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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다' 개발사, 투자자 모임에 나타나 "인간수준 AI 만들겠다"

입력 : 2021-03-18 14:38:25 수정 : 2021-03-18 14: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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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협회 조찬서 강연…가입자 수 등 성과 위주로 발표
"정부 조사도 안 끝났는데" 이용자들 분노…업계 눈길도 '싸늘'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 네이버 캡처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 개발사 대표가 서비스 종료 두 달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벤처 투자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루다로 얻은 성과를 발표했는데, 관련 서비스 이용자들은 물론 투자·스타트업 업계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IT업계에 따르면, 이루다 개발사 스캐터랩의 김종윤 대표는 전날 오전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주최한 조찬 모임에서 '이루다의 성과와 숙제' 주제로 강연했다.

김 대표는 강연에서 "이루다는 서비스 2주 만에 가입자가 82만명에 달했으며, 서비스 종료 시점에는 일일 활성 이용자 수(DAU)가 39만명이었다"며 이루다의 성과 지표 위주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루다로 외로움을 풀고 우울증이 없어졌다는 말도 들었다"며 "(이루다처럼) 인간 수준의 대화가 가능한 AI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며, (스캐터랩이) 세계 1등을 할 수 있다"고 포부를 드러냈다고 한다.

스캐터랩 서비스를 이용했던 소비자들은 집단소송을 위해 모인 카카오톡 대화방 등에서 김 대표의 강연 소식을 전하면서 분노하고 있다.

스캐터랩은 연애 분석 앱 '연애의 과학'·'텍스트앳' 등으로 연인들 카톡 대화를 수집해 챗봇 이루다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 개인정보를 명확한 동의 없이 수집한 정황이 드러나 정부 조사를 받는 중이다.

김 대표는 정부 조사 결과에 따라 과징금·과태료 처분을 받거나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 결과는 올 상반기 내에 발표될 전망이다.

이루다 페이스북 캡처

김 대표는 강연에서 이루다 서비스 준비 과정의 과실에 관해서는 "개인정보 및 혐오·편향 제거 등 숙제가 많다는 점도 많이 배웠다"는 정도로만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연애의 과학'을 썼다는 한 이용자는 "정부 조사 결과에 따라 범죄자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이 공식 석상에 나와서 성과를 자랑했다니 어이가 없다"며 "자리를 만들어준 투자자 협회 쪽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김 대표가 "인간 수준 대화가 가능한 AI를 만들겠다"며 '제2의 이루다'를 만들겠다고 말하는 것이 불안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스캐터랩은 '연애의 과학' 등으로 약 100억건의 카톡 대화를 수집해 이중 1억건을 추려 이루다 개발에 썼다.

이 회사는 개인정보 유출·남용 논란이 불거지자 이루다 개발에 쓰인 1억건의 데이터베이스(DB)는 폐기하겠다고 밝혔으나, 100억건의 원본 DB는 폐기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에 참여 중인 한 이용자는 "이루다 같은 AI를 다시 개발한다는 것인데, 기존에 쌓아둔 개인정보를 제대로 동의받지 않고 또 재활용할 것이 의심된다"고 우려했다.

VC·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투자자들 앞에 서는 스캐터랩의 사정이 이해가 간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스캐터랩 주요 투자사 중 한 곳인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말 스캐터랩 관련 영업권을 전액 손상 처리했다.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스캐터랩이 AI 스타트업으로 간판을 유지하고 싶으면 새 투자자를 찾기 전에 소비자 신뢰를 먼저 회복하는 것이 순서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투자사 관계자는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이용자가 신뢰하지 않고 외면하면 의미 없다"며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이면 투자나 채용도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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