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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의영화산책] 미래변화 인식지수 높여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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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9-18 22:00:29 수정 : 2020-09-18 22: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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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대형 산불의 원인을 지구온난화로 인해 가뭄이 증가하는 기후변화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동부 허리케인 역시 더 강한 피해를 남기고 있다. 기후변화 인식지수가 높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인터스텔라’에서 사막화된 지구 문제를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의 신작 ‘테넷’ 은 핵의 위험성과 기후변화를 초래한 현재의 사람들이 시간을 거슬러 후손과 갈등을 빚는 이야기다.

이론물리학에서 가능한, 즉 사물의 엔트로피를 반전시켜 시간을 역행할 수 있는 미래 기술인 인버전 개발자 사토르(케네스 브래너)는 위험을 자초하고 있는 현재를 버리고, 새로운 미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세상을 파괴하려 한다. 이를 막기 위해 투입된 작전의 주도자(존 데이비드 워싱턴)는 미래에서 인버전된 무기가 현재로 보내지는 것을 막고자 사투를 벌인다. 인버전에 대한 정보를 가진 닐(로버트 패틴슨)은 그의 조력자이며, 미술품 감정사이자 아이 문제로 사토르에 대한 복수심이 가득한 그의 아내 캣(엘리자베스 데비키)도 사토르를 죽이고자 한다. 영화는 첩보물의 외피를 입고 박진감 있게 진행되지만, 일반 첩보물과는 결을 달리한다. 유리벽에 총을 쏘는 장면이 총알이 다시 총으로 튀어 들어오는 장면으로 전환되는 두 개의 타임라인이 병행되는 장면이나, 뒤에서 앞으로 진행하는 시간 역행 자동차와의 추격 신 모두 미래라는 시간에 대해 인식하게 만든다.

지금도 끊임없이 과거가 돼 버리는 현재를 우리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왜 우리가 살게 될 미래를 망쳐버리고 있느냐고 질타를 넘어선 분노를 후손들이 우리에게 보내게 되지는 않을까. 코로나19도 생태계 변화로 인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시간을 거스른 시공간에서 산소호흡기를 써야 숨을 쉬는 영화 속 주인공과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하는 우리의 모습이 병치돼 보이는 것은 왜일까. 환경생태학자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에서 “인간은 미래를 예견하고 그 미래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 지구를 파괴함으로써 그 자신도 멸망할 것이다”라는 알베르트 슈바이처의 말을 인용하면서 한 경고가 문득 뇌리를 스친다. 지금이라도 미래 변화 인식지수를 높이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불빛을 향해 날아가는 부나방의 운명처럼 암울하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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