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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파탐지기 동원 총력전… 추가 붕괴 가능성에 수색 난항

입력 : 2021-06-27 19:10:46 수정 : 2021-06-27 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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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파트 붕괴 참사’ 수색·구조작업 험로

‘팬케이크 붕괴’로 생존공간 희박
잔해더미서 시작된 화재도 계속
간간이 이어지는 폭우도 걸림돌
이스라엘, 구조 지원 인력 파견

“1990년대부터 연간 2㎜씩 침하”
3년 전 점검선 ‘손상 심각’ 평가
주민들, 관리 회사에 집단소송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서프사이드의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26일(현지시간) 구조대가 건물 잔해를 헤치며 생존자를 찾고 있다. 사고 발생 이틀이 경과했으나 아직도 156명의 생존 여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서프사이드=AP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주 12층 아파트가 붕괴된 지 사흘째인 26일(현지시간) 사망자는 5명, 실종자는 156명으로 늘었다. 잇단 화재와 겹겹이 쌓인 건물 잔해로 수색·구조작업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피해자와 실종자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구조 지원 인력을 파견하는 등 세계 각국의 관심과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24일 오전 1시30분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서프사이드 소재 12층짜리 콘도형 아파트인 챔플레인타워 한쪽이 완전히 붕괴했다. 130여 가구 중 55가구가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당국은 잔해더미에서 생존자가 내는 소리 같은 음파를 탐지하는 등 수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속도가 너무 더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잔해더미에서 시작된 화재가 한동안 계속되고 있지만 발화지점을 파악하기 어려워 구조작업에 방해가 되고 있다”면서 “간간이 이어지는 폭우도 수색작업을 더디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일부 실종자 가족들이 더딘 구조 작업에 좌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단 구조당국은 잔해더미 속 생존자가 몸을 숨길 수 있을 만한 공간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생존자의 구조 신호 파악을 위해 음향탐지장비도 동원됐다.

 

전문가들은 다층 건물이 마치 팬케이크를 여러 장 겹쳐 놓은 모습으로 무너지는 ‘팬케이크 붕괴’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여러 층이 눌려 쌓인 탓에 잔해 속에 사람이 있을 만한 공간이 잘 생기지 않고, 아직 무너지지 않은 부분도 상태가 극도로 불안정해 구조작업이 어렵다고 CNN은 설명했다. 수색 및 구조 작업 도중에 추가 붕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같은 시기에 지어진 아파트는 물론 인근에 40년 이상된 건물들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검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미 언론은 소개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 서프사이드의 아파트 붕괴참사 현장에서 한 남성이 무릎을 꿇고 비통해하고 있다.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의 조속한 구조를 기원하는 뜻에서 이웃들이 갖다 놓은 꽃과 촛불이 즐비하다. 서프사이드=로이터연합뉴스

실종자 가족들은 수색 소식을 듣기 위해 사고 현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사고 당일이던 24일 새벽 CNN에 잔해 더미에서 구조되는 모습이 보도된 조나 핸들러(15)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그의 어머니 스테이시 팽(43)은 사고 현장에서 처음으로 신원이 확인된 시신으로 기록됐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남미 콜롬비아에서 아내와 14살 딸을 데리고 플로리다를 찾은 변호사 루이스 바스는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고국으로 돌아가기 직전 친구가 살던 이 아파트에 잠깐 들렀다가 실종됐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지역 CBS방송은 사고 당시 9층에서 5층으로 추락한 아파트 주민 앤젤라 곤잘레스가 골반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서도 의식을 잃고 쓰러진 16살 딸을 구해내 병원으로 안전히 옮겨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남편은 실종 상태로 전해졌다.

 

NYT는 이번에 붕괴한 아파트가 3년 전 점검에서 심각하게 손상됐다는 평가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고 전했다. 당시 건물을 점검한 건축기사는 야외 수영장 아래 콘크리트판이 심각하게 훼손됐고, 지하 주차장 기둥과 벽에 금이 간 부위가 많다고 기록했다. 미 상무부 산하 표준기술연구소(NIST)는 붕괴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기초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NIST는 9·11테러 등 4건의 조사를 실시했다.

미국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서프사이드의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 인근에 마련된 임시 추모소에서 25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실종자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서프사이드=AFP연합뉴스

플로리다주 아파트 붕괴 참사의 원인으로 지속적인 건물 침하와 함께 수십년간 바닷물이 건물에 스며들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마이애미의 구조공학 업체 ‘블리스 앤드 니트레이’ 대표 폴 질리오는 WP에 “시간이 흐름에 따라 소금물이 콘크리트에 스며들어 철근을 부식시켜 철근을 팽창시킬 수 있다”며 “이 팽창은 콘크리트를 균열시켜서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져 나가게 해 그 능력을 약화시키고 철근을 부식에 더 노출시킨다”고 했다. 해변 바닷물 입자가 오랜 기간 아파트에 스며들어 건물 구조를 약화시키면서 붕괴를 불렀다는 것이다. 해당 아파트는 1981년에 지어졌고, 해안 바로 앞에 있다.

 

아파트가 매년 조금씩 침하한 것도 붕괴 요소로 거론됐다. 앞서 플로리다국제대학교 지구환경대학의 시몬 브도빈스키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붕괴한 아파트가 “1990년대부터 연간 2㎜씩 침하했다”면서 통상적으로 건물이 이 정도 속도로 가라앉으면 구조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질리오 대표는 “이 현상이 붕괴에 일조했을 수 있다”면서 “침하가 40년 동안 지속한다면 3인치 이상의 침하로 확실히 붕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진행한 지붕 공사도 사고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질리오 대표는 그 가능성을 낮게 봤다. 지붕이 먼저 무너지더라도 다음 층 붕괴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WP에 따르면 일부 주민은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아파트 관리 회사를 상대로 500만달러(약 56억원) 규모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이스라엘이 미국의 우방국들 중에선 처음으로 참사 현장에 구조 지원 인력을 보내 눈길을 끈다. 27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수색·구조 및 건설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10명의 예비군과 4명의 외교부 관계자가 포함된 지원팀을 급파했다. 이는 사고가 난 서프사이드 일원에 유대인이 많이 거주하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박영준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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