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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시장이 보여줄 것… 투자 원칙 지켜야 할 때 [기고]

입력 : 2021-06-14 03:00:00 수정 : 2021-06-13 20: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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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버블 논쟁의 한가운데에서

얼마 전 어린 아들과 ‘거품마을 개구리들’이라는 책을 읽었다. 버블경제의 개념을 우화로 빗대어 설명하는 경제동화였다. 동화 속 연못의 개구리들은 연잎 위에 지어진 집들을 싸게 사서 비싸게 되팔고자 경쟁적으로 사들인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 비싼 값에도 거래를 하지만, 어느 순간 돈이 부족해지거나 더 이상 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들이 헐값에 집을 내놓으며 가격은 곤두박질친다. 이에 손해를 본 개구리들은 후회에 잠긴다는 동화 치고는 자못 의미심장한 내용이었다. 정작 아이는 흥미를 느끼지 못한 듯 금세 잠들었지만, 동화가 던져준 ‘버블’이란 화두에 은행원 엄마는 생각이 많아졌다.

 

전 세계는 물론 국내에서도 자산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가 크다.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주식시장은 역대급 강세장이며, 가상화폐 시장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경기 회복 분위기와 유동성을 고려하면 추가상승 여력도 충분하다는 희망 가운데 자산 가격 상승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투자자도 많고, ‘부의 사다리’에 자신만 올라타지 못했다며 허탈해하는 사람도 많다. 이 장면에 연잎 집을 바삐 사들이려는 동화 속 개구리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면 기우일까.

이지연 IBK기업은행 천안WM센터 PB팀장

자산 버블을 우려하는 것은, 역사상 유례없는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의 개선 없이 금융지표만이 상승하고 있는, ‘디커플링(decoupling)’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시중 통화량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M2(광의통화)는 지난 1년 새 약 250조원 이상 늘어났다. 경기부양을 위해 풀린 이 막대한 돈은 실물경제를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부동산과 증시 등 자산시장으로만 쏠려 가격 상승을 추동하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매주 70만∼80만명의 새로운 실업자가 나오고, 우리나라 역시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연간 취업자 수가 최대 폭으로 감소하는 등 자산시장의 열기와 달리 실물경기는 계속 얼어붙어 있다.

 

금리 인하와 유동성에 기반한 자산 가격 상승은 금리 상승기가 시작되면 결국 멈출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하락을 예상하는 심리가 겹치면 자산 가격은 폭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앞서 동화 속 개구리들이 가격의 지속적 상승에 회의를 품기 시작한 ‘어느 순간’이 바로 그때가 될 것이다. 물론 이제 막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즉각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공개한 점도표대로 2023년까지 제로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장담하기도 어렵다. 대규모의 유동성 공급으로 경기 회복을 이끌어내려는, 가보지 않은 길의 끝에는 어떤 결말이 있을지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지금이 버블인가 아닌가, 혼란과 논쟁의 한가운데에 있는 우리들에게 결국 무엇이 정답인지는 시장이 보여줄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투자에는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는 점이다. 분산투자와 분할매수는 대표적인 투자 원칙이지만, ‘빚투’와 ‘영끌’을 해서라도 ‘벼락거지’는 면하겠다는 절박함 속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원칙이기도 하다. 여러 종목과 자산군에 분산 투자하는 동시에, 한 번에 사지 않고 분할 매수하는, 시간에 대한 분산투자로 균형감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지연 IBK기업은행 천안WM센터 PB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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