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얼음 녹아 북극곰이 굶어 죽어간다고?”

입력 : 2021-05-01 03:00:00 수정 : 2021-04-30 20:12:2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지구의 허파’ 아마존 황폐화 등
기후위기만 부각 진짜 현실 가려
저자 “환경 종말론이 만든 오해”
기후변화 등 둘러싼 잘못된 정보
과학적 분석 통해 바로잡기 나서
2017년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지구온난화 위기를 전하기 위해 촬영한 동영상 중 비쩍 마른 북극곰이 먹이를 찾아다니는 모습. 이 영상은 충격요법을 통해 기후위기 상황을 널리 알리는 데 성공했지만, 과학적으로 개별 동물의 죽음과 기후변화 사이의 연관성이 거의 불분명하다는 점은 알리지 않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캡처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마이클 셸런버거/노정태 옮김/부키/2만2000원

 

“환경 종말론자들이 퍼뜨리는 논의는 부정확할 뿐 아니라 비인간적이다. 인간이 생각 없이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는 말은 옳지 않다. 기후변화, 삼림 파괴, 플라스틱 쓰레기, 멸종 등은 근본적으로 우리의 탐욕과 오만이 초래한 결과가 아니다. 우리 인류가 더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해 경제를 발전시키는 가운데 발생하는 부작용일 따름이다.”

탄소배출,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지구의 위기는 사실이지만, 위기만을 강조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현실적 대안도 과학적 분석도 없는 기후위기론은 공포, 불안을 조장할 뿐이다. 특히 기존 환경위기론이 가진 문제 가운데 하나는 인류를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보고 적대화하며, 공존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저자는 우리가 긍정적이고 인간적이며 지극히 현실적인 환경주의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기론을 의도적으로 부각하거나 혹은 진짜 현실을 모른 채 환경론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오해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7년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올린 비쩍 마른 북극곰 동영상이다. 북극 얼음이 녹아 북극곰이 굶어 죽어 간다는 내용이었다. 많은 이들이 이 동영상을 공유하고 충격을 받았지만, 사실 이 주장은 과학적 상관관계가 빈약하다. 당시 동영상을 촬영했던 스태프 역시 “개별 동물의 죽음과 기후변화 사이의 연관성은 거의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북극곰 개체수가 줄어든 더 큰 요인은 사냥이다. 1963년부터 2016년까지 사냥당한 북극곰은 5만3500마리에 달한다.

아마존 열대우림이 기후변화와 삼림 파괴로 곧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주장 역시 자세히 살펴보면 사실과 다르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마존은 80%가 건재하며 20%가 개간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로 지구 전체 산소의 주요 공급원이라는 것도 과학적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식물들이 호흡하는 과정에서 산소를 대부분 도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아마존의 실상보다는 모델 지젤 번천이 2016년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아마존 상공을 날던 중 파괴된 숲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더 잘 알려져 있다.

‘자연적인 것이 좋다’는 낭만적 오류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일부 환경주의자들은 공장식 축산보다 자연에서 기르는 방목형 축산이 환경에 더 좋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방목형 축산을 택할 경우 소고기 1㎏당 14∼19배의 땅과 물 등이 더 필요하며 이는 결국 더 많은 탄소배출로 이어진다. 물고기도 자연산보다 양식을 추구해야 한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에 따르면 기후변화를 제외한 영역에서 어류의 지속성을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남획이다.

마이클 셸런버거/노정태 옮김/부키/2만2000원

저자는 자연을 지키기 위해서는 인공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역설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예를 들어 오늘날 해양 쓰레기로 지탄받는 플라스틱은 사실 바다거북과 코끼리를 멸종 위기로부터 구해냈다. 플라스틱이 개발되기 전 인류는 수천년간 매부리바다거북 껍질로 안경, 빗, 리라, 보석, 각종 상자 등 다양한 사치품을 만들어왔다. 이를 위해 인간은 1844년 이후로만 바다거북 약 900만마리를 잡았다. 상아 역시 사치품과 공예품으로 각광받아 19세기 말 미국과 영국 수요로만 매년 10만마리 가까운 코끼리가 죽어 갔다.

오늘날 환경주의는 때때로 일종의 세속 종교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성 종교 색이 옅은 고학력층을 위한 신흥 종교 말이다. 신도들은 주로 선진국과 일부 개발도상국에 거주하는 상위 중산층이다. 환경주의는 신도들에게 새로운 인생의 목적뿐 아니라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영웅과 악당을 구분하는 기준을 제공한다. 여기에 과학의 이름이 덧붙여져 지적 권위까지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분법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란 목표에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환경에 앞으로 수세기 동안 인류의 화두가 될 것이 자명한 이 시대에 책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은 우리가 냉철해지길 요구한다. 낭만적인 환경주의자가 아닌 현실적인 환경주의자가 되라는 것이다. 저자는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에서 최선을 다해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사실과 과학을 올바로 전달하려는 목표로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각종 과학 연구 성과와 데이터, 각 분야 과학자와 환경 활동가 및 현지인 인터뷰를 망라했다. 과장과 허구를 가려내고 낙관적 시각과 긍정의 힘을 되찾아야만 지구와 인류 모두에 번영을 가져다주는 진정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