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에서 사의 표명 사실을 공개한 것을 두고 사과를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질책에 "사과할 사안이 아니다"고 받아쳤다.
홍 부총리는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사의 표명을 해놓고 자기 소신을 지키지 못한 것은 국회의원과 국민을 상대로 우롱하는 것'이라며 사과를 요구하는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4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 강화 논란에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2018년 2월 이미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강화하도록 시행령이 개정된 만큼 내년 4월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입장을 고수했지만, 최근 고위 당정청에서 현행대로 10억원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정책 책임자로서 홍 부총리는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문 대통령이 이를 반려하고 재신임하면서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하며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사의 표명을 한 이후) 인사권자인 뜻에 순응하는 것을 보고 더는 경제수장으로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며 "우리 대한민국 경제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는 분이 시장에 민감한 반응을 초래한 것인데 (부총리께서) 신뢰성을 잃으면 시장이 제대로 작동을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태흠 의원도 "부총리께서 (기재위) 이 자리에서 정확히 사의를 표명하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면서 "대통령 재신임 뜻에 따르겠다고 결정했으면 정확하게 입장을 밝히고 사과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대주주 요건) 현행 10억원을 유지하는 건 국민뿐 아니라 의원들께도 국정감사에서 계속 말씀드렸다"며 "저 혼자 정책을 하는 게 아니고 논의를 거쳐 보다 높은 차원의 논의를 거쳐 10억원 유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로서는 아무 일 없듯이 현행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말씀드리는 게 공직자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해 발언에 대한 책임 차원에서 진정성을 담아 (사의 표명을) 말씀드렸다"며 "당정청 갈등, 과거 어떤 거에 대한 지적보다 주식 과세 입장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진정성 있게 말씀드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후 인사권자의 뜻이 있었고 여러 가지 상황을 봐서 제가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인사권자의 뜻에 따라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우롱, 정치 개입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저로서는 정치 등을 접목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진정성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홍 부총리는 야당의 거듭되는 사과 요구에도 "사과할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전세시장 불안과 관련해서는 "이른 시일 내 전세시장이 안정되도록 정부도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세시장 안정화하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나 정책을 부처 간 고민하고 협의하고 있다"면서 "이전에 발표했던 정책, 전세 공공물량 확대 등 여러 가지 발표한 대책들을 착실하게 추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추 의원이 "추가적인 대책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게 맞다고 들린다"고 지적하자 홍 부총리는 "확실한 대책이 있으면 정부가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추가로 할 수 있는 고민은 하고 있다"고도 했다.
홍 부총리는 개인 유사법인에 대한 초과 유보소득세 도입과 관련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서 주주법인이 최근에 우후죽순으로 생겼다"며 "지금 신설되는 법인 10개 중 6개가 1인 법인일 정도"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세법 개정안을 통해 내년부터 개인 유사 법인의 초과 유보소득을 배당으로 간주해 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최대 주주 지분율이 높은 개인 유사 법인에 대한 의도적인 소득세 부담 회피를 막기 위한 조치이다.
이와 관련해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자 지분이 80% 이상인 기업이 적극적인 사업 활동 없이 일정 수준을 초과한 유보소득을 보유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세금을 매기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상적인 중소·벤처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개인유사법인 과세 범위를 명확히 하고, 투자와 R&D(연구개발) 등 비용공제 등 제도적 보완 장치도 마련했다.
홍 부총리는 "세금 납부를 회피하고자 하는 1인 법인주주에 대해서 배당 세제를 적용하는 것으로,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하는 법인의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도록 설계했다"며 "배당 간주세가 부과되더라도 나중에 실 배당이 이뤄질 때는 차감되기 때문에 이중적으로 배당세가 부과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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