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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는 한류 원조… 5대양 6대주로 ‘영토 확장’ 시킬 것” [황용호의 一筆揮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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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19 06:00:00 수정 : 2021-06-18 19: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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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태권도 대통령’ 이동섭 국기원장

태권도는 내 운명
10살에 입문… 공인9단 ‘그랜드마스터’
태권도학 대학전공 살려 공직에 입문
생 마감 땐 수의로 태권도복 입고 싶어

내년 국기원 개원 50주년
품·단증 받는 202개국에 지원·지부 개설
서울 근교에는 제2의 국기원 건립 계획
로마 교황청처럼 성지로 거듭나게 할 것

국회의원 시절 國技 지정 앞장
한국인의 얼과 자존심이 서려있는 무예
남북 평화·화해협력 지렛대 역할 기대
올림픽 종목으로 반드시 계속 유지돼야
이동섭 국기원장은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국기원장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우리 민족 고유의 무예인 태권도는 가장 위대한 문화유산으로 영구적으로 지속돼야 한다”며 “태권도 진흥을 위해 몸 바쳐 일하는 것은 물론 태권도를 통해 국익을 창출하고, 국위를 선양하겠다”고 밝혔다. 남제현 선임기자

“훗날 죽으면 태권도복을 입고 관에 들어갈 것이다.”

열 살 때 태권도를 시작해 공인 9단의 ‘그랜드마스터’에 오른 이동섭(65) 국기원장의 말이다. 이 원장이 태권도를 어느 정도 사랑하는지 짐작이 간다. ‘세계태권도 대통령’이라는 국기원장을 맡은 그의 삶 자체가 태권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키 180cm이지만 어릴 적 약골로 동네 형들에게 얻어터지자, ‘맞지 말라’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태권도장을 찾은 그가 세계태권도 수장 자리를 꿰찬 것이다. 대학에서 태권도학을 전공하고, 태권도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고, 국회의원이 된 후에도 태권도를 위해 온몸을 던지다시피 했다. 태권도를 국기(國技)로 지정한 ‘태권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것은 그의 작품이다. 이 원장은 “세계태권도 대통령이라 할 수 있는 국기원장에 선출된 것은 내 인생에서 운명”이라고 했다. 이어 “고(故) 김운용 전 세계태권도연맹(WT) 총재이며 국기원장께서 태권도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초석을 놓았다면, 내년에 국기원 개원 50주년을 맞아 제2의 태권도 부흥을 위한 기반을 다질 계획”이라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서울 근교에 제2의 국기원을 건립하고, 태권도 품·단증이 보급된 202개국에 국기원 지원·지부를 설치해 광개토대왕처럼 5대양 6대주에 태권도 영토를 확장하는 게 그의 구상이다. 태권도 9단에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해 ‘문무’를 겸비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한번 목표를 정하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국기원장실에서 이 원장을 만났다.

―국기원장으로서 각오를 밝혀 달라.

“국기원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머릿속에 그려져 있다. 태권도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춰야 원활한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우선 태권도판을 읽을 줄 알아야 하고, 정치력, 외교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국기원장은 나라를 사랑하는 선봉장 자리다. 태권도 진흥을 위해 몸 바쳐 일하는 것은 물론 태권도를 통해 국익을 창출하고, 국위를 선양하겠다. 우리 민족 고유의 무예인 태권도는 가장 위대한 문화유산으로 영구적으로 지속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기원장은 한국인이 계속 맡아야 한다. 태권도는 지구촌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북한의 긴장 완화와 평화공존, 화해 협력을 통해 통일의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태권도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북한을 세 번 방문했다. 북한의 리용선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명예위원 등과 개인적으로 가깝다. 또 일본의 유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인데 아시아권의 균형 차원에서도 한국의 태권도는 올림픽 종목으로 계속 유지돼야 한다. 태권도가 무도(武道)를 벗어나 상업용으로 많이 변질됐다. 태권도장에서 줄넘기와 레크리에이션을 하는 등 태권도 본연의 정신이 희석돼 안타깝다. 태권도의 무도성을 회복하는 데도 주력하겠다.”

―국기원을 소개하면.

“세계태권도연맹에 가입한 나라는 210개국이며, 국기원의 태권도 품·단증이 보급된 국가는 202개국이다. 세계태권도 인구는 2억명으로 추산한다. 미국을 비롯해 1억5000만명이고, 중국만 해도 5000만명이다. 태권도가 정신적으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태권도는 단순히 신체를 단련하는 다른 무도와 달리 철학이 있고, 고매한 인격을 함양하고 심신을 수련한다. 태권도가 세계 속에서 꽃 피울 수 있었던 것은 충(忠), 효(孝), 예(禮) 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충·효·예, 홍익인간을 구현하고, 나와 사회를 넘어 인류에 봉사하는 정신으로 사랑의 실천 운동을 하는 게 태권도다. 축구, 농구, 배구, 골프 등은 외국에서 수입됐으나 태권도는 한국이 모국으로 외국에 유일하게 수출된 스포츠 종목이다.”

―태권도의 모국으로서 위상 제고 및 역할 강화 방안은.

“1972년 개원한 국기원은 내년이면 50년이 된다. 국기원의 정통성, 정체성, 역사성을 이어가면서 두 가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 근교에 제2의 국기원을 건립하겠다. 2억명 태권도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국기원이 필요하다. 지은 지 50년이 된 지금의 국기원은 너무 낡았다. 성지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 국회의원 태권도연맹 총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간사, 운영위 간사를 지낸 경험을 살려 제2의 국기원 건립에 필요한 예산을 차질 없이 확보하겠다. 국기원을 새로 짓든지, 리모델링하든지 아름다운 성지로 거듭나게 하겠다. 현재 태권도 품·단증을 받는 202개국에 국기원의 지원·지부를 둘 계획이다. 광개토대왕처럼 중앙집권적 형식으로 태권도 영도를 확장하겠다. 15억명의 중국에 태권도 인구가 5000만명이고, 사범은 50만명이 된다. 중국은 우리나라처럼 태권도 사범이 4단 이상이 아니라 우슈를 하다 태권도 1, 2단으로 사범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중국에 국기원 본원을 설치해 태권도 교육을 체계적으로 할 생각이다. 중국의 태권도 시장이 어마어마하다.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화를 해야 한다. 태권도를 통해 스포츠 외교는 물론 관광, 산업, 문화에 이르기까지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외국의 태권도 수련생들은 국내에서 생산한 휴대전화, 자동차, 가전제품 등을 한국 사범이 가지면 그것을 사는 경향이 강하다. 또 태권도를 하는 외국 사람은 로마 교황청처럼 성지인 국기원에 오는 것이 꿈이다. 외국인의 국기원 방문에 따른 관광 수입이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취임 후 CI를 새로 만들었다. 태권도를 통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한다는 의미로 태권도 동작을 삽입해 굳건한 정신 무장으로 더 큰 세계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포함했다. 8각 면에는 (태극기의) 건곤감리 4괘로 구성해 태권도의 정통성과 태권도 정신, 문화를 이어가는 지구촌 태권도 가족의 이상을 담았다.”

―국회의원 시절 태권도를 국기로 지정한 이유는.

“박정희 대통령이 1971년 ‘국기 태권도’라고 쓴 친필 휘호를 당시 김운용 대한태권도협회 회장에게 전달했으나 태권도가 그동안 법적으로 국기로 지정되지 않았다. 태권도가 국기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국회의원 한분 한분을 찾아다니며 태권도가 법률에 의해 국기로 지정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2018년 3월 30일 국회에서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태권도법)’을 개정했다. 태권도법 제1장 총칙 제3조의 2에 ‘대한민국의 국기(國技)는 태권도로 한다’고 명문화했다. 태권도법이 여야 국회의원 228명이 공동 발의해 통과됐다. 역사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국회의원 한 사람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해 4월 21일 국회의사당 잔디광장에서 1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네스 세계기록을 위한 태권도 품새·송판 격파 단체시연을 했다. 국회의원과 육·해·공군, 해병대, 경찰, 전국 228개 시군구에서 참여했다. 초등학생을 포함해 1만명이 도복을 입고 태권도 시범 퍼포먼스를 했다. 일본이 올림픽에서 가라테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2017년 도쿄에서 4000명이 도복을 입고 가라테 퍼포먼스를 통해 기네스북에 등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국회가 역대 대통령 취임식 날을 제외하고 개방한 것은 그날이 처음이다. 하얀색 도복을 입고 시연한 장면은 마치 학이 춤추는 것과 같았다.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내가 도복을 입고 단상에서 대리석 20장을 격파하며 시범을 보였다. 1만명 참석자 중 8212명이 기네스북에 등록됐다. 기네스북 감독자들이 태권도 동작 중 하나라도 틀리면 탈락시켰기 때문이다. 나의 요청과 문재인 대통령의 배려로 그날 공군 특수비행팀인 ‘블랙이글스’의 축하 에어쇼가 30분간 진행됐다. 서울 상공에 전투기 9대가 비행한 것은 6·25 후 처음이다. 태권도가 법률로 국기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고, 국회의원 120여명이 행사에 참여했기에 가능했다.”

―태권도 대사범제 지정 등 태권도 발전을 위해 앞장섰다.

“태권도는 한국인의 얼과 자존심이 서려 있다. 한류의 원조로서 국가적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보존, 전수하고 다양한 태권도 품새와 기술의 올바른 계승과 발전을 위해 태권도 대사범제도가 필요하다고 여겨 지정했다. 태권도를 국회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전승, 전파하기 위해 국회의원 태권도연맹을 발족해 초대 총재를 맡았다.

국회 본관 지하에 태권도장을 처음으로 만들어 국회의원에게 태권도를 가르쳤고, 국회의장배 태권도대회, 김운용컵 국제오픈태권도대회도 개최했다. 국회의원이 대정부, 상임위 질문에서 태권도를 의제로 질의한 것은 내가 처음이다. 국회에서 의정활동 1위, 국정감사 최우수 의원으로 선정됐는데도 동료 의원들이 ‘이동섭 하면 태권도’를 생각할 정도였다. 지역에서도 태권도 이미지가 강해 손해를 많이 봤다.”

―법학박사를 취득하는 등 ‘문무’를 겸비했다.

“체육대학 졸업 후 뒤늦게 정외과에 입학해 법학을 전공했다. 경찰과 검찰 수사관으로 20년간 근무하며 실무를 집행해 법을 잘 안다.”

―공직에 입문한 계기는.

“대우그룹과 경찰 시험에 최종 합격 후 아내에게 어디로 가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경찰, 멋있잖아요. 경찰 하세요’라고 권해 경찰에 몸담았다. 서울시경의 1978년 무도 경찰 1기로 특채돼 경위로 퇴직했다. 10명 모집에 500여명이 응모했으며, 필기시험과 실기를 거쳐 4등으로 합격했다. 서울시경 형사과에 배치돼 조직 폭력 등 강력 수사를 담당했다. 그 후 검찰로 이동해 특별수사부, 강력수사부 수사관으로 활약했다. 당시 범죄자들이 내 이름을 들으면 사시나무처럼 떨 정도로 맹활약했다.”

―정계에 진출한 동기는.

“검찰 수사관으로 많은 사람을 수사하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보며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적으로 부당하게 대우하는 상사의 못마땅한 처사도 한몫했고,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정치를 하고 싶었다.”

―정치하면서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데 20년이 걸렸고, 그동안 흘린 눈물을 담았으면 한 드럼통은 될 것이다. 낙선, 낙천을 포함해 여섯 번 분루를 삼켰고, 일곱 번째 등원했다. 수락산에 올라간 것만 해도 1000번 정도 된다. 천불이 날 때마다 수락산 정상에서 마음을 다잡고 내려오곤 했다. 잇따른 실패와 좌절로 정치 포기까지 생각했다. 이를 지켜본 아내가 ‘당신이 눈물을 많이 흘려 인간적으로 성숙해져 국회의원을 잘할 것’이라며 용기를 북돋워 주어 뜻을 이룰 수 있었다. 국회의원 당선 후 밤 10시에 퇴근하면 새벽 2시까지 공부했다. 남들이 4~5선 하는 만큼 열심히 했다고 자부한다.”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

 

이동섭 국기원장은… ●1956년, 전남 고흥 출생 ●용인대 체육학 학사, 명지대 정치외교학 학사, 용인대 대학원 체육학 석사, 고려대 정책대학원 정치학 석사, 국민대 법학 박사, 한국체대 명예 체육학 박사 ●용인대 객원교수 ●민주당 사무부총장 ●제20대 국회의원(비례대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 ●국민의당 원내부대표, 원내대변인, 조직위원장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 최고위원, 원내대표 권한 대행 ●평창동계올림픽 국회 특별위원회 간사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위원 ●국회의원 태권도연맹 총재 ●국기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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