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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에 파병된 피아니스트, 세이모어 번스타인의 ‘생애 가장 특별한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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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2-23 23:51:59 수정 : 2020-12-23 23: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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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방송된 EBS 1TV 시사교양 프로그램 ‘다큐프라임’에서는 ‘세이모어 번스타인의 특별한 수업’을 주제로 올해 93세 피아니스트이자 피아노 교습법의 거장인 세이모어 번스타인에 대해 다뤘다.

 

번스타인은 배우 이선 호크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2014)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는 피아니스트뿐만 아니라 스물다섯에 한국전쟁에 파병된 군인이기도 했다.

 

미 육군 보병이었던 번스타인은 당시 전국의 부대를 돌며 총알이 빗발치는 곳에서도, 한국인의 호기심 어린 시선 한가운데서도 피아노를 쳤고, 총 100차례가 넘는 공연을 했다.

 

휴일에는 카메라를 들고 동네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가 찍은 사진에는 흰옷을 입은 수줍은 사람들, 무서워하면서도 궁금한 눈치인 아이들, 조국의 슬픔을 직시하는 노인들 등 지난 1951년의 가난하고 슬픈 한국이 담겨있었다.

 

 

그는 이것을 일기로도 남겼으나 미국으로 돌아가서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다. 우연히 이선 호크와 영화를 찍다가 펴보고서는 생생하게 기록된 전쟁의 기억과 묘사에 놀랐다고 했다. 이후 이선 호크의 영화 속 이 장면을 본 한국 영상 제작자가 연락했고 그의 생애 두 번째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졌다.

 

그는 한국전쟁 70년 만에 그날들을 하나씩 풀어놓았고, 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자세하게 기억해냈다. 그는 격정을 누르며 제작진에게 “정말 한국에 다시 가고 싶어요. 마스터 클레스를 열고 싶어요”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당장 미국을 떠나기 어렵자, 제작진과 그는 온라인 마스터 클래스를 기획했다.

 

번스타인은 어린 학생부터, 대학생, 프로 연주자, 아흔넷의 할머니까지 다양한 제자들을 가르쳤다. 마법 같은 교습으로, 그의 한 마디, 다정한 목소리에 제자들은 놀라운 변화를 만들었다.

 

번스타인은 “군인으로서 전쟁에 참여하고, 최전선에서 연주도 했던 곳에 다시 돌아오니 감회가 남다릅니다”라며 “한국은 제 마음속 한 부분을 차지하는 나라이고, 이 수업을 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신정인 온라인 뉴스 기자 jishin304@segye.com

사진=EBS 1TV ‘다큐프라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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