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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대식의경영혁신] 디지털 로봇과 함께 일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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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01 23:30:09 수정 : 2021-04-01 23: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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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업무 자동화로 인간, 창의적업무 집중
기업, 디지털 인재 육성 과감한 투자 해야

퇴근도 하지 않고 불평 한 마디 없이 24시간 일하는 디지털 로봇직원에 기업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바로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obotic process automation: RPA)라고 불리는 업무처리 소프트웨어 로봇이다.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휴머노이드 로봇처럼 생기지는 않았지만, RPA는 사무실에서 사람이 수행하던 단순 반복적 디지털 업무를 자동화한다. 데이터 수집, 조회, 추출, 입력, 검증, 이메일 수신·발신, 그리고 ERP 등 다양한 IT 시스템과 연계한 업무를 자동화하기 위해 사람의 행동을 모방하여 알고리즘을 구성한다.

글로벌 RPA 시장은 매년 30% 이상의 성장률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2∼3년 내로 대기업의 80% 이상이 도입할 것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정형화된 업무가 많은 은행, 증권, 보험사 등의 금융권에 먼저 도입된 후에 지금은 유통, 제조 산업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작년에 KB 국민은행은 183개 업무에 RPA를 적용하여 연간 총 125만 시간의 업무시간을 절감하였다. 롯데쇼핑은 상품기술서를 검증하고 고객 상담에 소프트웨어 로봇을 활용하여 연 3만 시간을 절감하였고 신세계는 1000만 종에 달하는 상품정보 검수에 RPA를 도입하고 있다. 전사적으로 RPA를 활용하고 있는 LG전자는 올해부터 RPA 전문가를 핵심 협력사에 파견하여 과제 발굴, 프로그래밍, 유지보수를 위한 노하우를 전파할 계획이다. 기업의 경계를 벗어나 공급망 전체로 디지털 전환을 확산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왜 기업들이 앞을 다투어 RPA를 도입하고 있을까. 먼저 RPA는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짧은 시간에 구축할 수 있어서 높은 ROI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RPA는 현업 직원들이 쉽게 이해하고 직접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민 개발자(Citizen developer)라 불리는 일반 현업 직원들은 2~3주의 짧은 교육을 받고 직접 자신의 업무 중에서 프로세스를 선택하여 자동화한다. 단순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남는 시간을 고부가가치 업무에 할애할 수 있어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또한 사람에 의한 데이터 입력 오류 등을 방지할 수 있고, 로봇의 업무처리를 모니터링할 수 있으므로 각종 컴플라이언스 대응도 용이하다. 최근 주52시간제 도입과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근로시간 절감과 업무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RPA의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나아가 RPA에 인공지능을 융합하여 챗봇, 자연어 처리, 기계학습이 가능한 지능형 RPA가 도입되고 있어 자동화 영역과 대상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RPA가 광범위하게 도입되면서 제일 먼저 우려되는 점은 일자리이다. 기업들이 많은 노동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미래에는 신규 채용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2020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 의하면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2025년에는 사람과 기계가 일하는 시간이 같아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하는 시간은 같지만 일의 내용이 다르다. RPA와 같은 디지털 직원은 데이터 수집 및 처리 업무에서 사람보다 더 많은 시간을 담당하게 될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 의사결정, 창의적 사고, 그리고 커뮤니케이션과 상호조정 등의 업무에는 ‘인간 직원’이 계속 주도권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인간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시대가 이미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부정적인 생각보다, 로봇을 디지털 비서로 활용해서 창의적인 문제해결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허대식 연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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