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에 의하면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있을 때에 채무자의 재산에 관한 소송절차는 중단됩니다(제59조 제1항). 회생절차 개시에 의하여 채무자 재산의 관리처분권이 관리인에게 이전되므로 재산관계 소송의 수행권도 관리인에게 부여하여야 재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수많은 회생채권·회생담보권의 확정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소송절차가 아니라 간이·신속한 채권 조사절차로 해결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채무자의 인격적 활동에 관한 소송(이사회·주주총회·사원총회 결의 무효 또는 취소의 소 등)이나 채무자 내부의 조직법적·사단적 활동에 관한 소송(채무자를 상대로 한 주주지위 확인의 소, 주식 명의개서 청구의 소 등) 등은 재산관계의 소에 해당하지 않아 회생절차가 개시되더라도 여전히 채무자의 대표자에게 수행권이 있고, 회생절차 개시로 절차가 중단되지도 않습니다.
회생절차 개시 결정에 의하여 중단된 채무자 재산에 관한 소송절차 중 회생채권·회생담보권과 관계없는 것은 관리인 또는 상대방이 이를 수계할 수 있습니다(채무자회생법 제59조 제2항). 환취권과 공익채권에 관한 소송, 채무자가 가지는 권리에 기한 이행 또는 적극적 확인을 구하는 소송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에 관한 소송절차는 즉시 수계를 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간이·신속한 절차인 회생채권 등의 조사절차를 거치고, 그 절차에서 이의가 있는 회생채권자 또는 회생담보권자가 그 권리의 확정을 구하고자 하는 때에 이의자 전원을 그 소송의 상대방으로 하여 절차를 수계하여야 하고(채무자회생법 제172조 제1항), 권리 확정을 구하는 것으로 청구 취지를 변경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당사자는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이 이의채권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소송수계 신청을 할 수는 없습니다.
예컨대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공사대금 채권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행 청구와 그 공사대금 채권에 기한 유치권 확인 청구를 병합하여 제기한 소송의 계속 중 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된다면, 채권자는 일단 개시된 회생절차에서 공사대금 채권 및 유치권에 관하여 회생채권 신고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이에 대해 일방 또는 쌍방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채권자는 공사대금 청구를 회생채권 확정 청구로, 유치권 확인 청구를 회생담보권 확정 청구로 취지를 각각 변경하고, 관리인은 채무자의 소송절차를 수계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한편 회생채권은 채무자에 대하여 회생절차 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을 말하는데(채무자회생법 제118조 제1호), 채무자의 재산상에 물적 담보를 가지지 않는 청구권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회생담보권과 구별됩니다. 다만 회생담보권자가 가지는 채권이라도 그 담보 목적물의 가액을 초과하는 부분은 회생채권이 됩니다(채무자회생법 제141조 제4항).
이러한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의 개념에 비추어 볼 때 위 예시에서 채권자는 유치권으로 담보되는 공사대금 채권 전부를 회생채권 및 회생담보권으로 확정받을 수 있을까요?
최근 대법원은 이와 같은 사안에서 “회생담보권은 회생채권 중에서 유치권 등의 담보권에 의하여 담보된 범위의 채권을 의미하므로, 채권조사 확정 재판 또는 채권조사 확정 재판에 대한 이의의 소에서 어떠한 채권을 회생담보권으로 확정하는 경우, 동일한 채권을 회생채권으로 확정할 이익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한바 있습니다(2021. 2. 4. 선고 2018다304380 판결).
위 판결의 원심은 공사대금 채권 원금 및 다 갚는 날까지의 지연 손해금 전부의 합계액을 회생채권으로 확정하고, 원금 및 지연 손해금 일부의 합계액을 회생담보권으로 확정한다고 판결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들어 ‘원심이 회생담보권으로 확정한 금액은 회생채권으로 확정한 공사대금 채권 중에서 원금과 이에 대한 지연 손해금 중 일부를 더한 금액인 바, 원고의 공사대금 채권 중 일부를 회생담보권으로 확정하면서 동시에 회생채권으로도 확정한 원심 판결에는 채권조사 확정 재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 하였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원심이 회생담보권으로 확정한 부분 및 회생담보권과 중복되지 않는 범위에서 회생채권을 확정한 부분에는 잘못이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러므로 회생채무자의 재산상에 물적 담보를 가진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에서 채권신고를 하거나 회생절차 개시 시 계속 중인 채무자의 재산관계 소송에서 청구 취지를 변경할 때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참고하여, 불필요한 시간적·경제적 노력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정현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hyunjee.chung@barunlaw.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