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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공익형직불제로 농정 패러다임 사람·환경 중심으로 바꿀 것”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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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9-22 20:00:00 수정 : 2020-09-22 22: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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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불제, 논농가·밭농가 형평성 제고
농촌 지속 가능성·소득 안정도 기대
한국판 뉴딜, 스마트팜 등 19개 포함
새 과제 개발… 그린인프라 구축 계획

농업관료들 사이에서 김현수 장관은 ‘현테일’로 통한다. 묻고 또 묻고, 검토하고 또 검토하는 그의 세밀(디테일)한 업무스타일에 간부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렇다고 추진력이 덜한 것도 아니다. 예상을 벗어난 과감한 결정과 빠른 실행으로 농업계를 놀라게 한 적이 여러 번이다.

 

김 장관은 지난해 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당시 농가 확산을 막기 위해 최초 발병 농가 두 곳뿐 아니라 해당 지역 돼지를 모두 살처분하는 강수를 뒀다. ‘다소 과하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 덕에 1년 가까이 농가 감염이 없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한국 농정의 패러다임을 바꿀 ‘공익형직불제’를 밀어붙인 것도 마찬가지였다.

 

1987년 공직에 입문해 주요 업무를 두루 경험한 그는 문재인정부 초대 농식품부 차관으로 발탁됐다. 2018년 3월 김영록 장관이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물러난 뒤부터 5개월가량 장관 직무대행을 수행했고, 1년 뒤인 2019년 8월 장관으로 취임했다. 농식품부는 2018년 정부업무평가에서 전 부문 우수등급을 받았고, 2019년엔 전 부처 중 유일하게 S등급을 받아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부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에 직원들 자긍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김 장관은 “유능하고 열정적인 직원들을 만난 내가 참 복이 많다”며 공을 돌린다.

 

22일 서울을 찾은 김 장관을 여의도 대한잠사회관 사무실에서 만나 그간의 소회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 장관과의 일문일답.

 

―취임 1년이 지났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작년 9월16일 ASF가 처음 발생했을 때를 잊을 수 없다. 치사율은 높은데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질병이다. 외국 사례를 살피면 국내 양돈산업이 붕괴할 수도 있는 위기였다. 지나치다고 여겨질 만큼의 과감하고 선제 방역조치를 단행했다. 전국에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고 발생지역 모든 농가에 대해 전량 살처분과 수매를 했다.”

―현재 ASF 상황은 어떤가. 언제 종식될 수 있나.

 

“발생 23일 만에 14건을 끝으로 바이러스 농가 확산을 차단했고 1년 가까이 사육돼지 추가 감염은 없다. 다만 야생멧돼지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돼 안심하기는 이르다. 지금은 종식을 논하기보다 멧돼지로부터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울타리 설치, 포획 및 폐사체 수색 등 야생멧돼지 관리와 오염지역 소독, 농장 단위 차단방역 강화 등을 추진한다.”

 

―연례행사였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최근엔 잠잠한 것 같다.

 

“위험요인의 철저한 사전관리로 2018년 3월17일 마지막 발생 이후 국내 추가 발생이 없다. 최근 유럽·중국·베트남 등 주변국들에서 고병원성 AI 발생이 증가해 철저한 방역관리가 필요하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날아가 퍼질 수 없다. 어딘가에 묻어 옮겨지기 때문에 축사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10월부터 특별단속기간인 만큼 철새도래지 인근 축산차량 출입통제구간을 확대 운영하고 철새도래지 주변 도로를 매일 소독하겠다.”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농촌 피해가 컸다.

 

“집중호우로 2만9281㏊, 세 차례 태풍으로 3만4252㏊의 농경지 피해가 났다. 전국적으로 벼 등 농작물 쓰러짐·침수피해가 가장 컸고, 과수 주산지의 낙과 피해가 컸다. 한우 1213마리, 돼지 7147마리, 가금 191만마리가 폐사했다. 피해 복구에 3028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피해 농가에 도움을 줄 수 있게 재해복구비 지원 단가를 인상했다. 각종 병해충과 가축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방제·방역, 농약 할인 공급 등에 주력하고 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2일 농촌공간 정비 계획과 가축전염병 차단 방안, 포스트 코로나 시대 농정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추석과 김장철 앞두고 농산물 가격 치솟아 국민 걱정이 크다. 대책이 뭔가.

 

“수해로 시설채소 중심으로 높아졌던 가격은 이후 출하량 회복되면서 8월 중순 이후 안정세를 보인다. 단, 장마 태풍 등 누적된 피해로 가격 강세가 지속하고 있다. 사과·배는 연초 냉해와 낙과 피해 등으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나 추석 성수품 수급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다. 배추·무는 재배면적 감소로 가격이 높으나 추석까지 출하되는 물량 감안하면 수급여건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농업분야 타격도 컸다. 어떻게 대응했나.

 

“농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발 빠르게 대처해야 했다. 정부 공공기관 중심으로 비대면 꽃소비를 추진해 화훼 가격은 상당 부분 회복됐다. 친환경농산물은 공공부문 꾸러미 공동구매, 자가격리자 제공 등을 통해 피해 물량 91% 대체 판로를 지원했다. 외식업계는 일시적 경영 위기를 견딜 수 있도록 운영자금 융자를 확대하고 금리를 인하했다. 수출기업의 경우 비대면 수출 상담 등 지원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농업은 어떻게 변할까.

 

“농업 분야에서도 생산부터 유통·소비 전반에 걸쳐 비대면 활동이 다양하게 도입되고 기계화·자동화 등 스마트 농업과 인공지능 활용 생산기술이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추진 중인 4개 스마트팜 혁신벨리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데이터에 기반을 둔 농업의 기초를 다지겠다. 유통분야에서도 온라인 도매 거래시스템을 구축하겠다.”

―‘한국판 뉴딜’ 관련 농식품부는 어떤 사업을 진행하나.

 

“우리 부 소관 사업 19개가 ‘한국판 뉴딜’에 포함됐다. 스마트팜 기술 개발, 농촌 용수 디지털화 등 10개 사업이 반영됐고, 농정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가축 분뇨 처리 지원 등 9개 사업이 추가 반영됐다. 총 2678억원 규모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만들기 위해 한국판 뉴딜에 반영된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새로운 과제도 지속 발굴하겠다. 농촌 난개발 방지와 유해시설 이전 등 농촌 공간 정비, 비료농약 사용 감축, 저탄소 친환경 농업 기반 조성으로 그린인프라를 구축한다.”

 

―‘공익형 직불제’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나.

 

“지난해 9월 국회에서 공익직불법이 발의돼 12월 통과된 이후 농업인단체, 소비자단체, 지자체 등 협조하에 5월1일 공익직불제를 시행했다. 현재 신청접수가 완료됐고 자격 검증 및 준수사항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직불금을 지급한다. 공익직불제 개편은 우리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 사람과 환경 중심의 농정으로 패러다임 전환하는 첫걸음이다. 농가 소득안정에 기여하고, 논농가와 밭농가의 형평성을 제고한다. 환경보호와 공동체 활성화, 먹거리 안전 등 공익증진을 위한 농업인 준수사항을 확대해 환경·생태계와 농촌 공동체 회복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K농업 수출 성과가 두드러진다. 특별히 주목하는 품목이 있나.

 

“민관이 함께 한국 농식품 우수성 알리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그중 김치 수출의 증가가 눈에 띈다. 코로나19로 발효식품인 김치의 기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고추장 된장 등도 비슷한 이유로 수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는 세계적인 유통 트렌드에 맞게 온라인·비대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우리 농식품의 기능성 알리려는 노력을 계속하겠다.”

 

―앞으로 주력하고 싶은 사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데 역량을 쏟고 싶다. 특히 식량의 글로벌 공급망 붕괴 가능성에 대비해 밀·콩의 자급확대와 해외도입 역량 강화 대책을 마련하겠다. 밀과 콩 등 주요 곡물 계약재배를 도입하기 위한 내년 예산 450억원을 확보했다.”

 

―어떤 장관으로 기록되고 싶은가.

 

“나는 ‘늘공’(늘상 공무원)이라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할 뿐 튀는 건 싫어한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장관, 부족한 장관 등으로 기억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사소한 부분까지 철저히 검토하고 점검하겠다. 공직생활을 마라톤에 비유하자면 저는 페이스 조절 없이 매 순간 전력 질주하는 마음으로 일해 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대담=박찬준 경제부장, 정리=김희원 기자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대구 달성(1961년) ●경북고 ●연세대 경제학과 ●서울대 행정학·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 농업경제학 석사●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식품산업정책관●농촌정책국장●기획조정실장●차관●장관 대행(2018년 3∼8월)●제65대 장관(2019년 8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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