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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 풍상에 기울어져가는… 동양의 피사탑 [박윤정의 니하오 중국]

관련이슈 박윤정의 니하오 중국

입력 : 2020-10-24 08:00:00 수정 : 2020-10-21 17: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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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역사가 숨쉬는 쑤저우
호구탑. 운암사 깊숙이 자리한 탑은 송나라시절 당나라 목탑을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팔각형의 일곱 개 층으로 구성된 벽돌 탑은 무게가 600t에 이르며 현재는 중심에서 2.5m기울어 있다고 한다.

핑장루(平江路) 거리에서 느꼈던 재스민 향기를 가득 안고 잠에서 깨어난다. 창밖으로는 지난 밤 고대 운하거리에서 느꼈던 운치와는 다른 현대적 풍경이 펼쳐져 있다. 어제 물길은 수천 년 역사를 품고 정원과 명승지를 굽이굽이 휘돌아 흐르더니 지금 눈앞의 물길은 현대적 건물들의 마천루를 품으며 호수를 수놓고 있다. 수천 년 역사와 현대적 발전이 함께 어우러진 쑤저우를 더욱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어 주는 듯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4대 정원(창랑정, 유원, 사자림, 졸정원)을 포함해 수많은 명승고적을 관람할 생각이 아침을 서두르게 한다. 볼거리가 많은 하루를 기대하며 호텔을 나선다.

춘추 전국 시대부터 명나라 때까지 이어진 아름답고 유서 깊은 정원들을 찾아 설레는 마음으로 문화 중심인 구수 지구로 들어선다. 쑤저우 여행 일정은 대부분 이 지역에서 이루어진다. 어제 방문했던 박물관과 졸정원도, 오늘 일정인 한산사원과 유원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섬세한 역사가 조용히 숨 쉬고 있다.

먼저 호구(虎丘)탑에 도착한다. 호랑이 언덕의 전설은 기원전 496년, 우왕 아버지 무덤을 호랑이가 나타나 지키고 있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운암사(雲岩寺) 깊숙이 자리한 호구탑은 송나라 시절 당나라 목탑을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팔각형의 일곱 개 층으로 구성된 벽돌 탑은 아름답고 웅장한 외형만으로도 방문객에게 충분한 경외심을 갖게 한다.

중국인에게도 인기 있는 관광지인지 깃발을 든 가이드 뒤를 따라 수십 명의 학생과 성인 단체들이 몰려 있다. 벽돌로 지어져 무게가 600t에 이른다는 탑은 조금씩 기울어져 현재는 중심에서 2.5m 기울어 있다고 한다. 피사의 사탑보다 200년 앞서 지어졌다는 동양의 피사탑은 조금 기울어진 모습에도 불구하고 언덕의 수풀과도 잘 어우러져 그 아름다움을 더한다.

한산사. 중국 10대 사원 중 하나라는 한산사의 현재 구조는 청나라 때 완성되었지만 원래 건축은 남 왕조(502?557)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1500년 이상의 역사뿐만 아니라 풍교야박이라는 시로 유명하다.

호구탑을 떠나 역사적인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유명한 랜드마크나 숨겨진 멋진 장소들을 만나게 된다. 두리번거리며 시내를 걷다 보니 세계유산에 등재된 남북조 시대에 창건한 한산사(寒山寺)에 도착했다. 중국의 10대 사원 중 하나라는 한산사의 현재 구조는 청나라 때 완성되었지만 원래 건축은 남 왕조(502~557)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1500년 이상의 역사뿐만 아니라 풍교야박(楓橋夜泊)이라는 시로 유명하다. 당나라 시인 장계의 이 시는 수세기 동안 사랑받아 왔으며 오늘날에도 중국과 일본의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고 한다. 장계는 한밤중에 배를 타고 가다가 한산사 종소리를 듣고 이 시를 지었다고 하는데 한산사 종소리는 오늘날 중국인들에게도 특별하다. 이 종소리를 들으면 무병장수하고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을 뿐 아니라 우리 보신각 타종처럼 매년 새해 전야에 108차례 종을 울리는 의식이 이 절에서 행하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에 나오는 종은 일본이 약탈해 갔고 그 자리에는 새로 만든 종을 걸었다고 한다.

1500년 고찰을 향하는 길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최근 지어진 당나라 스타일의 보명보탑(普明?塔)이다. 1995년에 완공된 높이 42m 5층탑은 사원 너머 도시의 속세와 불교의 세상을 나누는 듯 웅장하게 서있다. 현지 신자들은 행운을 바라며 향과 양초에 불을 붙이고 나무에 빨간 리본을 던진다. 나도 보명보탑을 시계 방향으로 세 번 걸으며 안전한 여행과 평안을 빌어본다. 탑을 지나 주위 그림 같은 정원과 넓은 뜰을 가로질러 본당에 도착하니 석가모니 부처님의 큰 불상이 눈에 띈다. 홀 양면에는 명나라 시대에 주조되었다는 18개의 금도금 철 조각상이 인상적이다. 빨간색의 건물, 높은 탑, 종탑 외에도 사원 곳곳에는 불교 경전과 중국시가 새겨진 석판들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원을 이리저리 구경하다 남쪽 벽 밖에 있는 차 정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차를 마시며 천오백 년 고찰의 숨결을 느껴본다.

유원. 쑤저우를 대표하는 정원으로 명대에 조성되었으며 1997년도에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면적이 23.31㎢로 동쪽, 서쪽, 중앙 및 북쪽의 네 공간이 각기 다른 목적으로 나뉘어 있고 특이한 모양 돌들이 이채롭다.

숨을 고르고 다음은 유원(留園)으로 향한다. 쑤저우를 대표하는 정원으로 명대에 조성되었으며 1997년도에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면적이 23.31㎢로 동쪽, 서쪽, 중앙 및 북쪽의 네 공간이 각기 다른 목적으로 나뉘어 있다. 공간을 연결하는 복도는 상감 서예로 장식되어 있어 읽기는 어렵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유원 역사는 400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간다. 유명한 석공의 도움을 받아 지어졌다는 정원 곳곳에 있는 특이한 모양의 돌들도 이채롭다. 정원은 1930년대에 거의 철거되었지만 정부 후원으로 1954년에 대중에게 공개되었고 199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단다. 중국 전통 풍경화 같은 정원은 왕실 사냥 정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한정된 공간 내에서 이루어진 멋진 자연 경관은 전형적인 청나라 스타일이라고 하며 남쪽은 조상의 사원과 집, 중앙은 인공 산과 호수 풍경, 동쪽은 우아한 건물과 정원, 서쪽은 단풍나무로 덮인 언덕이 특징이다. 그리고 옛 채소밭이었던 북쪽은 화분과 분재, 목가적인 풍경으로 펼쳐져 있다. 정원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넓은 장소에서 산책을 즐기며 한참을 쉬어 간다.

특색이 있는 정원을 지나 다시 핑장루 거리로 향한다. 중국 전통 복장을 한 젊은이들이 곳곳에 보인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멋진 실크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둘러본다. 어느덧 물가에 달이 차오른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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