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대출금리 1%P 뛰면 이자 12조 늘어… 영끌·빚투에 ‘시한폭탄’

입력 : 2021-05-09 18:53:34 수정 : 2021-05-09 19:54:3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미국發 ‘금리인상’ 경고음 확산
소비자물가지수 1년새 2.3% 올라
상승세 지속땐 인상 가능성 커져

자영업자 부담 5조 2000억 늘어나
서민·영세업자 적지 않은 타격 전망
은행 주담대 이미 최대 0.9%P 뛰어
한 시민이 9일 서울 종로구의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을 지나가고 있다. 최근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시중은행의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미 시중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오른다면 이자 부담이 증가하며 가계와 영세 상인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9일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실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가계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가계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11조8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계산됐다.

이는 지난해 3월 말 기준 가계 평균 자산과 부채를 조사한 통계청의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수치를 기준으로 한 추정치다. 당시 조사에서 가구당 평균 부채는 8256만원이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소득 5분위별 부채는 소득 상위 20%인 5분위가 1억8645만원 △4분위 9975만원 △3분위 6851만원 △2분위 4056만원 △1분위 1752만원이다. 각 소득분위가 차지하는 비중은 △5분위 44.1% △4분위 25.6% △3분위 17% △2분위 9.4% △1분위 3.9%로 나타났다.

소득 상위계층에 빚이 집중돼 있기는 하지만, 4분위 이하 계층의 빚 부담도 적지 않다. 5분위 고소득층을 뺀 저소득층과 중산층만 계산해도 대출금리 1%포인트 상승 시 이자가 6조6000억원이 늘어난다.

이보다 소폭인 0.5%포인트 금리가 오를 때는 가계 대출이자가 5조9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분위별로는 △5분위 2조6000억원 △4분위 1조5000억원 △3분위 1조원 △2분위 6000억원 △1분위 2000억원이 증가한다.

한은 계산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5조2000억원 늘어난다. 이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유한 차주의 가계대출과 사업자대출을 합산한 777조4000억원의 대출금을 기준으로 산출한 추정치다.

한은의 이자 부담 증가 규모 추정치는 가계대출의 경우 지난해 3월, 자영업자는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한 만큼 실제 금리 상승 시 이자 증가 규모는 이보다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저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가계 빚은 빠르게 불어났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한 1003조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 900조원을 넘긴 지 11개월 만에 빚이 100조원 불어났다.

좀 더 범위를 확장해 보면 은행 빚을 포함해 보험사·증권사 등 금융기관 전체 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액을 합한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726조1000억원이나 된다.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대치다. 가계가 돈을 빌려 집을 사거나 증권이나 코인 등 ‘빚투’에 나선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6일(현지시간) 자산버블을 경고했고, 이에 앞서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한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미국은 예상보다 빠르게 경기가 회복되며 소비심리도 과열되고 있다.

지난 4일 한 대형마트의 채소 코너에서 장 보는 시민들의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2.3% 올라 한은의 물가상승 관리 기준치인 2.0%를 넘겼다. 단기적인 상승이라는 게 정부의 해석이지만, 만약 상승세가 지속할 경우 금리 인상 논의가 탄력을 받게 된다.

기준금리 동결에도 이미 시중 금리는 오름세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의 7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2.57∼3.64%다. 지난해 7월 말의 1.99∼3.51%와 비교해 하단은 0.58%포인트, 상단은 0.13%포인트 올랐다.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COFIX) 연동 주택담보대출 최저 금리는 연 2.55∼3.9%로, 최저 금리가 0.3%포인트 올랐다. 은행채 5년물 금리를 따르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은행에 따라 최대 0.89%포인트가 올랐다. 은행채 금리가 오르고 있고 정부 정책에 따라 우대금리가 축소된 영향이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