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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희 “정책 실패 책임, 시민에게 떠넘기면 안 돼” [황용호의 一筆揮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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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9-08 14:16:48 수정 : 2020-09-08 19: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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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시장 재건축규제, 뉴타운해제로 신규 주택공급 틀어막아
주택 정책은 정치권 입김 배제하고 시민 입장에서 추진해야
천박한 서울? 용산 아파트 구겨 넣는 것이야말로 서울 용트림 막는 죄
서울시장은 대선후보가 거쳐 가는 1회성 징검다리 되어선 안 돼
서울시 최초 여성부시장부터 10년 행정경험 쌓아, 복잡한 현안 해결 적임자로 거론
조은희 서초구청장. 하상윤 기자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은 “10년간 주택공급을 틀어막은 전임 시장과 문재인 정부의 오판이 부동산가격 폭등의 근본 원인”이라며 “글로벌도시 서울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주거문제와 환경정책에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구청장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서울을 ‘천박한 도시’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던 것과 관련해 “홍콩 엑소더스로 서울이 아시아의 허브가 될 절호의 기회가 왔는데, 그 허브의 중심이 될 용산 정비창에 아파트 1만 호를 구겨 넣어 미니신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야말로 서울의 ‘용틀임’을 가로막는 천박한 발상으로 미래서울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4일 집무실에서 만난 조 구청장은 “서울 재건축의 결정은 서울시가 하고 정부는 1%도 개입할 수 없다. 서울시는 전임 시장 재임 9년 동안 재건축을 규제하고 뉴타운을 해제하면서 신규 주택공급을 틀어 막았다”며 “서울시장이 대선을 의식해 정책을 펼치면 이런 난맥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장은 1000만 시민의 삶과 미래를 책임지고 연간 40조 원을 다루는 자리”라며 “이런 막중한 자리를 대선으로 가는 1회성 징검다리로 삼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 구청장은 내년 4월 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실시 후 여성 광역단체장이 한 명도 배출되지 않은 현실에서 그의 행보는 언론의 주목 대상이다. 서울시 첫 여성부시장에서 재선 구청장에 이르기까지 서울시 행정만 10년에 걸쳐 경험한 그가 생각하는 서울의 과제와 미래 비전을 들어봤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이해찬 전 대표의 ‘천박한 서울’ 발언을 언급한 이유는.

 

“너무 답답하고 한숨이 난다. 이 전 대표가 지난 7월 한 토크 콘서트에서 ‘프랑스 센강 같은 곳에서는 노트르담 성당 등의 유적이 있어 관광자원이 된다. 우리는 한강변에 아파트만 들어서서 얼마짜리인지 얘기하는데, 이런 천박한 도시를 만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는데, 서울시민들의 자존심이 얼마나 상하겠는가. 도대체 누가 서울을 잘못 만들고 있는가.”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한강변 아파트는 1970년대 한강공유지 매립사업으로 한강변에 택지개발을 하며 지어졌다. 현재 압구정, 반포, 동부 이촌동 등 한강변의 아파트는 대부분 재건축 시기가 도래했고, 당인리 발전소, 성수뚝섬지구 재개발, 종합운동장 재개발, 상암신도시, 마곡 신도시 등 다양한 도시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한강이라는 수변 축을 중심으로 아름답고 품격 있는 서울형 수변도시의 미래상을 제시할 절호의 기회다. 이 기회를 흘려보내며 각 지역마다 단발성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방치하면서, 미래 서울의 중심이 될 용산정비창 부지에다 아파트 1만 호를 구겨 넣어 미니신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계획이야말로 미래세대와 역사에 죄를 짓는 ‘천박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돌아가신 전임 시장도 2018년 용산 정비창을 국제업무지구로 지정하려고 했다가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정부의 눈총 때문에 입장을 번복하지 않았나.”

 

―용산이 서울의 미래에 그렇게 중요한가.

 

“세계 주요 대도시의 중심지구에는 철도 역사와 함께 정비창 부지가 있다. 뉴욕의 허드슨야드, 도쿄의 신바시, 런던의 킹스크로스 지역이 대표적이다. 용산정비창도 이전에 철도정비창이 위치하고 있던 곳이지만 현재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나대지로 남아있다. 얼마 전 용산 지역구 출신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도 지적했듯이 지금은 도시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다. 입지 여건상 서울의 중심부인 용산에 자리하고 있어 반드시 미래 서울의 경쟁력을 확보할 첨단 국제업무지구로 개발되어야 할 곳이다. 최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아시아권에서도 상하이, 베이징, 도쿄, 싱가포르 등 국제금융 거점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홍콩 사태에서 보듯 지금까지는 홍콩이 아시아의 금융허브 역할을 해왔지만 현재 홍콩주재 국제금융, 국제 언론의 본사 이전이 진행되고 있다. 결국 도쿄, 싱가포르, 서울이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서울에서 국제금융, 국제 언론 등의 거점 조성을 위한 준비가 되어있는 지역이 바로 용산 철도정비창이다. 그런데 아무리 부동산 문제가 급하다고 해도 미래의 성장산업을 준비할 전략 지역을 주택공급지로 활용한다면 서울의 미래는 누가 준비하나.”

 

―용산 뿐 아니라 신규택지로 노원, 용산, 마포, 강남구 유휴지와 함께 서초구의 서울지방조달청과 국립외교원 부지도 지정됐다.

 

“정부는 지자체나 지역주민과 일체 사전협의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군사작전 하듯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니 여당 자치단체장들마저 삭발하는 등 거센 반발을 하는 것이다. 서초구의 조달청, 외교원 부지도 두 곳 다 주택을 짓기에 부적절한 곳으로,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 국립외교원은 외교관을 교육하고, 외교정책을 연구하는 대학캠퍼스 같은 곳이다. 그 안의 운동장에 30층 아파트를 2~3동 짓겠다는 거다. 게다가 국립외교원은 준 보안시설이다. 30층 아파트를 올리면 밑에서 (뭐하는 지) 훤히 내려다 보인다. 운동장이 어떻게 유휴부지인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9억 원 이하 1주택자의 재산세를 절반으로 감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초구만이 아니라 지금 전 국민이 세금급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재산세는 7월과 9월에 분납하는데, 7월 고지서 나간 후 하루에 1000통 이상 전화가 쏟아졌다. 구청 담당 직원들이 헤드셋 끼고 콜센터 직원처럼 상담했다. ‘은퇴자인데 수입이 없다. 이 집에서 30년 이상 살았는데 3년 만에 재산세가 72%나 올라 막막하다.’ ‘7월분은 겨우 카드로 막았는데 9월분은 또 어떡하냐’는 등의 하소연이었다. 구청장으로서 도울 방법이 없나 고민하다가 지방세법 111조 3항에 ‘재해 등의 상황에서는 자치단체장이 당해 연도 재산세에 한해 50% 감경할 수 있다’는 규정을 찾아냈다. 지난 2004년 서울시 25개 구청 중 20개 구청장들이 재산세를 감경한 예가 있다. 그때 각 구청의 기준에 따라 10~40%까지 감경했다. 지금도 각 구의 사정에 따라 5~50% 감경할 수도 있다.

 

감경 기준과 시기와 관련해 대통령은 중저가 주택, 총리는 시가 5~6억 원, 부총리는 공시가격 9억 원 이하라고 했다. 또 정부는 10월에 인하하겠다고 했는데 올해 분까지 소급해 환급해주는 것인지, 내년부터 하는 것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어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한다. 국민은 바이러스 폭탄, 세금폭탄, 물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국회에서 임대차 3법 등을 처리할 때는 KTX처럼 초스피드로 하고, 세금인하는 완행열차처럼 지지부진이다. 제가 9억 원 이하 1주택자의 재산세 절반 감경안에 입장을 표명한 것은 (정부에) 빨리 시행하라는 시그널이다.”

 

―서초구는 9억 원 이하 1주택자의 재산세 절반 감면 조치를 계속 추진할 것인가.

 

“지난달 31일 서울시 구청장협의회에서 ‘재산세 세율인하 제안’을 안건으로 올렸는데, 24대1로 부결됐다. 지난 2일에는 구청장 협의회에서 ‘1주택 재산세 감면, 재난극복 도움 안 돼’라며 입장문까지 냈다. 서울 25개구 가운데 유일 야당이어서 1대 24대로 고군분투해야 하는 현실을 절감했다. 하지만 세금폭탄에 절망하고 있는 시민들만 바라보고 앞으로도 꿋꿋하게 걸어갈 생각이다. 서초구는 서초구의회와의 협의를 통해 재산세 감면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구의회에서 재산세 감면을 위한 조례안(서울특별시 서초구 구세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 제출된 상태이며, 잘 협의해 실행해나가도록 하겠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평가하면.

 

“문재인 정부의 땜질식 정책과 9년간 주택공급을 틀어막은 전임시장의 오판이 부동산가격 급등의 근본 원인이 되었다. 서울시의 재건축 결정은 서울시가 한다. 정부는 1%도 개입할 수 없다. 그런데 서울시는 지난 9년 동안 재건축을 규제하고 뉴타운을 해제하면서 신규 주택공급을 틀어막았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들어 한달 반에 한 번꼴로 23번째 ‘땜질식 대책’이 나왔는데, 집값은 잡히지 않고, 애꿎은 국민만 잡았다. 그동안 정부는 공급규제만 하고 징벌적 세금만 올렸다. 수요자 중심으로 하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따라와’ 하는 식으로 밀어붙이니 집값이 잡히지 않는 것이다. 그나마 공급도 임대주택 위주로 하고 있는데 대단히 잘못됐다. 청년들에게 내 집을 가질 기회를 주어야 하는데 임대주택만 공급하는 것은 영원히 세입자, 주거유랑자를 만드는 정책이다. 실패할 수밖에 없다. 또 시중의 과잉자금 유동성도 회수대책을 세워야 집값이 잡힐 것이다. 지금 집 없는 사람은 전세, 월세가 너무 올라 걱정이고, 집을 사려는 사람은 대출이 안 돼 걱정이고, 1주택자는 세금이 올라 걱정이고, 이사하려는 사람은 일시적 2주택자가 돼서 걱정이다. 그야말로 집 때문에 모두 힘들어하고 있다.

 

‘진인(塵人) 조은산의 시무(時務) 7조’라는 청와대 청원 글이 화제였는데, 부동산과 그 세금 문제에 사람들이 크게 공감했다. 글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것을 보면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민심이 얼마나 들끓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실시 후 역대 서울시장은 모두 대선후보였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거론되는 조 구청장은 ‘서울시장은 대권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아니다’고 언급했다.

 

“제가 서울시 25개 구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야당 구청장이고, 서울시 최초로 여성 부시장을 지내는 등 10년간의 행정경험이 있어 ‘연습 없이 곧바로, 야무지게 서울시정을 챙길 수 있겠다’ 싶어 (서울시장 후보로)거론해주는 것 같다. 다만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는 1000만 시민의 삶과 미래를 책임지는 자리로, 정치권에 곁눈질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서울시는 정책기획과 집행이 동시에 이뤄지며, 40조원(2020년 기준)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고 1000 만 시민의 삶과 미래를 책임지는 자리다. 정말 책임이 막중한 자리다.

 

그런데 대권을 꿈꾸는 사람이 서울시장을 하면 주요 정책들이 ‘순수하게’ 시민의 입장에서 추진되기보다는 정파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권의 눈치를 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서울의 발전과 시민들의 삶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들이 흔들릴 수 있다.

 

예를 들면 전임 시장은 2011년 취임한 이후 세빛섬,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등 직전 시장의 랜드마크 사업들을 전면 중단하고, 검찰수사까지 의뢰했다. 그런데 지금은 글로벌 서울의 국제적인 상징이 됐다. 또 여의도와 용산 개발을 야심차게 발표했다가 정부 눈치를 보느라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은 적도 있었다. 대권에 욕심이 없는 분이었다면 과연 그렇게 했을까. 새로운 서울시장은 오직 1000 만 시민의 편안한 삶과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것에만 전념하는 분이어야 한다.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를 대선의 디딤돌로 활용하는 것은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서초구 제공

―일본 도쿄나 프랑스 파리시장은 여성인데 우리나라는 여성 대통령, 여성 총리 등은 배출됐으나 여성 광역단체장은 없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 아직 여성광역단체장이 없지만,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시대정신에 맞는 어떠한 리더십을 갖췄는지가 더 중요하다.

 

현재 해외 주요 도시에서는 초기 코로나19감염 확산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공격적 환경정책으로 ‘자동차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파리시 최초의 여성시장인 안 이달고 등 여성리더가 많이 배출되고 있는데, 이는 그들이 가진 ‘문제해결 리더십’의 강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흔히 여성적 리더십의 강점으로 ‘창의성, 유연성, 공감과 배려, 섬세함, 소통능력’ 등을 꼽고 있다. 디지털시대의 리더들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지금 서울시에는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을 누릴 시민의 권리가 가장 긴요한 과제이며 주택문제와 환경문제, 강·남북 균형발전 등 다양한 현안들이 얽히고설켜 있다. 내년 4월에 선출되는 시장의 재임기간은 14개월인데, 행정에 경험이 많지 않으면 적응에만 최소 1년 이상 걸린다. 또 복잡한 현안의 해결과 도시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이제는 남성, 여성을 떠나 ‘문제해결 리더십’을 가진 능력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 남녀를 불문하고 가장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본다.”

 

―서울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과제는.

 

“세계의 도시는 지금 치열한 경쟁 속에 있다. 서울은 이미 글로벌 시티로, 도시경쟁력을 평가하는 글로벌 파워시티 지수에 의하면 런던, 뉴욕, 도쿄, 파리의 뒤를 이어 7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부문별로 보면 세계 48개 주요 도시 가운데 경제는 22위, 거주 적합성은 34위, 환경도 34위에 불과하다. 미래먹거리, 주택문제와 환경정책에 한참 뒤처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과제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지금 서울의 도시경쟁력은 지난 10년간 거의 정체 내지 후퇴였다. 비전도 없었고 컨텐츠도 없었다는 게 그 핵심이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은 어떤가.

 

“코로나19 사태를 놓고 네 탓 내 탓 할 때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으로 받아들이고, 서로 힘을 모아 위기극복에 전념해야 할 때다. 다만 정부의 대응에 아쉬운 점은 코로나 방역은 과학이지 정치의 대상이 전혀 아닌데도 정치적으로 활용하거나, 적어도 활용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방역’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이어서 과학적으로 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소비 쿠폰 정책, 특별여행주간 등을 펼쳤는데, 너무 안일하게 판단해 국민의 방역의식이 무뎌지게 만든 것이 재확산 사태를 초래하지 않았나 싶다.

 

확진자 수를 날짜별로 보면 8월10일 28명, 11일 34명, 12일 54명이었는데, 갑자기 8월 13일부터 103명, 14일 147명, 15일 279명으로 숫자가 폭증했다. 여름 휴가철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재확산 사태의 원인이 8·15 광화문 집회를 허가해준 판사 때문인 것처럼 국무총리, 법무부 장관, 여당 의원들이 일제히 공격했고, 심지어 판사를 해임해야 한다고까지 여론을 충동질했다. 이에 법원행정처장이 이례적으로 ‘재판부가 진지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고, 대한변협도 성명을 통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고 사법부의 독립성을 흔드는 현재의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의료파업 사태에서도 정부의 안일함과 일방통행을 엿볼 수 있다. 하필 이런 때 의료계가 반발할 게 뻔한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정원 확대 발표를 서둘러 강행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게 타이밍인데 어느 누가 봐도 정책 타이밍에 문제가 있다고 할 것이다. 정부가 원하는 공공의대가 세워져도 향후 14년이 지나야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정책인데 서둘러 발표한 이유를 모르겠다. 결국 협상이 타결됐지만 평지풍파였다는 아쉬움과 함께 ‘솔로몬의 재판’이 떠오른다. 진짜 엄마라면 아이의 생명부터 살리려고 했을 것이다. 아이를 반으로 쪼개 나눠 갖더라도 내가 옳다고 고집하는 것은 진짜 엄마가 아니다. 이 정부도 정말 국민을 생각했다면 환자들의 생명부터 살리는 길을 택했을 것이다.”

 

서초구 제공

―서리풀 원두막을 설치하는 등 ‘생활밀착형’ 행정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름날 땡볕 아래 서 있는 분들을 보고 안쓰러운 마음에 횡단 보도 그늘막을 만들고, ‘서리풀원두막’이라고 이름 지었다. 처음엔 서울시가 도로법 제2조에 따른 부속시설물이 아니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지금은 법도 바뀌고,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서나 서리풀 원두막을 볼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주민들이 필요한 것이 뭔지, 주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이 뭔지를 세심히 살피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 현장에서 실행이 이루어지면, 주민들의 반응도 참 좋다.

 

주민을 잘 섬기려면 숲도 보고, 나무도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1도 더하기 행정을 해야 주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즉 물은 99도에서는 안 끓지만, 마지막 1도를 가하면 액체에서 기체가 되는 놀라운 에너지가 발생한다. 1도의 정성을 더해 디테일을 챙기고, 세련된 디자인도 입혀나가고 있다. 그 결과 서리풀원두막, 활주로형 횡단보도 등 서초구에서 시작한 것이 전국으로 퍼져나가 보람을 느낀다. 이제는 이념이나 거대담론보다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생활행정이 중요한 시대다. 그래서 제가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응답하라~1994!’라는 드라마 제목처럼 ‘주민의 요구에 응답하라! 그것도, 빨리!’다. 다양한 주민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주민들의 니즈를 들을 수 있는 큰 귀와 이에 응답하는 실행력이 겸비되어야한다. 비전과 실행으로 주민들의 니즈에 바로바로 응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기자DNA’가 여전하다.

 

“처음부터 기자 DNA를 갖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서울시와 서초구의 행정을 하며 기자 경력이 많은 도움이 된다. 기자를 하며 아무리 복잡하고 생소한 내용이라도 핵심 키워드를 찾고, 제목만으로도 내용을 알 수 있게, 누가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기사를 작성했었다. 또 기자는 기사 마감 시간을 철저히 지킨다. 이러한 훈련된 기자 근성이 서울시 부시장으로서, 재선 구청장으로서 45만 서초구민과 함께 1000만 서울시민을 위해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7년 전, 구청장에 취임할 때 ‘독일의 메르켈 총리처럼 일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무티(독일어로 엄마)행정’을 롤모델로 삼았다. 그랬더니 우리 직원들이 복지 등을 잘해 줄 때는 ‘우리 엄마’라고 하다가 일 때문에 밀어붙이면 ‘계모 아냐?’로 바뀐다(웃음). 누가 저 보고 ‘검은 눈의 메르켈’ ‘부드러운 불도저’라고 했는데, 기자DNA 덕분에 그런 별명을 얻은 것 같다. 기자뿐만 아니라 청와대 비서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 서울시 정무부시장, NGO 대표, 대학교수 등도 거쳤는데 이런 다양한 경력과 경험이 내 DNA에 녹아들어 일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조 구청장은 이날 운동화 차림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주민을 만나러 동네 구석구석 다니다 보니 구두보다 운동화를 신게 됐다. 무릎에 무리도 안 가고 빨리 걷기에도 좋다. 주민들도 운동화 신은 모습이 더 친근해 보인다며 반기신다.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오는 이웃집 구청장 같다는 것이다. 가끔 하이힐이 신고 싶다. 하지만 멋보다 실속이다.” 운동화를 신은 조 구청장이 정장에 하이힐 차림 못지않게 멋지게 다가왔다.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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