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위, 尹 총장 항변에 힘 실어줘
박은정, 상관 패싱 질타에 “秋 지시”
검찰 ‘秋 직권남용 고발’ 수사 착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자문기구인 감찰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 정지 명령에 대해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려 추 장관의 강공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었다. 특히 법무부 외부 인사로 이뤄진 감찰위원들이 한목소리로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함으로써 윤 총장 측 항변에 힘이 실리게 됐다.
1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회의는 감찰위원 11명 중 강동범 위원장을 포함해 7명과 법무부에서 류혁 감찰관과 박은정 감찰담당관, 윤 총장 측에서 이완규 변호사 등 2명이 참석했다. 감찰담당관실에 파견 근무를 한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도 자리를 채웠다. 감찰위는 오전 10시부터 3시간15분 걸친 격론 끝에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 수사 의뢰 과정에 절차상 결함이 있어 부당하다고 만장일치로 결론 내렸다.
감찰위원들은 류 감찰관과 박 담당관에게 검찰총장 감찰조사 과정과 처분 배경 등을 경청했다. 이 과정에서 류 감찰관과 박 담당관이 목소리를 높여 언쟁을 벌여 감찰위원들이 적잖이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추 장관에 의해 전격 발탁된 박 담당관은 직속 상관인 류 감찰관에게 윤 총장 대면감찰 일정을 보고하지 않는 등 ‘패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류 감찰관이 “지난달부터 보고받은 게 하나도 없다”고 전하자 박 담당관은 “보안이 필요하면 보고 안 할 수도 있다”고 맞섰다고 한다. 이에 류 감찰관은 “사안 나름이지, 검찰총장 감찰을 보고하지 않느냐”고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담당관은 보고 누락 이유에 대해 “보안과 관련된 추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감찰관은 회의 직후 취재진 질문에 “제가 의견을 말씀드릴 수는 없다”며 “정말 마음이 아플 뿐”이라고만 언급했다. 박 담당관은 기자 질문에 “감찰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다”며 함구했다.
‘재판부 성향분석 문건’에 대해 윤 총장의 무죄를 주장한 이 검사도 보고서 삭제 여부를 놓고 박 담당관과 논박했다고 한다. 박 담당관이 “삭제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하자, 이 검사는 “지시했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이 지난 국정감사에 출석해 “퇴직 후 국민에게 봉사할 방법을 찾겠다”고 한 발언이 감찰 사유에 포함된 걸 놓고서도 양측 주장이 갈렸다. 감찰 담당 검사가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으나 박 담당관은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법조계에서 박 담당관 등에 대한 수사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이 추 장관과 심재철 검찰국장, 박 담당관을 검찰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사건은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에 배당됐다.
회의를 마치고 나온 감찰위원들은 말을 아꼈다. 강 위원장은 “결과는 법무부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만 짧게 답했고, 류희림 전 법조언론인클럽회장은 “안에서 논의한 내용은 대외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주형 의정부지검장 등은 기자들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감찰위는 지난달 27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법무부가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일정을 잇달아 연기했다. 감찰위원들이 징계위원회 전에는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력히 내 이날 회의가 열릴 수 있었다. 최근 법무부가 중요 사항 감찰에 대해 감찰위에 자문하도록 한 감찰 규정을 ‘자문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바꿔버린 탓에 이날 감찰위 결정은 법무부에 법적 구속력을 지니지 않는다.
김청윤·이도형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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