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코로나가 당긴 ‘CBDC' 선점 경쟁… 현금 없는 사회 빨라지나 [이슈 속으로]

입력 : 2020-11-07 07:00:00 수정 : 2020-11-06 20:18:1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세계 중앙은행 80% 연구·개발 속도
비대면 금융거래 확산 ‘촉매제’
선두 달리는 中 11월 초 시범 운영 공개
베이징 올림픽 전까지 공식발행 계획
회의적이었던 美·유럽·일본 등도 가세

韓銀도 디지털혁신연구팀 가동
“서두를 상황 아니지만 필요한 때 대비”
2021년 CBDC 파일럿테스트… 발행여부 결정
“선택 아닌 필수… 도입 서둘러야” 지적도

정보통신기술(ICT)이 고도로 발달한 한국의 금융소비자들은 현재 현금을 쓰는 일이 별로 없다. 전자거래에 익숙한 사람들은 디지털화폐가 발행되더라도 삶에 큰 변화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화폐를 직접 관리하는 정부와 금융기관은 다르다.

한국은행은 종이돈을 발행하고, 운반하고, 관리하고, 폐기한다. 그 모든 과정에 비용이 든다. 화폐가 디지털화하면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 은행·기업의 대규모 금융 거래에도 혁신이 일어난다.

디지털화폐가 유통되려면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은 단순히 종이돈을 무형화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근간을 바꾸는 화폐개혁이다.

이런 엄청난 일을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준비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중앙은행의 80% 이상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에 대한 과제를 수행 중이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금융거래가 확산하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의 CBDC 연구·개발 움직임에 속도가 붙었다. 여기에 최근 중국 인민은행이 디지털위안화 시범운영을 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인 CBDC 경쟁이 시작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개 실험·법 개정… 디지털위안화 발행 임박한 중국

중국은 이달 초 선전시에서 디지털위안화 공개 테스트를 벌여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인민은행은 시민 5만명을 추첨해 1인당 200위안(약 3만4000원)의 디지털위안을 지급했고, 당첨자는 중앙은행의 ‘디지털위안화 앱’을 다운받고 ‘디지털위안화 지갑’을 개통해 사용했다.

중국은 CBDC 발행 의지가 가장 강한 나라다.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로 디지털위안화 실험을 확대 진행한 뒤 2022년 2월에 개최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전까지 공식 발행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3일 디지털위안화를 법정통화에 추가하는 법안도 공표했다.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법적 지위를 인정했으니 디지털위안화 시대가 열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위안화는 외국환과 태환(兌換)되지 않기 때문에 디지털위안화가 국제화하기는 어렵겠지만 소액결제는 물론 국가 간 대규모 금융 거래도 이를 이용하면 빠르고 편리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회의적이었던 주요국… 코로나19 이후 관심↑

BIS는 지난 10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이 소액결제용 CBDC 발행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CBDC 발행에 부정적이었던 세계 3대 기축통화국(미국, 일본, 유럽연합)도 최근 들어 태도가 달라졌다.

일본은 장기적인 경기 침체, 코로나19, 도쿄올림픽 연기 등으로 어려워진 일본 경제에 CBDC가 활력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면서 최근 CBDC 연구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일본은행은 지난 2월 디지털화폐연구팀을 꾸렸고 7월 인원을 확충했다. ‘2020년도 경제재정 운영 개혁의 기본방향’에 “중앙은행 디지털통화 실증실험을 검토, 실시한다”는 문구를 추가했으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디지털엔화 실증 실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미국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달라진 기류가 눈에 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지난 19일 “발행을 서두르는 것보다 제대로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CBDC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발행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고 말해 이전보다 신경 쓰는 태도를 보였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달 초 디지털유로 도입 논의를 공식화했고 내년 중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디지털유로 상표등록도 출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뉴스1

◆한은 “서두를 상황 아니다”… 전문가 “서둘러야”

한은은 지난 2월 CBDC를 연구하는 전자금융조사팀 소속 디지털혁신연구반을 독립된 팀으로 격상하고 박사급 인력을 채용했다. 지난 8월에는 CBDC 관련 법적 쟁점과 개정 사항 등을 검토할 법률자문단을 꾸렸고, 최근엔 외부 기술컨설팅 사업을 위한 공모를 진행했다.

그러면서도 CBDC 발행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은 지급결제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며 “가까운 장래에 CBDC를 발행을 서두를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행이 필요한 때를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내년 CBDC 파일럿테스트를 한다. 금융환경에서의 테스트나 발행 여부 등은 이후 상황에 따라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한은이 CBDC 발행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교수는 “디지털화폐로의 전환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한 흐름”이라며 “서둘러 CBDC를 도입한다면 지급결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세계 경제의 주도권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영국 런던, 미국 뉴욕으로 이동해왔고 디지털화폐 시대가 도래하면 또 바뀔 수 있다”며 “지금 주도적으로 화폐경제를 선진화한다면 한국에 디지털 월스트리트를 세우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수지 '하트 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