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여수엑스포역 구간, 열차 운행 재개
폭우에 지반 약해져… 시간 지날수록 피해 규모 늘듯
주말인 8일 전북 전역에는 최고 5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산사태와 제방 붕괴, 침수 등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장수에서는 갑작스러운 산사태로 흙더미가 주택을 덮쳐 집 안에 있던 부부가 흙더미에 매몰돼 숨졌다.
9일 전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40분쯤 전북 장수군 번암면 교동리에서 산사태로 매몰된 주택 내부에서 A(61·남)씨와 B(59·여) 부부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3년 전 퇴직해 서울에서 장수로 귀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거주한 주택은 전날 오후 4시42분쯤 집중호우로 산비탈에서 흘러내린 흙더미에 매몰됐다. 이에 소방당국은 굴착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수색 작업을 벌인지 6시간여 만에 이들을 발견했으나,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이들 외 추가 매몰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수를 비롯한 전북지역은 지난 7일부터 시간당 7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속출했다. 전날 오후 1시쯤 남원시 금지면 귀석리에서는 금곡교 인근 제방이 붕괴해 일대 마을 70여 가구가 물에 잠겨 주민 300여명이 인근 초등학교 등으로 긴급 대피했고, 같은 날 오전 4시쯤 남원시 산동면 대상리에서는 산비탈 토사가 무너져내려 마을 주민 60여명이 대피했다.
임실군 덕치면 섬진강 하류 일대 마을도 섬진강댐 방류로 마을 길이 끊기는 바람에 주민과 관광객 등 90여명이 한동안 고립되기도 했다.
도로·선로 파손과 침수도 잇달았다. 전라선 익산∼여수엑스포역 구간은 전날 오전 10시부터 동산∼전주 구간 선로 침수와 곡성∼압록역 구간 교량 수위 상승으로 KTX와 일반 열차 등 모든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가 하룻만인 이날 오전 5시10분 하행선 첫차부터 재개됐다.
또 전날 오전 7시30분쯤 순천∼완주 고속도로 하행선 사매3터널 입구에서는 토사가 쏟아져 차량을 덮쳐 운전자와 탑승자 등 4명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이 구간을 지나는 차량을 오수나들목 17번 국도를 통해 남원나들목과 서남원나들목으로 우회시키고 응급 복구 작업을 벌였다. 같은 날 오전 10시45분쯤 대전∼통영 고속도로 하행선 덕유산 톨게이트 인근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차량 통행이 부분 통제됐다.
전북도는 이틀 간 집중호우로 주택 침수 473가구, 산사태 84곳, 도로유실·파손 43곳, 하천·제방·저수지 붕괴·유실 27곳, 축사 침수 56곳, 농경지 침수 7883㏊ 등 모두 810여건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폭우로 지반이 약해져 축대 등이 무너지고 저지대와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확산하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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