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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한 것도 아닌데”… 손정우, 美 송환 불허에 ‘자유의 몸’ 석방

입력 : 2020-07-06 11:39:13 수정 : 2020-07-06 14: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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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도 소용없다, 미국 보내 죗값 치르게 하라“ 분노한 여성들
현재 폐쇄된 손정우씨가 운영한 다크웹 ‘웰컴투비디오’ 홈페이지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24)씨의 미국 송환이 한국 법원에 의해 불허됐다. 여성계가 “한국의 실제 처벌 수준이 너무 낮아 타국에서라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길 바란다”고 강하게 주장한 가운데 법원이 손씨의 미국 송환을 허가하지 않음에 따라 손씨는 그대로 석방돼 ‘자유의 몸’이 된다.

 

해외에선 성착취물을 내려받은 것만으로도 징역 수십년형에 처해지는 것과 대조적으로 징역 1년6개월형을 받은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 손씨의 미국 송환마저 불허한 판결이 나옴에 따라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 “손씨 인도하면 수사에 지장 생겨”… 불허 결정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 정문경 이재찬)는 이날 손씨의 미국 송환을 결정하는 세 번째 심문을 열고 인도 불허를 결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손씨는 2015년 7월~2018년 3월 다크웹(Dark Web·특수한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접속할 수 있는 사이트)에서 유료회원 4000여명에게 4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받고 성착취물을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우리나라에서 받은 처벌은 1년6개월 징역형이었다.

 

재판부는 “손씨를 미국으로 인도하면 한국은 (성 착취물 관련) 수사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손씨를 인도하지 않는 것이 대한민국이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을 예방하고 억제하는 데 상당한 이익이 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송환 불허 결정이) 손씨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손씨는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정당한 처벌을 받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경을 넘어서 이뤄진 성범죄를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성과 아동 성 착취 범죄, 국제적 자금세탁 척결할 필요성에 비춰볼 때 손씨를 송환하는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밝혀 ‘국내 사법체계로 손씨의 죄를 물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비쳤다.

 

◆‘다운로드’ 1회 징역 70개월인데… 운영자는 징역 1년6개월

 

하지만 지금껏 국내에서 성범죄 관련 처벌이 미약했던 사례로 비추어 보건대 재판부의 불허 결정은 ‘봐주기’라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것으로 관측된다. 

 

손씨는 2015년 7월~2018년 3월 다크웹에서 ‘웰컴 투 비디오’ 사이트를 운영하며 유료회원 4000여명에게 수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받고 성 착취물을 배포한 혐의 등으로 2018년 3월 구속기소 됐다.

 

운영자인 손씨가 국내에서 징역 1년6개월형에 처해진 것과 대조적으로 해외에선 영상을 내려받은 것만으로도 훨씬 높은 형량이 선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IS) 특수요원 출신의 리처드 그래코프스키(40)는 W2V 사이트에서 성착취물 영상을 1회 다운로드하고 1회 접속한 혐의로 징역 70개월, 보호관찰 10년을 선고받았다.

 

영국의 카일 폭스(22)는 아동 성폭행 및 영상 공유 혐의로 기소돼 징역 22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손씨는 올해 4월27일 만기 출소 예정이었지만 미국 송환을 위한 인도구속영장이 발부돼 재수감된 상태다.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씨의 미국 송환 여부를 결정하는 범죄인 인도심사 세 번째 심문이 6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렸다. 손씨의 아버지가 재판을 참관한 뒤 법정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손정우 부친 “천성이 악한 아이는 아니고 살인도 아닌데…” 

 

지난달 16일 두 번째 심문 당시 손씨는 직접 법정에 출석해 “저의 철없는 잘못으로 사회에 큰 피해를 빚어 죄송하다. 정말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용서받기 어려운 잘못을 한 것을 알고 있고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부끄럽고 염치없지만 대한민국에서 다시 처벌받을 수 있다면 어떠한 중형이라도 좋다”면서 “가족이 있는 곳에 있고 싶다”고 호소했다.

 

아들의 미국 송환을 막기 위해 탄원 등을 했던 손씨 부친도 심문 이후 “여태 잘 돌보지 못한 것이 한이 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도움을 주고 싶었다.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여태 미움만 앞섰는데 제가 아들답게 못 키웠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살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손씨 부친은 첫 기일 당시 법정을 나서면서 “죄는 위중하지만 미국으로 인도되는 것이 아비로서는 불쌍한 마음이 든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는 지난 5월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아들이) 용돈을 벌어보고자 시작한 것이었고, 나중에는 큰 집으로 이사를 하려고 돈을 모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르게 됐다”며 불우한 가정환경 탓에 아들이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손씨 부친은 당시 “원래 천성이 악한 아이는 아니고 강도·살인, 강간미수 등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라며 “선처를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여죄를 한국에서 형을 받게 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계 “울어도 소용없다, 손정우 미국 송환하라”

 

손씨의 미국 송환을 강력 촉구했던 여성계는 사법부의 낮은 처벌 수위가 ‘n번방’ 사태 등을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6일 오전 여성의제 정당 ‘여성의 당’은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정우를 미국으로 송환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윤서연 여성의당 10대 공동대표는 “(손씨 등을) 솜방망이 처벌해 온 사법부가 'n번방'을 키워냈다. 한국은 실제로 처벌되는 수준이 너무 낮아서 국민들은 손정우가 타국에서라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기를 바라는 지경이 됐다”며 “미국 재판부는 손정우가 운영하는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에서 동영상을 내려받은 혐의만으로도 5년에서 20년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미국 송환을 결정하더라도 낮은 형량을 선고함으로써 ‘n번방’ 사태를 야기했다는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지원 공동대표도 “공정한 판결을 기대하며 재판을 방청했던 여성들은 손씨의 선고 자리에서 역겨움을 견뎌야 했다. 성범죄자들은 ‘존경하는 재판장님’이라며 작위적인 호소를 한다. 그 어디에도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의 의지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울어도 소용없다, 손정우를 미국으로 송환하라”, “자충수 둔 재판부는 손정우 미국 송환하라”고 외쳤다.

 

법원이 손씨의 인도 허가 결정을 내리고 법무부 장관이 승인하면 미국 집행기관이 한 달 안에 국내에 들어와 당사자를 데려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법원이 불허 결정을 내림에 따라 손씨는 바로 석방된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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