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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부하직원과 ‘성적 관계 금지’ 사규·법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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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8-11 14:38:41 수정 : 2020-08-11 14: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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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폭력은 미국에서도 골치 아픈 문제다. 2017∼2018년 무렵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미 전역을 흔들며 큰 충격을 안겼다.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한 미국 사회는 고질적인 직장 성폭력을 ‘권력형 범죄’, 갑질의 일종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조직 내에서 위력을 가진 자는 부하직원과 동등한 위치가 아니므로, 합의된 성적 관계를 맺을 수 없다’고 판단하는 법과 사규 등이 생겨났다.

 

‘권력형 성폭력’의 개념이 정착한 것이다. 이는 더 이상 직장 성폭력을 성인 남녀간 사생활 문제로 축소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사내 풍기문란죄’ 같은 말로 권력자의 가해 행위를 지우거나 피해자에게도 죄책감을 안기는 일을 방지한다는 뜻이다.

 

◆“부하직원과 성적 관계” CEO에 소송 건 맥도날드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기업 맥도날드는 10일(현지시간) 스티브 이스터브룩 전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500억원 규모의 퇴직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이스터브룩이 재직 시절 다수의 직원들과 부적절한 성적인 관계를 가졌지만 이를 숨겼다는 주장이다.

 

소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CEO 자리에서 쫓겨난 이스터브룩은 2018년쯤 부하 직원 3명과 성적 관계를 맺고, 이메일로 수십 건의 누드 사진과 영상 등을 주고받았다. 그는 이들 중 1명에게 수십만 달러 상당의 회사 주식을 넘겨준 것으로 조사됐다.

스티브 이스터브룩 전 맥도날드 CEO. AP연합뉴스

올해 7월 사측에 추가로 들어온 제보에서도 이스터브룩은 맥도날드 직원을 포함해 수많은 여성의 나체, 부분적 신체 노출이 담긴 사진과 영상 등을 소지하고 있었음이 확인됐다. 이는 회사 서버에 백업된 그의 이메일에서 발견된 것이다.

 

맥도날드는 이를 바탕으로 CEO였던 이스터브룩이 “부하직원과의 성적 관계를 금지한 사규(sexual relationships with subordinates)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추가 제보까지 들어온 것에 대해 “반박할 수 없는 증거”라고 봤다.

 

회사는 그의 스톡옵션 및 퇴직금 등 4200만달러(약 498억원)를 환수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크리스 켐프친스키 맥도날드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맥도날드는 우리의 가치를 반영하지 않는 어떤 직원의 행동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의원과 직원 사이 ‘합의된 성관계’는 없다”

 

미국 하원은 2018년 2월 의원과 직원 사이의 성관계를 금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상사와 부하 직원과의 성관계는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폭력’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결의안은 가결 즉시 효력을 발휘했다. 법안에는 ‘의원과 그의 감독을 받는 하원 직원 간의 성적 관계를 금지한다’는 문구가 명시됐다.

또 ‘의회책임법’을 개정, 성폭력 고소인이 법적 절차를 밟기 전 가해자와 조정 과정을 갖도록 하는 의무 조항도 삭제했다. 성폭력 신고 절차가 길어지고 가해자가 합의를 강요하는 등 2차 피해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성폭력 고발 절차에서 관례적으로 행해온 ‘비밀 보장’ 조항을 완화하는 것도 포함됐다. 

 

이 같은 강경책이 나온 것은 의원과 직원 간 권력 관계가 극도로 비대칭적이라는 인식에서다. 2018년을 전후로 최소 8명의 의원이 성추행 의혹으로 의원직 사퇴나 차기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같은 파문을 겪으며 관련 법을 개정해 통과시킨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미투 관련 법안이 약 140건 우후죽순 발의됐지만 2018년 당시에만 반짝 관심을 받고 이후 국회에서 잠잠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나마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사실적시 명예훼손법’ 폐지와 ‘비동의간음죄’ 도입 등이 있지만, 미국처럼 직장이나 의회 등 조직에서 권력자의 가해 행위를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은 고려되지 않는 실정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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