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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시행된 ‘홍콩보안법’… 시민들 ‘체포 대응법’까지 공유

입력 : 2020-07-04 13:13:46 수정 : 2020-07-06 09:2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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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에 위배되면 처벌…정의 모호해 ‘체포 남발 우려’ / 시행 첫날만 300명 체포…블랙리스트 ‘네이선 로’는 해외 망명 / 국제사회 입 모아 “인권 우려”…일부 국가는 “홍콩 시민 이주 받겠다”
'홍콩 반환 23주년'인 지난 1일 홍콩 도심에서 시위대가 이날부터 시행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철폐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 AFP=연합뉴스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가 안보에 위해가 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홍콩 국가보안법’이 지난 1일부터 시행되며 국제 사회의 우려가 잇따랐다. 미국, 영국, 호주 등 국제사회는 민주화를 촉구하고 있는 홍콩 시민들의 인권을 우려해 중국에 홍콩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고 홍콩 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시행 첫날부터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홍콩 보안법 폐지’를 외쳤으나 경찰은 보안법 등을 들어 시민 300명 이상을 체포하며 진압에 나섰다. 홍콩 시민들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체포됐을 때 대응법’ 등을 공유하며 민주화 시위를 이어가는 중이다.

 

◆국가안보에 위배되면 처벌…정의 모호해 ‘체포 남발 우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신화 통신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홍콩 국가보안법은 국가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 결탁 등 4가지 범죄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의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홍콩 시민들의 계속되는 민주화 시위를 법을 통해 억압하겠다는 것이다.

 

4가지 범죄에 대한 정의도 모호해 시위에 대한 처벌이 난무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실제 지난 1일 홍콩보안법 위반으로 처음 체포된 남성은 ‘홍콩 독립’이라고 쓰인 깃발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보안법에 따르면 ‘홍콩을 중국에서 분리하려는 의도를 가진 자’를 처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홍콩 국가보안법의 ‘외국 세력과 결탁’이라는 부분도 시위를 지지하는 외국인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논란이 있다.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움직임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시위에 참석한 외국인을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을 들어 체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이에 대해 “미국인이 적용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 있다”며 “이 법은 모든 국가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일 보안법 반대 시위를 진압하던 한 홍콩 경찰(왼쪽)이 취재기자들(오른쪽)을 향해 최루액을 뿌리고 있다. 홍콩=AFP연합뉴스

◆시행 첫날만 300명 체포…블랙리스트 ‘네이선 로’는 해외 망명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첫 날 홍콩 전역에선 이에 반발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수천 명의 시민은 처벌을 무릅쓰고 거리로 나와 ‘인권’과 ‘자유’를 외쳤다. 하지만 정부는 현장에 물대포와 장갑차량, 최루가스 등을 동원하며 시위를 막아섰다. 홍콩 경찰은 이날 오후 9시쯤 트위터 글에서 “홍콩보안법, 불법집회, 난동 등의 혐의로 300명 이상을 체포했다”며 “홍콩보안법 위반은 9명으로 남성 5명, 여성 4명”이라고 밝혔다. 홍콩보안법을 위반했다고 발표한 9명 중에는 ‘홍콩 독립’을 외친 15세 소녀도 포함돼 시민들과 국제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홍콩 국가보안법 블랙리스트’라고 온라인상에 떠돌았던 홍콩 우산혁명의 주역 ‘조슈아 윙’과 ‘네이선 로’ 데모시스토당 전 주석 등은 데모시스토당을 탈당하고 개인적으로 국제사회에 홍콩의 상황을 알리겠다고 선언했다. 단체 활동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데모시스토당을 비롯해 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하던 시민사회단체 7개는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과 동시에 해체 선언을 했다.

 

조슈아 윙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 세계 수많은 눈이 홍콩을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고, 홍콩보안법 시행 후 나의 상황도 주목하고 있다”면서 “나는 앞으로도 나의 집 홍콩을 지킬 것이며, 그들이 나를 침묵하게 만들고 나를 죽일 때까지 그러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선 로’도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이미 홍콩을 떠나 국제적 차원에서 홍콩 지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위험할 수 있어 개인적인 행방과 상황을 너무 많이 밝히지는 않겠다”고 해외 망명 사실을 전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유되고 있는 홍콩 국가보안법에 따른 체포 대응법. SNS 캡처

시민들은 SNS를 통해 홍콩 민주화 시위를 이어가기도 했다. 한 시민은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일인 지난 1일 시위를 앞두고 ‘체포 대응법’을 올려 △언론을 향해 큰소리로 이름을 외쳐라 △경찰의 질문에 ‘할 말이 없다’고 답해라 △경찰서에서 가족이나 변호사에 연락을 요청해라 △휴대전화 잠금을 풀지 말아라 등을 조언했다. 경찰 체포에 대비해 일부 시민들은 메신저를 통해 시위 전 경찰의 현재 위치와 도주 경로 등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사회 입 모아 “인권 우려”…일부 국가는 “홍콩 시민 이주 받겠다”

 

국제사회는 이런 상황에 대해 우려를 전하고 있다. 줄리언 브레이스웨이트 주제네바 영국대표부 대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인권이사회에서 영국을 비롯한 유럽국가와 호주, 캐나다, 일본 등 27개 국가를 대표해 “홍콩 국가보안법이 ‘일국양제’를 훼손하고 인권에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그는 미첼 바첼렌트 유엔 인권최고대표에게 “국제법상 보장된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홍콩과 신장 등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정기적으로 제공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한국은 27개 국가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외교부가 나서 입장을 전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홍콩이 일국양제 하에서 고도의 자치를 향유하며 안정과 발전을 지속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제사회의 여러 가지 동향, 평가, 입장 등을 분석하고 있으며 이 법이 발효된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이 홍콩보안법 관련 중국 제재 법안을 통과시켰다. 사진은 크리스 반 홀렌 상원의원. AFP연합뉴스

일부 국가들은 인권 탄압을 받는 홍콩 시민의 이주를 허용하겠다고 나섰다. 보리스 존슨 영국총리는 지난 1일 “홍콩보안법 시행이 ‘영국-중국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 위반이라며 이민법을 개정해 홍콩인들이 영국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영국이 홍콩인들에게 제안한 것과 비슷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며 홍콩 시민들의 이주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 10여명도 홍콩 피난처 법안을 제출해 홍콩 시민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나섰다. 미 상원은 지난 2일(현지시간)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에 관여한 중국 관리나 단체들과 거래하는 은행에 불이익을 주는 내용을 담은 법안까지 통과시키며 중국의 이번 결정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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