있다. 게티이미지

DF-26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투입한 야간 모의발사 훈련도 공개됐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북서부 내륙 칭하이성에서 DF-26B를 시험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지난달 보도에 따르면, 중국 로켓군 소속 미사일여단이 DF-26(사거리 4000㎞) 미사일을 이용해 모의발사 및 발사 위치 이동, 미사일 탑재 등의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훈련은 첫 번째 미사일을 쏜 뒤 위치를 옮기고 나서 미사일을 다시 탑재해 두 번째 미사일을 쏘는 상황을 가정했다.  

 

DF-26은 미국령 괌을 타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고, 항공모함처럼 움직이는 대형 함정도 위협할 수 있다. 움직이는 해상 목표물을 대상으로 야간 사격을 하려면 보다 발달된 정찰 자산과 정보전달 체계가 필요하다. 

 

중국의 DF-21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차량이 베이징 텐안먼 광장을 지나고 있다. 게티이미지

중국의 이같은 훈련은 남중국해나 동중국해에서 활동하는 미국 항모와 괌에서 출격하는 미 공군 전력을 언제든 타격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상발사 탄도미사일은 중국이 미국보다 군사적 우위에 있는 유일한 분야다. 미국은 1987년 러시아와 체결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2019년 8월 탈퇴한 후에야 탄도미사일 개발 및 배치에 나선 상태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의 추격을 뿌리치면서 전략적 우위를 확고히 할 수 있는 지상발사 탄도미사일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한미군 에이태킴스(ATACMS) 전술미사일이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중국 미사일 맞대응 모색하는 미국

 

미국은 핵폭탄과 재래식 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중국 탄도미사일이 서태평양 미군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탈퇴, 사거리 500㎞가 넘는 미사일 개발에 착수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동아시아 지역에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한다면, 중국의 위협에 맞설 ‘미사일 카드’를 확보할 수 있다.

 

일본은 미국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배치 지역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최근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일본 규슈와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을 잇는 제1열도선에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망을 구축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개발중인 중거리미사일이 발사관에서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이 이 일대에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하면, 중국 동부 해안과 내륙지역이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 이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에 맞설 전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대만을 둘러싼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하와이나 미 서해안에 배치된 군함을 투입한다. 항모나 구축함, 핵추진잠수함이 태평양을 횡단해 대만해협까지 가려면 몇 주의 시간이 걸린다. 

 

군함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는 투입 가능한 기체가 제한되어 있다. 대만해협 위기상황에서 미 증원군이 제 역할을 하기가 어려운 셈이다.

 

미국으로서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오키나와에서 필리핀에 이르는 제1열도선에 지상발사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한다면, 신속 대응 능력을 높일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유사시 표적으로 설정해야 할 대상이 늘어나므로 군사적 부담이 커진다.

 

미국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가상 표적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중국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11일 화상으로 열린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중국은 개별 국가가 다른 나라의 주변에 육상 기지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왕 부장이 언급한 개별 국가와 다른 나라는 미국과 자국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중국이 한국이나 일본 등지에 자국을 겨냥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미국이 배치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중국의 유일한 우위인 지상발사 탄도미사일 전력을 억제하려는 미국이 일본 등지에 미사일을 추가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미사일 전력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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