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측 ‘가상 양자대결’ 도입 주장
吳측 “한 번도 쓴 적 없는 방식” 비판
이태규 “2010년 선거때 이미 사용
유선전화번호 섞자는게 더 생뚱”
19일 단일화 발표 일정 차질 불가피
18일 ‘벼락치기 방식’ 가능성 남아

국민의힘 오세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양측이 여론조사 방식을 놓고 벼랑끝 대치를 벌이면서 17일부터 이틀간 진행하기로 한 여론조사 일정도 차질이 빚어졌다.
이날 양측 실무협상단은 오전 8시30분 재개한 단일화 협상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오후 3시 최종 담판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16일에도 오후 1시30분부터 8시간가량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양측은 단일화 여론조사의 소속 정당·기호 표시 여부, 적합도·경쟁력 등 조사문항, 조사 대상 전화번호의 유무선 비율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
국민의힘 오 후보는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안 후보 측이 또 새로운 것을 들고 나왔다”며 “양 후보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함께 설문 문항에) 대입해서 누가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묻는 정치 역사상 쓴 적이 없는 방식을 관철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이 주장하는 ‘가상 양자대결’을 비판한 것이다. 가상 양자대결이란 ‘박영선 대 오세훈’, ‘박영선 대 안철수’ 중 누가 더 유리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여론조사 방식이다.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 후보가 잘 모르고 한 말”이라며 “모든 언론사가 이미 가상대결(방식의 여론조사)을 하고 있고, 2010년 경기지사 선거 때 야당의 유시민·김진표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가상대결로 후보 결정을 했다”고 했다. 이어 “전혀 생뚱맞은 것을 들고 나온 건 국민의힘”이라며 “(조사 대상에 무선 100%가 아니라) 유선번호를 섞어서 하자고 하는데 이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안 후보도 이날 한국기자협회 등이 주최한 서울시장 후보 초청토론회에서 “지금까지 쓰지 않은 방식을 가져온 건 국민의힘”이라고 지적했다. 통상 유선전화 조사는 보수층 응답 비율이, 무선 조사는 중도·진보층 응답률이 높다. 안 후보 측은 유선 전화번호를 섞게 되면 자당에 불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소규모 정당이 대규모 제1야당을 압박해서 능가하려는 협상 자세를 보이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며 “(안 후보가) 떼를 쓰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측의 ‘치킨 게임’로 기존 합의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양측은 애초 17, 18일 이틀간 여론조사를 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후보등록 마지막 날인 19일 단일후보를 발표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정양석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협상 직후 “오늘 (여론조사를 하는 건) 힘들지 않겠나 싶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당 이 사무총장은 “단일 후보 등록은 19일 오후 6시까지 하면 되니 (17일에 결론이 나면) 여론조사 표본 확보를 할 물리적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18∼19일 오후까지 여론조사를 돌린 뒤 19일 오후 6시 전 최종 후보를 내는 ‘벼락치기 방식’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19일까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면 각각 ‘기호 2번 오세훈’과 ‘기호 4번 안철수’로 등록해 선거운동을 하게 된다. 야권 총결집을 위해선 선관위가 투표용지 인쇄를 시작하는 오는 29일까지 단일 후보를 내야 한다. 투표용지에 야권 후보를 1명만 반영하기 위한 ‘데드라인’이다.
29일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하면 2, 4번 후보가 모두 투표용지에 적힌다. 사전투표 시작일인 4월 2일 전 단일화 방안도 있지만 단일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의 동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후 단일화에 성공해도 각 투표소에 ‘몇 번 어떤 후보가 사퇴했다’는 안내문만 붙게 된다. 후보 사퇴를 인지하지 못한 일부 유권자의 무효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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