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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 팀닥터는 치료 핑계로 성추행”

입력 : 2020-07-07 06:00:00 수정 : 2020-07-07 07: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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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은밀… 폭력·폭언 당연시 / 콜라 먹었다고 음식학대 당하고 / 맹장수술 아물기 전에 수영 훈련 / 주장, 폭행·이간질… 처벌 1순위 / 대회때마다 개인통장으로 돈받아 / 최숙현 미성년 때 강제로 술먹여 / 인센티브 제대로 받은적 없다” / 전·현 선수들도 잇단 피해 진술 / 감독·주장 “폭행·폭언 한 적 없다” / 문체위 현안질의서 ‘모르쇠’ 일관 / 이용 “의원 생명 걸고 다 밝힐 것”
故 최숙현 선수의 유골함. 최숙현 선수 가족 제공

고 최숙현 선수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은 폭력을 주도한 김규봉 감독과 주장 장모 선수가 지배하는 작은 왕국이었다.

최 선수와 함께 뛰었던 현역 선수 2명이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 선수와 자신들이 겪은 폭행을 폭로했다. 이들은 “그동안 보복이 두려웠던 피해자로서 억울하고 외로웠던 숙현이의 진실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다”며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됐다. 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콜라를 먹었다는 이유로 20만원어치 정도의 빵을 먹게 한 행위, 견과류를 먹었다는 이유로 견과류 통으로 머리를 폭행하고 벽으로 밀친 뒤 뺨과 가슴 등을 때린 행위, 복숭아를 먹었다고 감독과 팀닥터의 술자리에 불려가서 맞은 장면 등을 증언했다. 이들은 또 “감독이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물론 국제대회 나갈 때마다 지원금이 나오고 있음에도 80만∼100만원의 사비를 주장 통장으로 입금을 요구했다”며 금전적 착취도 있었음을 밝혔다. 부모님을 모욕하는 언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모든 피해자들의 처벌 1순위는 주장 장 선수라며 “선수들을 항상 이간질하고 폭행과 폭언했다”며 “같은 숙소 공간을 쓰다 보니, 24시간 주장의 폭력과 폭언에 노출됐다. 제삼자에게 말하는 것도 감시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주장은 최숙현이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다른 선수와 가깝게 지내는 것도 막았다”고 말했다. 증언에 나선 선수를 상대로는 옥상으로 끌고 가 뛰어내리라고 협박했고, 몸살이 걸려도 훈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른 선배를 시켜 각목으로 폭행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몰래 휴대전화 잠금을 풀고 모바일 메신저를 읽는 등의 행동도 있었다.

또한 “팀닥터라고 부른 치료사가 자신을 대학교수라고 속이고,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며 “‘최숙현을 극한으로 끌고 가서 자살하게 만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팀닥터의 성추행과 협박 등의 추가 혐의를 제기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감독 김 모씨와 선수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두 선수는 “선수생활 유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숙현이 언니와 함께 용기내어 고소하지 못한 점에 대해 언니와 유가족에게 사과한다”며 “지금이라도 가해자들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제대로 처벌받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서지는 않은 6명의 선수는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실을 통해 다른 피해사례를 증언했다. 이들이 당한 사례도 참혹했다. “뺨을 맞고 가슴을 주먹으로 맞고, 명치 맞는 것은 일상”이라고 할 만큼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들은 폭력에 노출돼 있었다.

이들은 “감독이 새벽에 훈련장에서 발로 손을 차 손가락이 부러졌다”거나 “감독이 담배를 입에 물고 뺨을 때려 고막이 터지기도 했다”, “외부 인사와 인사만 해도 감독이 뒤통수를 때렸다”, “실업팀에 처음 들어온 선수와 밥 먹으러 나갔다가, 메뉴를 기다리는 사이에 주장 선수가 ‘왜 밖에서 밥 먹냐, 체중관리 안 하냐’고 전화로 혼내서, 시킨 밥을 먹지도 못하고 숙소에서 뺨을 맞았다”는 등 여러 폭행 피해 사례를 증언했다.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과 이용 의원 등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선수는 “합숙 중 맹장수술을 받고 실밥도 풀지 않았는데 훈련을 시키고 반창고를 붙인 채 수영하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고, 다른 선수는 “감독이 2015년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고교 선수들에게도 술을 먹였다. ‘토하고 와서 마셔, 운동하려면 이런 것도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며 “당시 최숙현은 화장실에서 엎어져서 속이 아파 소리만 질렀다”고 전했다.

한편 경주시청 전·현직 선수의 추가 피해 진술도 잇따르고 있다.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김 감독이 근무한 2013년부터 최근까지 활동한 경주시청 소속 전·현직 선수 27명 중 15명가량이 피해 사실 여부를 진술했다.

경북경찰청은 앞서 지난 3일부터 광역수사대에 전담수사팀을 꾸려 경주시청 전·현직 선수를 대상으로 조사에 나섰다. 이들 중 상당수는 김 감독이나 팀닥터로 불린 운동처방사, 선배 선수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다만 일부 선수는 피해 사실을 부인하거나 면담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면담을 거부하는 전·현직 선수를 계속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 문체부·대한체육회 “최숙현 팀닥터 정보 없어”

 

“팀닥터 안모씨가 어떤 사람입니까.”(무소속 윤상현 의원)

 

개인적 신상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6일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장.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측은 의원들의 질의에 “팀닥터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사망 관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직장 운동부 감독 A씨(왼쪽부터), 코치 B씨, 선수 C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최 선수 사망사건 특별조사단 단장을 맡은 최윤희 문체부 2차관도 “팀닥터에 대한 정보는 없다”고 답변했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우리는 이 부분(폭행사건)에 대해선 정보가 전혀 없다”고 답했다. 팀닥터 안씨는 극단적 선택을 한 최 선수를 상대로 가혹행위를 일삼은 혐의를 받고 있는 장본인이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문체위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연 다른 선수들은 (가해자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행동도 했다고 하는데 이 자리에 나오신 책임 있는 분들이 모르면 회의를 어떻게 진행하느냐”며 “누가 답변 좀 해보시라”며 분노했다. 윤 의원도 “(가해자에 대한) 정보도 없는데 어떻게 여기 와서 보고를 하는가”라며 “문체부도 그렇고 대한체육회도 그렇고 경주시체육회 입장에 동의하니까 온 것 아닌가”라고 꾸짖었다.

 

그러자 증인으로 출석한 대한체육회 김진환 클린스포츠센터장은 “(팀닥터는) 실제 닥터가 아니고 자격증도 없는, 조그만 개인병원에서 운동 처방하고 잡일하는 사람으로 안다”며 “언론에서 정보를 얻었다. 저희가 조사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답변을 들은 도 위원장은 “답답하다. 언론을 통해서 알고 보고도 안 하고 그대로 시간만 흘러갔는가”라고 혀를 찼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사망 관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직장 운동부 감독 A씨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팀닥터 안씨와 함께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김규봉 감독은 최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이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며 “그 부분에서 성실히 임했고 그 부분에 따라서 (답변하겠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김 감독은 이 의원이 “관리감독만 인정하는 것이냐”며 “폭행과 폭언에 대해선 무관하다는 것인가”라고 재차 묻자 “네”라고 짧게 답했다.

 

이날 현안질의에 참석한 트라이애슬론팀 주장 장모씨와 최 선수의 선배 선수인 김모씨 역시 “폭행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이 의원은 “알겠다. 의원 생명을 걸고 모든 걸 다 밝히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문체위는 사망의 진실을 파헤치고 청문회, 국정조사를 통해 관련자들을 몸통에서부터 발본색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용준·곽은산 기자, 경주=이영균 기자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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