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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서 보이는 삶의 가치… 영화 ‘종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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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0-20 09:17:12 수정 : 2020-10-20 09: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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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관문인 장례…결국은 삶에 대한 이야기
고훈 감독 “삶 포기하지 말았으면”…22일 개봉
영화 ‘종이꽃’에서 장의사 성길(안성기·왼쪽)이 숨진 길고양이 장례를 치르고 있다. 스튜디오 보난자 제공

누구에게나 마음속 상처는 있다. 완벽하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아픈 기억 하나쯤은 있는 법이다. 아픔을 대하는 방식, 삶의 태도가 다를 뿐이다. 누군가는 삶을 비관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삶의 의미,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는다.

 

영화 ‘종이꽃’은 죽음의 관문인 장례 이야기를 중심으로 역설적으로 삶을 이야기한다. 스스로 벼랑 끝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꼭 봐야 할 영화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저마다 아픔이 있다. 장의사 성길(안성기)의 아들 지혁(김혜성)은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해지며 삶의 의욕을 잃었다. 그런 아들을 지켜보는 성길의 마음도 괴롭다. 성길이 장의사가 된 데에도 아픈 사연이 있다.

 

옆집에 이사 온 은숙(유진) 역시 마찬가지다. 가정 폭력이란 삶의 어둠을 밝음으로 승화해 잘 드러나진 않는다.

 

영화는 은숙과 지혁의 대비, 지혁이 은숙을 만나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아주 사소한 계기로 삶의 의욕, 희망을 찾게 됨을 보여준다. 집 밖에서 들리는 아이들 웃음소리나 비 오는 날의 김치전이 대표적이다.

영화 ‘종이꽃’에서 종이꽃을 접고 있는 장의사 성길(안성기). 스튜디오 보난자 제공

영화는 한편으로 죽음의 이중성을 말한다. 죽음은 공평하면서도 공평하지 않다. 영화 제목인 종이꽃이 이를 상징한다. 누구나 죽고, 죽고 나면 한 줌의 재로 변하지만 마지막 가는 길이 같진 않다. 종이꽃으로 치장한 오동나무 관과 운구차에 실려 떠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연고자는 장례도 없이 쓸쓸히 떠난다.

 

삶의 것들은 결국 죽음 앞에서 무의미하다. 성길의 말대로 “관은 비싼 거든 싼 거든 다 썩고, 돈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죽으면 다 똑같은 것”이다.

 

잔잔한 여운이 있는 영화다. 시나리오를 직접 쓴 고훈 감독은 “살다 보면 힘들고 어려운 때가 있고 자신의 삶이 아름답지 못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삶을 포기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22일 개봉.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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