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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 겹겹이 쌓여진 '열정의 나라'여 안녕~ [박윤정의 hola!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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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9-19 03:00:00 수정 : 2020-09-16 20: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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⑭ 말라가를 떠나며·끝
여행을 시작했던 남부 휴양지 말라가서 여유로운 ‘골프 휴양’으로 마지막 여정
골목길 따라 대성당·박물관 둘러 보고 노을 지는 바닷가 풍경도 마음 속에 저장
호텔 해변에는 바다 위로 노을이 지고 있다. 노을이 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말라가 정취를 기억에 새겨둔다.
길었던 스페인 여행의 마지막은 조금은 여유로운 골프 휴양으로 잡았다. 어제 말라가로 돌아와 숙소로 잡은 파라도르 말라가 골프 리조트는 해변에 위치해 해수욕과 골프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휴양 리조트이다. 이른 아침 햇살이 조용히 창문에 스며든다. 커튼을 젖히니 창밖으로 초록색의 골프코스가 넓게 펼쳐져 있고 그 너머로는 푸른 바다가 하늘과 맞닿아 있다. 바다와 하늘은 나란히 경계선을 이루며 세상을 나누고 있는 듯하다.

 

아침 식사를 하러 내려가니 벌써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다. 식기 부딪히는 소리만 들릴 뿐 실내는 조용하다. 간단히 음식을 덜어 접시에 옮겨 담고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어느새 낯이 익은 종업원들은 인사를 건넨다. 아침과 저녁을 같은 식당에서 하는 데다 동양인이 관광지가 아닌 휴양지에서 머무는 경우가 드물어 쉽게 눈에 익었나 보다. 이른 아침 푸른 잔디밭 위에서의 식사가 평화롭다.

아침 식사가 끝난 후 해가 뜨거워지지 전에 골프를 즐기기 위해 코스로 나갔다. 한국에서처럼 친절한 캐디는 없지만 전동차를 스스로 몰고 코스 안내도를 보며 이박윥리저리 헤매본다. 익숙지 않아 잘못 날아간 공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난감해하기도 하고 다음 코스가 어디인지 몰라 두리번거리기도 한다.

물에 빠진 공을 멍하니 바라보니 앞서 진행하던 팀이 되돌아와 공을 건질 뜰채를 건네준다. 아마 ‘역시 빠질 거야!’라는 생각으로 우리 팀을 주시하고 있었던 듯하다. 몇 홀 지나 앞 팀에게 뜰채를 되돌려 주려 하니 어디서 왔는지 묻는다. 영어로 서로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작스레 빠른 스페인어가 들리더니 곧이어 한국어가 들린다. 앞 팀의 멤버 한 분이 다가오며 본인이 한국 사람이라 소개한다. 이민 온 지 30년이 넘었다며 반가움을 감추지 않으신다. 동양 여자들이 골프를 치기에 혹시나 하셨단다. 먼 이국땅의 골프장에서 예상치 못하게 한국인을 만나 여행이야기부터 고향 소식까지 한참 동안 이야기꽃을 피운다.

전반 9홀을 라운딩하고 시원한 맥주로 잠시 더위를 식힌다. 한국의 그늘 집이나 클럽하우스처럼 멋진 건물은 아니지만 맥주 한잔에 잠시 더위를 식히며 쉬어가기에는 충분하다. 나머지 후반 라운딩을 마치고 다시 말라가 시내에 나서기로 했다.

파라도르 말라가 골프 리조트. 해변에 위치해 해수욕과 골프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휴양 리조트이다.

시내로 향하는 길은 곧 여정을 마쳐야 한다는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렌트한 차를 반납하기 전에 미리 세차도 하고 주유할 예정이다. 먼 이국에서 만났지만 스페인 남부의 곳곳을 함께 누벼준 차다. 그동안 쌓인 먼지도 떨어내고 깨끗한 상태로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공항 내 면세점. 스페인 추억을 더듬는 많은 생산품들이 발길을 이끈다. 스페인에서 유명한 돼지의 뒷다리를 소금에 절인 후 숙성한 음식, 수제 하몽을 구입한다.

시내에서 여행 시작하는 첫날 맛보았던 오렌지 주스를 사들고 기념품점을 방문한다. 스페인에서 유명한 돼지의 뒷다리를 소금에 절인 후 숙성한 음식, 수제 하몽을 사려 했지만 포장상태에 따라 한국 입국 시 문제가 될 듯하여 음식물은 공항에서 구입하기로 했다. 돼지 열병으로 축산물 반입이 까다로워졌다. 사전에 확인해 두지 않으면 국내 반입이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면세점에서 구입하는 것이 안전할 수 있다.

스페인 여행의 첫날 헤매던 골목길을 따라 다시 길을 나선다. 눈앞에 마주한 대성당과 피카소 박물관을 다시 둘러본다. 호텔로 돌아올 때는 바다 위로 노을이 지고 있다. 노을이 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말라가를 기억에 새겨둔다.

말라가 구시가지로 들어서는 도심 길. 분리수거함이 곳곳에 보이고 곧이어 말라가 알 카사바가 시야에 들어온다.

다음날 이른 아침, 공항으로 나서는 발걸음은 분주하다. 국제공항이기는 하지만 스페인 내에 있는 지방 공항이라 시스템이 어떠한지 벌써 걱정이다. 큰 선물은 아니지만 신고할 면세품도 있으니 예상 소요시간보다 일찍 나서기로 한다. 체크아웃을 하는데 직원들이 내년에 다시 보자고 인사한다. 웃음으로 답례하고 돌아선다. 유럽인들은 해마다 같은 지역에서 휴가를 보내는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우리가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지는 기약이 없다. 스페인 남부가 멋진 여행지인 것이 분명하지만 말이다.

공항은 예상보다 분주했다. 휴양지다 보니 골프백을 밀고 가는 여행객들도 많다. 면세품 신고는 스스로 확인하여 기입하는 기계가 사람의 일손을 대신한다. 기계사용이 서툴러 굳이 사람들 찾아 확인하고자 하니 다른 건물까지 다녀오라 한다. 다시 시계 앞에 서서 천천히 진행하니 어렵지 않게 면세품 신고를 마칠 수 있었다.

검색대를 통과하고 게이트를 향하니 이제야 지난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친다. 면세점 앞을 지나니 스페인 추억을 더듬는 많은 생산품들이 발길을 이끈다. 공항에서 확인하니 입국에 전혀 문제가 없다 하여 하몽을 사든다. 시간이 흐른 뒤 스페인 추억을 기억할 수 있으리라. 뜨거운 태양 아래 파란 하늘과 짙은 녹음, 그리고 겹겹이 쌓인 문화 아래 역사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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