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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모기에 물려 100만명 사망… 인류와 모기의 전쟁, 언제 끝날까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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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05 19:00:00 수정 : 2021-06-05 19: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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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조작’ 동원 퇴치 작전

사람의 피 빨 때 황열병·말라리아 등 전파
한국서도 말라리아로 매년 1∼4명 사망
위도 낮은 나라서는 목숨 노리는 ‘저승사자’
WHO ‘세상서 가장 치명적인 동물’ 꼽아
고전적인 살충제 살포는 내성으로 한계

모기는 암컷만 사람의 피 빨기 때문에
암컷 골라 죽이는 유전자 조작 수컷 이용
특정 유전자 공략해 ‘불임 수컷’ 만들기도
‘기온 1도 오르면 모기 27% 증가’ 보고서
기온변화 개체 확산 영향… 인구 이동 복병

기후위기 시대에 멸종을 이야기하는 건 절에서 고기 반찬을 입에 올리는 것처럼 불경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여름마다 잊지 않고 왱왱거리며 찾아오는 ‘이것’ 하나쯤은 멸종돼도 괜찮지 않을까. 여름철 불청객 모기 말이다.

 

밤잠을 설치고 하루 종일 온몸을 긁게 만드는 모기는 한국에서도 반갑지 않은 손님이지만, 위도가 낮은 나라에서는 목숨을 노리는 ‘저승사자’나 다름없다.

 

모기는 사람 피를 빨 때 황열병이나 지카바이러스, 말라리아 같은 질병을 옮긴다. 일본뇌염처럼 예방접종으로 막을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백신이 없는 질병이 많다. 매년 수천만∼수억명이 모기 매개 질병에 걸려 이 가운데 100만명이 숨진다. 아프리카나 중남미 등 덥고 방역체계가 잘 갖춰지지 않은 곳에 피해가 집중되지만, 한국도 매년 500명 안팎이 말라리아에 걸려 1∼4명(2016∼2019년)씩 사망자가 발생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모기를 ‘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동물’로 꼽는 건 과장이 아니다.

 

◆유전자 조작 모기, 날다

 

모기를 없애는 가장 고전적인 방법은 살충제 살포다. 한국에서는 방역차를 동원해서, 미국 같은 곳은 헬기로 살충제를 뿌린다. 하지만 수십년 동안 살충제를 뿌려도 모기와의 전쟁이 계속된다는 건 이 방법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문제가 내성이다.

사진=연합뉴스

WHO가 2010∼2018년 사이 말라리아가 보고된 81개국의 모기를 조사한 결과 73개국에서 살충제 대표 성분 4가지 중 하나 이상에 내성을 보이는 모기가 발견됐다. 4가지 성분 모두에 내성을 가진 모기가 있는 나라도 26개국이나 됐다.

 

그래서 최근에는 유전자 조작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네이처 등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영국 생명공학 기업 옥시텍이 개발한 유전자 조작 모기 ‘프렌들리’(Friendly·친절한)가 플로리다주 키스 지역에 풀리기 시작했다. 모기 1000마리가 든 상자 여러 개를 매주 6곳에 설치해 다음 달까지 14만마리를 풀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올여름 끝물에 시작될 2단계 실험에서는 프렌들리 2000만마리가 날아다닐 것으로 보인다. 미 본토에서 유전자 모기를 야생에 풀어놓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프렌들리는 모기 중에서도 악명 높은 이집트숲모기다. 연구진이 변형시킨 유전자의 핵심 기능은 ‘암컷만 골라 죽인다’는 것이다. 유전자 조작된 수컷 모기는 야생에서 암컷과 짝짓기를 한다. 이 과정에서 조작된 유전자가 새끼에게 전달된다. 이 유전자를 물려받은 암컷 모기는 애벌레나 번데기 무렵 죽고, 수컷 모기만 살아남아 다시 후손에게 유전자를 물려주게 된다. 모기는 암컷만 사람의 피를 빨기 때문에 암컷 개체 수를 줄여 피해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24일에는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또 다른 유전자 조작 모기가 소개됐다. 특정 유전자만 공략해 ‘불임 수컷’을 만드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수컷 모기를 불임으로 만들 때는 방사선이나 독성물질을 이용했다. 수컷의 ‘전반적인’ 생식기능을 저하시켜 불임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문제는 실컷 방사선을 맞은 수컷은 너무 병약해진 나머지 암컷의 눈에 매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불임 유전자를 전달할 기회도 없이 ‘모태 솔로’로 생을 마감하는 수컷이 많아 실패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캘리포니아주립대(UC Santa Barbara) 연구진은 이집트숲모기의 특정 유전자(B2t)만 변형시켜 불임이지만 건강한 수컷 모기를 만들었다. 이 수컷과 짝짓기를 한 암컷은 번식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모기 개체 수가 줄어들게 된다.

 

이런 유전자 조작의 효과는 얼마나 될까. 옥시텍은 미국 이전에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프렌들리 방사시험을 한 적이 있다. 2주 실험에서 최고 95%, 4주 실험에서는 평균 92% 모기가 줄었다는 게 옥시텍의 주장이다. 이 말대로라면 모기와의 전쟁에 승전고를 울릴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선지, 시간이 지나면 암컷 모기들이 프렌들리 모기를 외면하기 시작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프리 파월 예일대 교수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옥시텍의 수컷 모기가 풀린 지 1년 반쯤 지나자 암컷 모기가 더 이상 옥시텍의 수컷 모기와 짝짓기를 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방사가 계속 진행되는데도 모기 개체 수는 다시 원상복구됐죠.”

캘리포니아대 모기는 실험실에서만 연구가 진행됐는데 아직까지는 결과가 좋다. 불임 수컷과 4시간 동안 함께 한 암컷 모기의 번식률은 20%로 떨어졌고, 8시간이 지나면 10%까지 내려갔다. 또 불임 수컷과 정상 수컷의 비율이 5∼6대 1이 되면 암컷의 번식률이 절반으로 감소했다. 흥미로운 점은 불임 수컷과 짝짓기를 한 암컷 모기는 다른 수컷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정상 수컷보다 훨씬 매력적인 궁극의 ‘옴므 파탈(치명적 남성)’ 불임 모기를 만드는 게 목표다.

 

물론 한계도 있다. 모기 개체 수가 80%까지 줄어도 불임 수컷의 공급이 중단되면 금세 개체 수가 회복된 것이다.

 

인간을 괴롭히는 모기라 할지라도 유전자 조작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모기가 사람을 물 때 조작된 유전자가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모기의 경우 수컷만 유전자 조작을 하고, 수컷은 사람을 물지 않기 때문에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학계와 업체의 주장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WHO도 지난달 19일 유전자 조작 모기 연구에 관한 지침을 발표하고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된 유전자 모기는 말라리아, 지카 등 치명적인 질병과 싸우고 건강·사회·경제적 부담을 더는 귀중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가 모기를 늘린다?

 

모기는 대체로 고온다습한 곳을 좋아하는 탓에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모기 매개 질병도 늘어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영국 생태환경 및 수문학센터(UKCEH), 글래스고 대학 등에 소속된 영국 과학자들은 최근 “20∼30년 내 영국에서도 웨스트나일 바이러스가 창궐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빨간집모기가 전파시키는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는 사람에 따라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주로 열대지방에서 유행했지만 2000년 전후 미국 뉴욕으로 번졌고, 이탈리아와 독일에서도 발병했다. 연구진은 기온이 오르면서 모기 서식지가 넓어져 영국도 안전지대일 수 없다고 말한다.

평균기온이 1도 오르면 모기 발생이 27% 늘어난다는 연구도 있다. 모기 한 마리는 1년에 보통 6대손을 남기는데 기온이 올라가면 10대손까지도 번식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일본뇌염 주의보 발령 시기가 갈수록 빨라지는 추세다. 2010년엔 4월 14일에 첫 주의보가 발령됐는데 2015년에는 4월 8일, 지난해에는 3월 26일, 올해는 3월 22일 발령됐다.

 

그렇지만 폭우와 가뭄처럼 모기 생장을 방해하는 현상도 늘어나기 때문에 기후변화와 모기 상관관계는 복잡한 양상을 띤다는 의견도 많다.

 

모기 확산의 또 다른 복병은 인구 이동이다. 2019년 6월 쿠바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에서는 서구에서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는 모기가 잡혔다. 아데스 비타투스라고 하는 이 모기는 말라리아를 제외한 모든 질병을 매개하는 ‘독종’으로 유명하다. 전문가들은 이 모기가 선박 컨테이너나 항공 화물을 타고 유입된 것으로 추정한다.

이듬해에는 쿠바에서 260㎞ 떨어진 도미니카공화국에서도 발견됐다. 이본느 마리 린튼 스미스소니언 협회의 모기 수집 담당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데스 비타투스가 이미 미국으로 영역을 넓혔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도미니카공화국에 있다면 자메이카와 푸에르토리코에도 있을 것이고, 미국 플로리다로도 건너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텍사스나 앨라배마, 루이지애나에도 있지 말란 법이 없죠. 이 모기가 북미 전역으로 번지는 건 시간문제일 겁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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