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공권력 행사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방해 행위에 대한 엄단을 주문하며 이같이 말해 눈길을 끈다. 1980∼1990년대 부산·경남 지역에서 인권변호사로 명성을 떨친 문 대통령 입장에선 국민을 상대로 강력한 공권력을 발동해야 한다는 지시를 내리면서 상당한 인간적 고뇌를 느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무섭게 번지자 이날 서울시청을 전격 방문해 지방자치단체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방역 방해 행위를 하는 이들에 대한 현행범 체포 및 구속영장 청구 등 공권력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한 문 대통령은 서울시 관계자 등에게 “공권력이 살아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기 바란다”고 독려했다.
평소 ‘공권력은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문 대통령이 이런 표현을 쓴 것 자체가 무척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1970년대 대학생 시절 박정희 유신독재에 반대하는 학생운동을 주도하다가 구속된 전력이 있다.
1980년 사법시험(22회)에 합격해 법조인이 된 뒤로는 부산·경남 지역에서 노무현 변호사(훗날 대통령을 지냄)와 더불어 인권변호사로 맹활약했다. 학생운동을 하다가 경찰 등 공안당국에 쫓기는 신세가 된 대학생들, 노동조합을 만들어 권익을 챙기려다 사측의 탄압을 받게 된 노동자 등이 그 시절 인권변호사들의 주된 조력 대상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물론 문 대통령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이런 문 대통령이 수사기관 등을 향해 ‘현행범 체포’와 ‘구속영장 청구’를 주문하고 “공권력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까지 인간적 고뇌가 얼마나 컸을지 새삼 짐작이 간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란 절체절명의 국가적 위기 앞에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개별 국민의 인권은 잠시 유보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날 문 대통령은 강한 공권력 발동을 당부하는 대목에서 “저는 국민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공권력 행사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먼저 밝혔다. 이어 “방역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므로 공권력이 충분히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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