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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점도 떨어진다”… 수백대 1 경쟁률에 ‘청약통장 희망고문’ 씁쓸

입력 : 2021-01-22 08:00:00 수정 : 2021-01-22 08: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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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청약통장 가입자수가 255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한 해 신규 가입자만 180만명으로 광주광역시 전체 인구(145만명)를 뛰어넘으며 ‘청약 광풍’을 입증하고 있다.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는 ‘로또 청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서인데, 한편에선 웬만한 가점으론 당첨은 꿈도 못 꾼다는 ‘청약통장 무용론’도 나온다. 수도권 청약 경쟁률이 수백대1에 달하고 ‘만점자’까지 탈락하는 상황에서 가점을 채울 수 없는 서민들의 허탈감만 늘어간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의 청약통장 가입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 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555만9156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 말(2375만6101명) 대비 180만3055명 증가한 수치인데 연간 증가 폭으로는 2009년 통장 출시 이후(2015년 청약통장 통합 시기 제외) 최고 기록이다. 

 

이처럼 청약통장의 인기가 급상승한 데에는 계속된 집값 상승이 한 몫했다. 분양가상한제로 새 아파트의 분양가가 주변 구축 시세보다 낮게 책정돼 ‘로또’ 수준의 높은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져서다. 시장에서 당분간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이 계속되리란 전망이 우세함에 따라 청약 열기는 더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편으론 ‘청약통장’이 내 집 마련의 보증수표가 될 수 없다는 회의론도 퍼지고 있다. 청약 경쟁이 과열되고 가점이 높은 가입자들이 증가함에 따라 보통의 무주택자 수준으로 당첨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 돼서다. 


올해 들어서도 청약경쟁률은 고공행진 중이다. 이날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2일 청약을 진행한 ‘위례자이 더시티’는 617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하며 지난해 ‘고덕 아르테스 미소지움’의 최고 경쟁률(537.1대 1)을 뛰어넘었다. 서울 아파트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도 2019년 32.1대 1에서 지난해 76.9대 1로 2배 이상 늘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 커트라인도 계속 오르고 있다. 새해 첫 수도권 분양이었던 성남 ‘판교밸리자이 1·2·3단지’의 청약 당첨자 최고 가점은 79점을 기록했다. 1단지 전용 84㎡ 커트라인이 73점으로, 4인 가구 만점(69점)이 탈락하기도 했다.

 

지난해 서울 마지막 분양 물량이었던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에선 청약통장 최고점인 84점을 채운 가입자도 등장했다. 만점은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을 충족해야 해 가입자들 사이에선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나왔던 수치다. 가점이 낮은 사람들에겐 청약 자체가 ‘희망 고문’이라는 씁쓸한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청약 과열이 매매 수요 자극으로 이어져 전세난 심화 및 집값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청약통장에 대한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며 공급 물량 확대와 더불어 정말 주택이 필요한 무주택자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가점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사실상 정부가 인정하는 유일한 불로소득인 ‘로또아파트’에 당첨되기 위한 1순위 방안이 청약통장이기 때문에 그 열기가 사그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도 “청약 기능,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 증여 혜택(미성년자 10년간 2000만원 공제, 미성년자 아닌 직계존속은 5000만원 한도), 소득공제 등의 효과 때문에 무주택자에게 청약통장은 이점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다만 지난해 서울 아파트 당첨 가능 평균 최저 가점이 58.9점, 전국은 47.1점으로 청약 당첨 진입 문턱이 높기는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법으로는 역시 정공법인 공급 물량 확대가 답”이라며 “또한 청약가점항목에 주택 외 소득이나 토지, 상가, 건물 등 부동산 자산 항목을 포함해 주택이 필요한 수요층에게 청약 물량 공급되도록 가점 항목의 고도화를 고민해 봐도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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