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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조난 신호 ‘메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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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9-16 22:51:56 수정 : 2021-03-25 14: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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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영화를 보면, 위기 상황에 부닥친 비행기 조종사는 관제탑과 교신하며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라고 외친다. 영어를 처음 익힌 사람은, 조난 신호 ‘메이데이’(Mayday)를 외치는 것을 들으면, 왜 뜬금없이 ‘노동절’(May Day)이라 할까 의아해한다. 여기서 메이데이는 어떤 뜻일까?

웹스터 사전에 따르면, 메이데이는 조난상황에 처한 선박, 비행기, 비행선, 우주 비행체의 운전자가 국제 무선 전화에서 사용하는 긴급 구조요청의 의미의 단어로, 세 번 반복하여 말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문자로 표현할 때 노동절 메이데이는 띄어 쓰고, 구조신호 메이데이는 붙여 써서 구분하지만, 말로 표현할 때는 혼동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구조신호로 메이데이를 사용할 때에는 반드시 세 번 반복한다.

조난 신호 메이데이는 1923년 영어 단어로 처음 사용되었다. 그 당시 영국 런던 크로이던 공항과 프랑스 파리 르부르제 공항을 오가는 비행기가 많았고, 두 나라 비행기 조종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찾아야 했다. 런던 크로이던 공항의 관제사인 목포드는 전화로 긴급구조를 요청할 때 사용하는 단어로 ‘메이데이’를 제안하였고, 그것이 채택되었다.

2019년 개봉한 한국영화 ‘엑시트’에서 “따따따 따 따 따 따따따”(... --- ...)로 재현되었듯이, 전신(電信) 모스 부호 S.O.S.는 그 당시 널리 사용되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통용되고 있지만, 전화에서 음성으로 표현하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에스’(s) 발음은 종종 ‘에프’(f)와 혼동되어 들리므로, 때로는 프랭크(Frank)의 ‘에프’가 아니라, 샘(Sam)의 ‘에스’라고 부언해야만 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비행기에서는 무전기가 아니라 무선 전화를 주된 통신 수단으로 도입했다. 그래서 다른 것으로 착각할 수 없는, 짧고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찾아야만 했다. 영국 신문 더타임스는 1923년 2월 2일 “새로운 항공 조난 신호”라는 기사에서 “도와주세요”라는 의미의 프랑스어 메데(m’aider)에서 가져온 것이라 보도하였다.

미국은 1927년 ‘메이데이’를 국제 무선 전화 조난 신호로 채택했고, 그 뒤 ‘메이데이’는 국제표준 조난 신호가 되었다. 당연히 프랑스 사람도 국제 무선 전화로 긴급구조 요청할 때에는 ‘메데’가 아니라 ‘메이데이’라고 세 번 외쳐야 한다. 메이데이는 프랑스어 사전에도 등재되어 있다.

한편 해마다 5월 1일이 다가오면 몇몇 언론에 노동(勞動)과 근로(勤勞)의 차이를 강조하는 칼럼이 실린다. ‘노동’은 그냥 일하는 것이고, ‘근로’는 부지런히 일하는 것이라 구분하면서, 노동자와 근로자는 엄격히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하와이대 사회학과 구해근 교수가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에서 적시하였듯이, 1987년 이후 민주노동조합운동에서는 ‘근로자’ 대신 ‘노동자’라는 단어에 ‘사회의 주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권위주의 정권에 협조한, 과거의 노동운동을 비판하면서 ‘노동자’라는 단어를 재정립한 것이다.

그러나 노동과 근로라는 단어의 뜻이 다르다는 주장은 동의할 수 없다. 근로의 근(勤)은 ‘부지런하다’라는 뜻도 있지만, 그저 ‘일한다’라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출근’, ‘통근’, ‘퇴근’에서의 근은 ‘부지런하다’라기보다는 ‘일한다’라는 뜻을 가진다. 근무(勤務)에서의 근도 마찬가지다. 즉, ‘근로’와 ‘근무’는 같은 뜻의 한자 둘을 나란히 배치하여 만든 한자어로, ‘노동’과 동의어로 보는 게 타당하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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